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머무름, 체류(滯留)와 체재【滯在】

한자어의 사전적 의미와 실제 사용의 괴리; 일본식 한자어의 제한적 사용

한국어 어휘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한자어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자어들 가운데는 중국식 전통적 한자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부이긴 하지만 한국식 한자어도 있고, 근대 이후 서구 개념을 번역·수용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일본식 한자어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한자로 이루어져 있어 형태만으로 이것들을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체계(體系/体系), 체제(體制/体制), 체재【滯在】’는 모두 일본에서 만들어진 일본식 한자이다. 이 가운데 ‘체계’와 ‘체제’는 한국어는 물론 현대 중국어에서도 일반적으로 쓰이는 반면, ‘체재’는 중국어에서는 쓰지 않는 말이다. 같은 일본식 한자어라도 언어별로 정착 양상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이다.

‘체류(滯留)’는 전통적 한자어이고, ‘체재【滯在】’는 일본식 한자어이다. 두 단어는 모두 ‘머무르다’라는 뜻을 지닌 말이지만, 그 기원과 한국어에서의 용법, 정착 과정은 다르다. 특히 ‘체재【滯在】’는 근대 이후 한국어에 유입된 일본식 한자어 가운데 사용 범위가 매우 제한적인 특이한 사례이다.

체류(滞留)는 滯(머무를/정체될 체)와 留(머무를 류)가 결합된 말로, ‘오랫동안 이동하지 않고 머물러 있음’을 뜻한다. 의미의 중심이 ‘머무르다’라는 행위나 사실에 있어서 머무르는 행위·사실의 서술에 잘 어울리고, 시간 표현과도 자연스럽게 결합한다. 현대 한국어에서 체류는 ‘체류 기간’이나 ‘체류 기간 연장’, ‘불법 체류’, ‘체류 자격’과 같은 행정·법률 용어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해외 체류 경험’이나 ‘해외에 체류하는 동안’과 같이 개인의 경험을 서술하는 맥락에서도 널리 쓰인다.

반면에, 체재【滞在】는 일본의 근대에 서양의 ‘stay(in), residence’ 등의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滯(머무를 체)와 在(있을/존재할 재)를 결합해 만든 일본식 한자어이다. 일본어에서는 “海外に滞在する。(해외에 체재하다)”처럼 동사·명사 모두로 폭넓게 쓰이지만, 한국어에서는 ‘어디에 있음’, 또는 ‘일정 기간 머물러 있음’이라는 상태를 개념적으로 표현하는 말이어서, 행위나 과정의 서술보다는 명사적 용법에 한정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체재 비용; 체재비를 지급하다’처럼 여행·거주·출장 등의 ‘일정 기간 머무르는 비용’을 나타내는 고정적 표현에서만 제한적으로만 쓰인다. 예를 들어, ‘해외(海外) 체재’, ‘장기(長期) 체재’라는 표현은 문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언어 사용에서는 같은 자리에 ‘체류’를 쓰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한국어에서는 ‘머무는 기간’은 거의 항상 ‘체류 기간’이라고 하는 것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이러한 차이는 한국어 어휘 체계 안에서 한자어가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정착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전통 한자어인 ‘체류(滯留)’는 한국어 내부의 의미·통사 체계와 잘 결합하여 폭넓게 쓰이는 반면, 일본식 한자어인 ‘체재【滯在】’는 한국어의 표현 습관과 충분히 결합하지 못하고 제한된 용법으로만 쓰이고 있다. 이는 어휘의 생존과 확산이 어원 자체보다도 한국어 내부에서의 사용 가능성과 생산성에 의해 결정됨을 시사한다.

결국 ‘체류’와 ‘체재’는 사전적 의미만 보면 유사해 보이지만, 그 어원과 용법, 그리고 한국어 내에서의 정착 양상은 뚜렷이 다르다. ‘체류’는 전통적 한자어로서 한국어와 중국어에서 의미와 용법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온 반면, ‘체재’는 일본식 한자어로서 한국어에서는 제한된 결합 속에서, 제한된 역할만 수행한다. 이러한 대비는 일본식 한자어가 한국어 어휘 체계 속에서 어떻게 선택되고 재편되는지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어떻게 쓸까?

한국어에서는 ‘체류’가 행정적·일반적으로 폭넓게 쓰이지만, 중국어에서는 더 세분하여 표현한다. 滞留[zhìliú]는 “非法滞留(불법 체류)”처럼 한국어의 ‘체류’(행정적)와 비슷하게 행정·출입국·법률 등의 전문 용어로 쓰인다. 그래서 비자가 만료된 상태의 체류 등 규제 대상일 때는 “非法滞留者(불법 체류자), 非法滞留的时间(불법 체류 기간)”처럼 쓴다. 일반적인 여행이나 단기 체류 기간은 停留[tíngliú]가 가장 표준적인 표현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여행·단기 체류 기간은 “在日本的停留时间为15天 (일본에서의 체류 기간은 15일이다)”처럼 입국 카운터, 비자 안내문, 항공사 안내 등에서 널리 사용된다. 逗留[dòuliú]는 “在上海稍作逗留。zài shànghǎi shāo zuò dòuliú. (상해에서 잠시 머물다)”처럼 비교적 짧은 시간 ‘머무르다’의 뜻에 가까운 문어적·문학적 표현이어서, 일반적인 행정 문서에서는 잘 쓰지 않는다. 요컨대 중국에서는 행정적 체류와 일반적 머무름을 구별하여 쓴다.

