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의 시간 표현1
언어에서 ‘때’를 나타내는 표현은 인간이 시간을 인식하고 구분하는 방식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한국어의 ‘시간(時間)’, ‘시진(時辰)’, ‘시기(時期)’, ‘시절(時節)’, 계절(季節)‘, 절기(節氣)’, ‘시대(時代)’, ‘시각(時刻)’, ‘시점【時點】’… 등은 모두 ‘때’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각각이 포괄하는 범위와 뉘앙스, 그리고 역사적 배경은 서로 다르다. 시간은 때의 흐름 또는 길이를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며, 시진은 전통적 시간 단위(2시간)이고, 시기는 특정 기간 전체를, 시절은 일정한 시기나 때를, 계절은 1년을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눈 때이고, 절기는 계절을 세분한 것이며, 시대는 일정한 특성과 기준에 따라 구분한 기간을, 시각은 특정한 순간, 시점은 관념적 기준점이 되는 때를 가리킨다.
시간(時間)은 본래 ‘때(時, 때 시)와 때의 사이(間, 사이 간), 또는 간격’을 의미하는 전통적 한자어지만, 1시간이 60분(分)으로 정량화된 것은 근대 일본의 메이지 시대 이후이다. 현대 한국어에서도 ‘시간’은 일본처럼 양과 개념(time; as an amount or general concept) 모두를 포괄하면서도 “세 시간 걸렸다”, “8시간 일했다”처럼 ‘지속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 명사로서, 수량화된 시간의 길이(단위, hour)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그런데 “지금 시간이 몇 시야?”처럼 쓰이기도 하는데, 이때의 시간(時間)은 특정 시각(時刻)과 같은 의미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는 한국어에만 있는 고유한 용법이다. 즉 한국어의 ‘시간’은 근대 이후 일본에서 정립한 서양식 시간 단위(1hour =60min)를 수용하면서도, 일상어에서 ‘시각’의 의미(일부)까지로 확장된 의미로 쓰인다. 그래서 버스(Bus)·열차(列車) 등이 정해진 시간에 운행하는 ‘schedule(미국); timetable(영국)’을 중국어와 일본어에서는 ‘时刻表(시각표)’라고 하지만 한국어에서는 ‘(버스·기차·전철) 시간표’라고 한다.
시각(時刻)은 “해가 뜨는 시각”처럼 ‘어떤 일이 일어난 그때’를 가리키는 말로 ‘시간의 한 점(點)’, 또는 ‘특정한 순간’을 지칭하는 말로, 한자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어 온 표현이다. 시각은 ‘몇 시 몇 분’처럼 정밀한 시점을 가리킬 때 적합한 표현으로, 공공문서·보도문·행정 문서에서 자주 쓰인다. 예컨대 “사고가 발생한 시각”, “바로 그 시각, 그 자리에 같이 있었다”와 같이 연속된 시간 속에서 ‘어느 한 순간의 지점’을 명확히 나타낼 때 쓴다. 또 “시각을 다투다”처럼 ‘아주 짧은 시간’의 뜻으로도 쓴다. 참고로, 경각(頃刻)이라는 말도 ‘눈 깜짝할 사이’라는 뜻으로, “경각을 다투다”, “나라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다”처럼 극히 짧은 시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시점【時點】은 “현재 시점; 현시점, 개시(開始) 시점; 시작(始作) 시점, 종료(終了) 시점”처럼 ‘시간의 흐름 가운데 어느 한 순간’을 뜻하는 일본식 한자어이다. 일본의 근대 메이지 시기에 주로 경제학·통계학, 행정 분야에서 ‘특정 시점에서의 상황’을 서술하기 위해서 ‘point in time’, ‘time point’의 번역어로 만들어진 말이 한국어에 들어와 쓰이고 있는 말이다. 시점은 물리적 시간의 흐름이라기보다는 관념적·논리적 구조 속에서 의미를 갖는 표현으로, 사건·판단·논의가 놓이는 ‘기준점’을 가리킨다. “현재 시점에서 최선의 선택이다”, “그 시점에서는 다른 판단을 할 수 없었다”처럼 일정한 관찰의 위치 또는 사고의 출발점을 나타낸다. 시각과 달리 물리적 동일 시각이더라도 시점은 관점의 전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중국어에서는 이 말 대신 時刻(시각)이라고 하거나 ‘时间点(시간의 한 점)’이라는 표현을 주로 쓰는데, 일본어의 영향으로 경제·통계·재무 분야에서 전문 용어로 쓰이기도 하지만 제한적이다.
