공대 졸업생 국내파 통역사의 영어 이야기
들어가기에 앞서 그 어떤 마법과도 같은 정답을 제시하는 글이 아님을 먼저 밝힙니다.
요즘은 인스타그램이며 유튜브 등 어떤 소셜 미디어를 켜는지와는 관계없이 영어 잘하는 방법, 말문 트이게 하는 치트키, 각종 학습 어플 추천 등 '영어 공부법'에 대한 자료가 넘쳐납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셨을 텐데 그 때문에 영어 학습과 관련된 콘텐츠를 클릭해 보신 적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동안 발행하던 제 시리즈는 잠시 접어두고 영어를 잘하려면 꼭 필요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일단 왜 제가 영어를 잘하려면 필요한 것에 대해서 감히 글을 쓰는지 납득하실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니 영어공부 배경과 현재 제가 가진 영어적 전문성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부제에 나와 있듯이 저는 고등학교 때도 이과, 대학교 때도 공대를 나왔고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경험은 전무했습니다. 하지만 그저 영어가 좋아서 혼자 시행착오를 겪으며 꾸준히 공부한 덕에 대학교 졸업반 때는 고등학생들에게 수능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4년간 강사로 일하며 가르치는 일을 마음껏 해보며 내린 결론은 '내 영어를 더 잘하고 싶다'였고 대학교 졸업반 때부터 어렴풋이 꿈꿔오던 통역사라는 직업의 문을 본격적으로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통번역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1년간의 수험생활을 거쳐 대학원에 입학 후 1년은 서울에서, 1년은 호주 시드니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현재 (해가 바뀌었으니) 2년 차 프리랜서 통번역사로 배터리, 에너지, 건설, 자동차 등 기술 프로젝트에서 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2년 차로 접어드는 상황이라 감히 영어를 잘하는 데 뭐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논하기에 한참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 직업 때문에 외국에 살았다거나 어학연수를 다녀왔다거나 많이들 가는 교환학생을 다녀온 것도 아니며 통대생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상경계열이나 영문 및 기타 어문계열 학사 학위를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즉, 많은 분들이 통역사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를 생각했을 때 보편적으로 떠올릴법한 루트를 전혀 거치지 않은 제가 통역사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영어를 잘하고 싶은 대다수의 분들에게는 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서론이 상당히 길었는데요. 그래서 제목에 언급했던 제가 생각하는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그것'은 바로 그렇게 까지 해야 할 이유입니다.
이게 뭐야 싶어서 김이 빠지셨나요? 저는 공부법을 물어보는 지인들에게 항상 특별한 방법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고요. 정말 흔하고 진부한 말이지만 영어 공부법에 있어서 높은 실력에 도달하기 위한 하나의 정해진 치트키는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원하시는 게 바로 그 치트키라는 것을 알고 있고 마치 제가 그 정답을 아는 것처럼 영상을 만들고 강의를 만든다면 좀 더 많은 조회수를 기록할 수도 있겠지만 진짜로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있다면 저에게도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통역사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영어 잘하게 만들어 주는 그 치트키가 필요한 사람들이니까요.
이 또한 흔하고 진부한 말이지만 어떤 일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부여입니다. 제가 말씀드린 그렇게 까지 해야 할 이유 또한 왜 영어를 잘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본인만의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유튜브를 보면 동기부여에 관한 셀 수 없이 많은 영상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쩌다가 특정한 뭔가를 잘하고 싶어서 저렇게까지 노력하게 됐을까를 참고하기 위해서 영상을 시청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특정한 일이 영어 공부가 됐든 다른 어떤 것이 됐든 그 사람이 그렇게 까지 해야 할 이유가 나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제 경우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 영어공부를 시작했던 건 중학생 때였는데요. 이유는 아주 단순했습니다. 바로 덕질입니다. 당시 좋아하던 걸그룹 교포 멤버가 나오는 영어 라디오를 이해하고 싶고 언니가 부르는 팝송 가사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 가사를 써보고 따라 읽고 단어를 찾으며 문장을 하나하나 파악해 가던 것이 시초였습니다.
하지만 제 덕질이 모든 사람들의 영어공부에 적용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제 주변에도 뭔가를 파고드는 성향 자체가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좋으면 그냥 거기서 끝이더라고요. 그런 분들에게는 다른 이유가 있어야겠죠? 회사에서 중요한 업무를 맡고 싶은데 영어로 어느 정도 의사표현이 가능해야 한다거나, 주기적으로 장기출장을 나가는데 현장에서 내가 너무 불편해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나. 실력 상승까지 도달하는 지난한 과정을 n개월 이상 거쳐내기 위해 그 시간 동안 나를 지치지 않게 해 줄, 지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다시 시작하게 해주는 바로 그렇게 까지 해야 할 이유가 꼭 있어야 합니다.
현재 나의 실력을 파악하고 내가 도달하고 싶은 현실적인 영어 실력의 목표를 세우고 그 간극을 메워가는 과정은 당연히 쉽지 않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먼저 내가 원하는 실력 그 이상에 먼저 도달한 영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그 사람이 시행착오를 통해 겪은 노하우를 전수받으며 보다 더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제 아무리 훌륭한 강사가 수십 개의 방법론을 전수해 준다고 한들 그걸 꾸준히 익히고 머릿속에 넣어서 입 밖으로 뱉어보는 연습은 스스로 해야만 합니다. 치트키만을 원하시는 분들은 어쩌면 노하우를 전수받는 것뿐만 아니라 전수받은 노하우를 내 것으로 만드는 그 노력까지도 누군가가 주입시켜 줄 것을 원하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도 성인들을 대상으로 회화 수업을 하고 있지만 수능영어 강사를 했을 때도 그렇고 현재 성인 회화를 가르칠 때도 그렇고 학생들이 영어를 그렇게 까지 잘하고 싶은 이유가 있을 때 가장 많은 시너지가 생겼습니다. 현재 제 성인 학생 분들은 모두 해외에서 근무하고 계시며 매일 동료들과의 스몰톡부터 시작해서 업무 관련 보고서를 영어로 작성하는 것 등 영어 실력을 키워야만 하는 이유가 충분한 상황입니다. 때문에 해당 포스트에서 제가 말씀드린 그렇게 까지 영어 공부를 해야 할 이유가 아주 충만한 상태인 거죠. 그래서 감사하게도 동기부여 된 학생을 가르치는 저도 신이 나고 학생들도 공부를 하며 배운 새로운 표현을 실제 업무할 때 접목시켜 보는 경험을 하시면 저에게 자랑하며 뿌듯해하시곤 합니다. 그렇게 까지 공부를 해야 할 이유의 좋은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입부에 마법 같은 정답을 이야기하는 글이 아니라고 명시했음에도 당연한 이야기를 이렇게나 길게 풀어냈네요. 아마 이 글을 읽으신 대다수의 독자분들도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어쩌면 그 특별할 것 없는 지루하고 당연한 방법들을 가지고 오랫동안 지겹게 힘들여 노력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원하시는 영어 잘하는 상태에 도달한 분들이 있는 게 아닐까요? 운동선수들이 매일 같은 루틴을 지겹도록 반복하며 결국은 정상에 서는 것처럼요.
먼저 벌려놓은 시리즈 글을 쓰다가 막히는 상황이 오면 '현실적인 영어 공부 목표 설정 방법'에 관한 글도 들고 와 보도록 하겠습니다. 질문이 있으시면 댓글에 남겨 주세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