일본어에서는 滞留(체류), 滞在(체재)를 명확히 구별하여 쓴다. 滞留(체류)는 ‘滞留期間(체류 기간)’, ‘長期滯留(장기 체류)’, ‘滞留資格(체류 자격)’, ‘不法滞留(불법 체류)’처럼 행정·출입국·법률 용어로 사용되는 전문 용어인 반면, 滞在(체재)는 “短期滞在(단기 체류), 滞在先(체류지), 滞在費(체재비)”처럼 일반적인 ‘머무름’을 표현하는 데 폭넓게 쓴다. 그래서 비자 명칭에서도 “短期滞在ビザ(단기 체류 비자)”처럼 滞在(체재)를 쓴다. 즉 한국어에서는 ‘체류’가 일반 용어로 넓게 쓰이지만, 일본어에서는 체재(滞在)가 일상 용어이고, 체류(滞留)는 전문 용어이다. 그래서 한국어에서는 ‘불법 체류자’가 일반적이고 ‘불법 체재자’라는 말은 없지만, “不法滞在者 強制送還(불법 체류자 강제 송환)”처럼 일본어에서는 가능한 표현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한국과 중국에서 쓰지 않는 在留(재류)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在留(재류)는 ‘在留期間(체류 기간), 在留カード(체류 카드, 외국인이 일본에 머무를 수 있는 증명서, residence card)’처럼 비자·출입국 관련 분야에서 일본 정부가 인정한 ‘체류 지위·자격’을 가리키는 행정·법률 용어로, 일반 여행·방문에서의 ‘체류: 머무르는 것’을 뜻하는 ‘滞在(체재)’와 구별하여 사용한다.



체류(滯留)(-하다) n. (주로) 외국에 가 머물러 있음. =거류(居留); 체재【滯在】

㊥ 滞留[zhìliú] ; 停留[tíngliú], 居留[jūliú], 逗留[dòuliú] ㊐ 滞留(たいりゅう); 居留(きょりゅう); 滞在(たいざい); 在留(ざいりゅう).

예) 중국 체류 기간. 불법 체류〘不法滯留〙[‥#‥],[-뻡‥] 非法滞留[fēifǎ zhìliú], ㊐ 不法滞在(ふほうたいざい); 不法残留(ふほう ざんりゅう). 불법 체류 노동자(勞動者) 非法滞留的劳动者[fēifă zhìliú de láodòngzhĕ], ㊐ (外国人の)不法滞在(ふほうたいざい)労働者(ろうどうしゃ)

체류 기간(滯留期間) n.

滞留期間[zhìliú qījiān] ; 滞留时间[zhìliú shíjiān], 滞留期限, ㊐ 在留期間(ざいりゅう きかん); 滞在期間(たいざいきかん); 滞留期間(たいりゅうきかん).

예) 관광객의 체류 기간은 15일이다. 旅客的停留时间为15天。㊐ 旅行者の滞在期間は15日である。체류 기간 연장(滯留期間延長); 체류 기간을 연장하다. 延长滞留时间; 延长滞留期限。㊐ 滞在期間(たいざいきかん)を延長えんちょうする。체류 기간을 갱신하다(외국인 등록, 비자 연장). 在留期間を更新する。 해외 체류 기간 海外滞留时间。hăiwài zhìliú shíjiān. 체류 자격과 기간에 관한 법적 근거는 각각 출입국 관리법의 시행령과 시행 규칙이다. 체류 기간 만료(滿了) 滞留期满[zhìliú qīmăn]

cf) !한국어에서는 ‘체류’가 행정적이든 일반적이든 폭넓게 쓰이므로 “외국인의 체류 기간 연장, 관광객 체류 기간, 단기 체류 기간”처럼 ‘머무는 기간’을 거의 항상 ‘체류 기간’이라고 하지만, 중국어에서는 행정적 체류(滯留)는 ‘滞留’, 일반적인 체재(滯在)는 ‘停留(한국어의 체재)’로 구별하여 쓴다. 즉, 행정·법률 분야에서는 “非法滞留的时间”처럼 비자가 만료된 상태의 체류 등 규제 대상일 때는 ‘滞留期間’이라고 하고, 일반적인 여행·단기 체류 기간은 “在日本的停留时间为15天 (일본에서의 체류 기간은 15일)”처럼 停留时间이 가장 표준적이어서, 입국 카운터, 비자 안내문, 항공사 안내 모두 停留를 사용한다. 반면에 일본어에서는 한국어와 반대로 일반용어는 ‘체재(滞在)’를, 행정 용어는 ‘체류(滞留)’를 쓰는 것이 표준이어서, “日本での滞在期間は15日です。(일본에서의 체류 기간은 15일입니다)”처럼 일반 여행·출장 등 일상적 머무름은 모두 滞在(체재)를 써서 滞在期間(たいざい きかん)이라고 하고, 비자·법무성·출입국 관리 등에서는 “在留資格に基づく滞留期間(재류 자격에 기초한 체류 기간)”처럼 ‘재류 자격(在留資格)’, ‘滞留期間(たいりゅう きかん)’을 씀.

