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얘기해본 임신

by 키위열매

10월 19일(일)에 남편과 침대에 누워서 많은 대화를 했다. 남편 주변에 최근에 임신했다는 지인들 2명과 그동안 임신해서 낳은 분들의 시험관 이야기 등등. 이렇게 말을 하는 의도가 남편이 나에게 "다들 시험관으로 했다는데 우리도 시험관 해볼까"라는 걸로 들려서 남편에게 여자가 시험관을 한다는거 자체가 몸에 얼마나 많은 무리가 가고 얼마나 힘든 결정인지 아느냐라고 말했다. 남편도 전적으로 자기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고 했고 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천천히 여유를 갖고 해보자고 하는데 나는 이렇게 여유 가지다가 언제 우리가 임신해서 아이를 낳냐고 했다.


나야 이제 삼십대 중반에 접어들지만 남편은 곧 2-3년만 지나면 40대가 되는데 남편에게 시기 이야기를 하니 남편은 지금 임신해도 내년에 낳을테고 내년에 임신하면 빠르면 내년 내에 낳지만 아니라면 내후년일텐데 1-2년 늦어지는거야 뭐 같다고 생각한다고 하면서 30년은 적어도 보살펴줘야하는데 40살에 낳는다고 했을 때 30년 후면 70이라고 자기가 칠순까지 아이를 지원해줘야한다는 사실이 본인은 이미 (아이를 낳는 시기가) 늫었다고도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 낳아지면 낳고 아니면 아니어도 상관없다면서..


만약 우리가 얘기를 계속 하다가 딩크로 하기로 된다면 본인은 바로 묶으러 갈 거라는 얘기도 했었다. 주변에 아이 둘 씩 낳고 묶은 사람들도 있다면서 이렇게 서로 여행다니고 돈 모으고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한다고 했는데 양가 부모님들에게 어떻게 말할지 고민은 된다고 했다. 나는 막상 딩크로 하기로 하면 부모님들보다 우리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를 안낳겠다고 하고 결혼하진 않았으니 양가 부모님들도 말을 안해도 기다리고 있을텐데 말하기 어렵겠다는 거겠지..?


추석 때 들었던 사촌의 임신 소식을 듣고 사실 나는 굉장히 불안하고 초조했다고 그래서 요 몇일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고 일자로 따지면 17일이 생리 예정일이었으니 19일이니 2일이 지났고 일차로는 3일차가 된 거였다. 내가 장녀의 장녀의 장녀라 뭐든 첫 번 째를 열어야한다는 압박이 있는 것 같았다. 애를 낳더라도 내가 첫 번째가 되어서 관심을 다 받았어야했는데 이제 그 관심이 사촌동생의 태어날 아이에게 가겠구나. 그리고 나에게 물어보는 눈초리들을 난 어떻게 견딜까.


남편에게도 이야기를 했다. 지인언니와 이야기를 해보고 나도 내 상태에 대해서 계속 생각한 결과 나는 "임신"이 그냥 하고 싶은 것 같다고. 아이를 키우고는 겁나고 그냥 "임신"이 하고 싶은 거라고.


남편은 우리가 언제 이렇게 제대로된 대화를 해봤냐며 앞으로도 계속 숨기지 말고 제대로 이야기하자고 했고 나도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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