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퇴사를 했다.(34) - 퇴근하고 들려도 될까요

D+263일의 이야기

by 키위열매

11월 28일 화요일의 이야기. 지난번 일기 중 마지막에 언급했던 것이 있었다. 곧 어머님과 아버님을 뵈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한 번 생각하고 나니 좀처럼 머릿속에서 빠져나가질 않았다. 이런 얘긴 친정에도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다. 브런치에 이야기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친한 언니에게 어머님과 아버님께 얘기할 생각이라고 했더니 처음엔 말렸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괜히 욕보이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내 태도를 보더니 언어 선택만 분위기만 잘 타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무조건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카드값이 얼마나 나가고 있는지 구직 상황이라든가 아셔야 할 것 같았다. 물론, 결혼생활은 우리 둘의 문제라고 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매일 얼굴 뵈면 웃고 있지만 실은 웃고 있지 않다고 힘들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엄마에겐 절대 못하지...


화요일 오후에 근무 중에 어머님께 연락을 드렸다. 퇴근하고 잠깐 뵈러 가도 되겠냐고.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냐며 걱정하셨는데 아마 예상하셨을 것 같다. 좀처럼 아들에게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와중에 며느리가 따로 연락을 하니 말이다. 내 마음의 결전이 날이었고 퇴근 후 시댁에 들려 말씀을 드렸다.


그동안 지출된 내역들을 보실 수 있게 준비했다. 내가 뵈러 간 이유는 뚜렷한 해결책을 바란 게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도움을 받는다기 보단 그냥 하소연? 넋두리였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고. 사실, 금전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많이 저는 지쳐있다고. 심각성을 인지해주셨으면 싶었다. 준비했던 내용들을 다 말씀드렸다. '이런 얘기까지 해야 할까?'라고 머뭇거렸던 부분들도 가감 없이 다 말씀드렸다. 저는 이런 생각을 요새하고 있다고.


어머님 아버님은 그저 내 어깨를 토닥여주셨다. 사실, 어머님 아버님도 개운한 잠을 잔 지는 오래됐다고 하셨다. 내가 얼마나 힘들어할지 옆에서 지켜보는 게 얼마나 더 답답할지 알고 있다며 안 그래도 한 번 연락은 하고 싶으셨다는 등등 많은 얘기를 주고받았다.


11월 24일부터 11월 26일 동안 친정에 가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냥 답답해서였다. 친정은 남편 얘긴 꺼내지 않았고 안 보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이 들어서 2박 친정에 가있었다. 어머님은 내가 친정에 갔다는 얘길 전해 듣고 심장이 벌렁했다고 하셨다... 사실, 참 어려운데 늘 감사한 분들이기에 꺼내기 조심스러웠지만, 막상 말씀을 다 드리고 나니 마음 한편이 가벼워졌다. 언제 이 먹구름은 걷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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