체류 기한(滯留期限) n.

滞留期限 ; 停留期限, 逗留期限[dòuliú qīxiàn], ㊐ 滞在期限(たいざい きげん); 在留期限(ざいりゅう きげん)(행정용)

예) 체류 기한이 다가오다. 체류 기한을 연장하다. (법률적)延长滞留期限。(일반 여행)延长停留期限

체류 목적〘滯留目的〙 [―쩍] n.

停留目的[tíngliú mùdì], 逗留目的, ㊐ 滞在目的(일반); 在留目的(비자)

예) 체류 목적을 밝히다.

체류 시간〘滯留時間〙 [‧-씨‧]ⓣ n. 停留时间[tìngliù shìjián], 예) 체류 시간이 짧다[‧-씨가니#짤따]. 도쿄(東京)에서의 체류 시간은 어느 정도입니까? ㊐ 東京での滞在時間はどのくらいですか。이 박물관의 체류 시간은 평균 2시간입니다. ㊐ この博物館の滞在時間は平均2時間です。 cf) ㊐ 滞在時間(たいざいじかん): 관광, 출장, 방문, 일상적으로 머무르는 시간 등 모든 상황에서 사용.

체류 시기〘滯留時期〙 n.

滞留时间[zhìliú shíjiān] ; 停留时期, 逗留时期, ㊐ 滞在時期(たいざい じき)

예) 두 사람의 미국 체류 시기가 겹치다.

체류자(滯留者) n. 체류하고 있는 사람

滞留者[zhìliúzhě] cf) ㊐ 滞在者(たいざいしゃ).

예) 불법 체류자〘不法滯留者〙[-뻡#…] 非法滞留者[fēifǎ zhìliúzhě], ㊐ 不法滞在者(ふほう たいざいしゃ), those without a valid visa

체류 자격〘滯留資格〙 n.

停留许可(단기, 긴급 체류), 居留许可(장기 체류·거주), ㊐ 在留资格(ざいりゅう しかく); 滞在資格(たいざいしかく)

예) 체류 자격을 주다. 체류 자격을 얻다. 체류 자격 변경 ㊐ 在留資格の変更. 체류 자격 변경을 신청하다. ㊐ 在留資格の変更を申請する。체류 자격과 기간에 관한 법적 근거는 각각 출입국 관리법의 시행령과 시행 규칙이다. 외국인의 체류 자격은 출입국 관리법 제12조, 시행령 별표1에 A,B,C,D,E,F,G,H의 8개 그룹으로 분류하고, 체류 자격별로 체류 활동 범위를 명시하고 있다.

체류 조건〘滯留條件〙 [‥-껀] n.

停留条件[tíngliú tiáojiàn], ㊐ 在留条件(ざいりゅう じょうけん); 滞留条件(たいりゅう じょうけん)

예) (특정 비자에서 허용되는 활동 범위 등) 체류 조건의 범위 안에서 활동하다. ㊐ 在留条件の範囲内で活動する。

체류 허가(滯留許可) NP 체류를 허가하다.

滞留许可[zhìliú xŭkĕ]; 居留许可[jūliú xǔkě], ㊐ 在留許可(ざいりゅう きょか)

예) 체류 허가를 신청하다. 申请居留许可。㊐ 在留許可を申請する。 체류 허가를 얻다.

체류하다(滯留+_하다)(-에) ~체류하여/체류해 vi. =체재하다【滯在―】; 머물다; 머무르다.

滞留[zhìliú]; 停留[tíngliú]; 居留[jūliú]; 逗留[dòuliú] ㊐ 滞在(たいざい)する. stay in

예) 중국에 얼마나 체류할 건가요? 你打算在中国呆多久? 일본에 체류하는 중이다. ㊐ 日本に在留中である。


체재1【滯在】 n. (주로 외국의) 객지에 가서 머무르는 일. =체류(滯留)

㊥ 滞留[zhìliú], ㊐ 滞在(たいざい); 滞留(たいりゅう).

예) 체재 비용【滯在費用】; 체재비【滯在費】=체류비【滯留費】 滞留费用[zhìliú fèiyòng], ㊐ 滞在費(たいざいひ); 滞留費(たいりゅうひ).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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