한국어의 ‘시간(時間)’, ‘시진(時辰)’, ‘시기(時期)’, ‘시대(時代)’, ‘시각(時刻)’, ‘시점【時點】’은 모두 ‘때’를 나타내는 말이지만, 물리적·전통적·추상적·관념적 층위가 서로 달라 각기 다르게 쓰인다. 한국어에서 때와 관련된 다양한 표현이 공존하는 것은 시간에 대한 문화적 전통과 근대적 언어 체계가 복합된 결과이며, 같은 ‘때’를 말하더라도 어떤 맥락에서 어떤 측면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그 쓰임이 달라진다. 따라서 이들 단어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한국어의 시간 표현 체계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중국어와 일본어에서는 어떻게 쓰나?
중국어에서 ‘时间(시간)’은 개념적·추상적 시간 또는 지속의 범위를 나타낼 때만 쓰고, “8个小时工作。(8시간 일하다)”처럼 시간의 양(量)(단위)은 ‘小时’로, “现在几点?(지금 몇 시야?)”처럼 특정 시각을 물을 때에는 ‘几点(몇 시)’처럼 별도의 표현을 사용한다. 물론 한국어에서도 “지금 시간은 2시 20분입니다”라고도 하지만 “지금 몇 시야?”라고 특정 시각을 물을 때는 ‘몇 시(時)’를 쓰기도 한다(한국어도 구어에서 시간/시를 구분한다).
일본어에서는 메이지 이후로 서양식 시간 단위(hour)를 時間(시간)으로 명확히 단위화했고, “時間がない(시간이 없다; 여유가 없음)”, “時間をかける(시간을 들이다)”처럼 時間이 양과 개념 모두를 포괄하지만, “今何時ですか。(지금 몇 시입니까?)”처럼 시각(何時, なんじ)을 말할 때는 별도의 표현을 사용한다. 즉 “2時間[にじかん], 2시간(duration, 시간의 양·길이)”, “(1日)8時間働(はたら)く。(하루에 8시간 일하다)”처럼 時間(시간)은 수량(길이)과 결합해 ‘단위·양(量)’으로 쓰이고, 시계상의 ‘정확한 시간(분 단위, point in time)’은 何時(なんじ)/時刻(じこく)/時(じ)+分(ふん)으로 구별하여 쓴다.
한편, ‘때(시각)’를 나타내는 장치, 또는 시간을 재는 기계를 시계【時計】라고 하는데, 이는 일본식 한자어이고, 중국어로는 表(표), 또는 钟表[zhōngbiǎo]라고 한다.
[한국어의 시간 표현 관련글] 지난해, 작년(昨年)과 전년【前年】(브런치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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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1(時間)① n. 어떤 행동을 할 틈. 어떤 일을 하는 때. 또는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동안.
㊥ 时间[shíjiān], ㊐ 時間(じかん). Ⓔ time
예) 밥 먹을 시간도 없다. 시간이 걸리다. 시간을 아끼다. 珍惜时间。zhēnxī shíjiān. ㊐ 時間(じかん)を節(せっ)する。
시간1(時間)② n. 어떤 일을 하기로 정해진 동안.
㊥ 时间[shíjiān], ㊐ 時間(じかん). Ⓔ hour(s)
예) 근무 시간【勤務時間】[‥#‥],[·-씨‧] 工作时间[gōngzuò shíjiān]; 办公时间[bàngōng híjiān], ㊐ 勤務時間(きんむじかん), working hours. 노동 시간(勞動時間)[‥#‥],[·-씨‧] 劳动时间[láodòng shíjiān], ㊐ 労働時間(ろうどうじかん), working hours. 수업 시간【授業時間】[―씨‧] 上课时间[shàngkè shíjiān], ㊐ 授業時間(じゅぎょうじかん), class hours; lesson hours.
시간2(時間) ‘숫자+ ~’ (의존명사)
㊥ 小时[xiǎoshí], ㊐ 時間(じかん). Ⓔ time; hours; amount of time
예) (하루) 8시간 노동하다[여덜씨간#…].=8시간 일하다. 八个小时工作。bāge xiăoshí gōngzuò. ㊐ (1日)8時間(はちじかん)労働(ろうどう)する; 8時間働(はたら)く。 두 시간 동안 이야기하다[두ː시간똥안#…‥]. 谈上两个小时。tánshang liǎng ge xiǎoshí.
cf) ‼한국어와 일본어에서는 ‘시간의 양’을 나타낼 때도 ‘시간(時間)~時間(じかん)’이라고 하는데, 중국어에서는 ‘小时[xiǎoshí]’를 씀.
시간표(時間表)① n. 시간을 나누어 할 일 따위를 적어 넣은 표. =일과표【日課表】 一天的日程表[yītiān de rìchéngbiăo]; 作息时间表[zuòxī shíjiānbiǎo], ㊐ 日課表(にっかひょう)
㊥ 时间表[shíjiān biăo], ㊐ 時間割[じかんわりり]. Ⓔ timetable
예) 수업 시간표〘授業時間表〙. 课表[kèbiǎo]; 功课单[gōngkèdān]; 课程时间表[kèchéng shíjiān biăo], ㊐ 授業時間割(じゅぎょう じかんわり); 時間割[じかんわりり]
시간표(時間表)② n.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기차·비행기·버스·배 등이 출발하고 도착하는 시간을 적어 놓은 표.
㊥ 时刻表[shíkè biǎo], ㊐ 時刻表(じこくひょう). Ⓔ timetable
예) 고속버스 시간표(高速bus時間表) 汽车时刻表[qìchē shíkè biăo]. 기차 시간표〘汽車時間表〙=열차 시간표〘列車時間表〙 火车时刻表[huŏchē shíkèbiăo] 列车时刻表[lièchē shíkèbiăo], ㊐ 電車の時刻表; 列車(れっしゃ)の時刻表(じこくひょう)
시각1(時刻) n. (특정한) 시간의 한 지점.
㊥ 时刻[shíkè]; 时间[shíjiān];时候[shí·hou], ㊐ 時刻(じこく). Ⓔ time; o’clock
예) 일출 시각(日出時刻); 해 뜨는 시각. 日出时间. 출발 시각【出發時刻】 出发时间, ㊐ 出発時刻(しゅっぱつじこく). 현지 시각【現地時刻】 当地时间[dāngdì shíjiān], ㊐ 現地時刻(げんちじこく).
시점2【時點】 [-쩜]ⓣ n. 시간의 흐름 가운데 어떤 한 순간. ≒시각(時刻): 시간의 한 점.
㊥ 时刻[shíkè]; 时间点, 时间[shíjiān]; 时点[shídiǎn], ㊐ 時点(じてん). Ⓔ point in time; time point
예) 그때 그 시점에는 나는 진실을 몰랐다. 在那个时间点,我还不知道真相。개시 시점【開始時點】[‧-쩜] 开始的时刻, ㊐ 開始(かいし)時点(じてん); 始(はじまり)の時(とき). at the start; zero hour. 예) 공사 개시 시점〘工事開始時點〙 工程开工时刻[gōngchéng kāigōng shíkè]. ↔종료 시점【終了時點】[-뇨-쩜] 结束时间[jiéshù shíjiān]; 终止日期[zhōngzhǐ rìqī], ㊐ 終了時点(しゅうりょうじてん). 현재 시점【現在時點】[현ː‧-쩜]; 현시점【現時點】[현ː-쩜] 当前[dāngqián], 当前时点, 现在这个时间点; 目前[mùqián], ㊐ 現在時点(げんざい じてん); 現時点(げんじてん).
cf) ‼중국어에서는 주로 ‘时刻; 时间点’을 쓰고, 时点[shídiǎn]은 일본어의 영향으로 경제·통계·재무 분야의 보고서(문어)에 주로 쓰임. 예) 在这一时点,公司利润下降。(이 시점에서 회사 이익이 감소했다). 从当前时点来看…(현재 시점에서 보기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