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면목(眞面目)과 진가【眞價】, 본령【本領】

―한자어가 보여 주는 대상에 대한 인식의 층위

한국어의 진면목(眞面目)과 진가【眞價】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람이나 사물의 참된 모습과 가치를 가리키는 말이며, 본질(本質)과 본령【本領】은 대상이 지닌 근본적 성격이나 특질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사람이나 사물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실제의 모습이 다를 수 있고, 현재의 평가와 본래의 가치가 어긋날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그것이 무엇인지와 어떤 자리에 놓여야 하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적절한 단어를 골라서 써야 한다. 진면목(眞面目), 진가【眞價】, 본질(本質), 본령【本領】은 의미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의미상 비슷한 것 같지만, 의미의 초점과 쓰이는 맥락, 용법은 서로 다르다.

먼저, 진면목(眞面目)은 ‘참 진(眞)’과 얼굴·모습을 뜻하는 ‘면목(面目)’이 결합한 전통적 한자어로, ‘본래의 모습; 본모습, 참모습’을 뜻한다. 사람뿐 아니라 사물이나 조직의 실상을 가리킬 때 쓰인다. 어떤 인물이나 사물이 특정한 계기로 실제 모습을 드러낼 때, 그 결과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진면목을 드러내다’, 또는 ‘진면목이 드러나다’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진면목의 핵심은 평가 이전의 상태에 있다. 즉 무엇이 드러났는지를 말하는 것일 뿐, 그것의 가치를 판단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진면목은 현상적·서술적 성격을 지닌다.

이에 비해 진가【眞價】는 ‘참된 가치’를 뜻하는 말로, 근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일본식 한자어이다. 진가는 겉으로 매겨진 평가나 일시적인 성과와 대비되는 본래의 가치를 가리킨다. ‘진가를 발휘하다’, ‘시간이 지나 진가가 드러나다’와 같은 표현에서 보듯, 진가는 비교와 검증을 거친 뒤에 확인되는 가치이며, 거의 항상 긍정적 평가를 전제한다. 진면목이 ‘무엇이 드러났는가’를 말하는 것이라면, 진가는 ‘그 드러난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표현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본질(本質)은 ‘근본 본(本)’과 ‘바탕 질(質)’이 결합한 말로, 어떤 대상이 지닌 근본적 속성이나 성질을 뜻한다. 본질은 일상적 경험보다는 분석과 사유의 대상이며, 철학·학문·이론적 담론에서 자주 쓰인다. ‘문제의 본질’,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다’와 같은 표현에서 보듯, 본질은 사람뿐 아니라 사태(事態)·현상·제도 등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나 평가가 아닌, 대상의 구조적 특성을 규명할 때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본령【本領】은 ‘근본 본(本)’과 ‘영역(領域)’을 뜻하는 領(거느릴 령)’이 결합한 말로, ‘본래 맡은 영역’이라는 뜻이다. 본래는 한자 문화권에서 오래전부터 쓰인 전통적 한자어지만, 일본과 한국, 중국에서 쓰이는 의미는 서로 다르다. 본래 일본어에서는 “本領を発揮する(능력/진가를 발휘하다)”처럼 주로 ‘(사람의) 능력, 진가(眞價), 또는 특질’의 뜻으로 쓰이거나, 영역(領域)·분야(分野)의 뜻으로 쓰이고, 중국어에서는 ‘능력(能力)·재능(才能), 기량(技倆)·수완(手腕)’의 뜻으로 쓰인다. 그런데 한국어에서는 이러한 의미가 아니라 ‘교육의 본령’, ‘정치의 본령’, ‘학문의 본령’처럼 어떤 활동이나 제도가 ‘본래 놓여야 할 자리, 마땅히 담당해야 할 영역’, 또는 ‘본질적 영역이나 역할’을 가리키는 의미로 쓰인다. 이때 본령은 의미상 본질과 가까우면서도, 단순한 속성이나 성질보다는 ‘어디에 놓여야 하는가’, 또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규범적·당위적 개념으로 쓰인다.


이처럼 이들 어휘는 모두 ‘참된 모습’, 또는 ‘본바탕’과 관련이 있지만, 쓰이는 맥락은 서로 다르다. 진면목은 어떤 계기로 드러난 대상의 참모습이고, 진가는 검증된 가치, 또는 가치 평가에, 본질은 존재를 존재답게 하는 것, 즉 존재의 속성에, 본령은 근본적 영역에 초점이 있다. 즉 한국어 어휘 체계 안에서 이 단어들은 ‘모습·가치·속성·영역과 규범’이라는, 인식의 층위를 세분하여 담당하는 것으로,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보여 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어사전에 ‘본령(本領)’의 뜻풀이는 뭐라고 되어 있을까?

《표준국어대사전》(1999)과 《고려대학교 한국어사전》(2009) 등에서는 ‘① 근본이 되는 강령이나 요점. ② 본디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영지(領地). 또는 본래부터 전해 오는 영토나 영역’이라고 풀이하고 있으나 모두 부적절한 설명이다. 첫 번째 뜻은 1920년에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조선어사전》에서 ‘근본이 되는 강령’이라고 풀이한 것을 따온 것으로 보이는데, 100년이 지난 지금도(전혀 그런 뜻으로 쓰이지 않음에도) 그렇게 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두 번째 뜻풀이로, 이는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 사전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本領】(ほん‐りょう) 2 中世、開発以来代々領有している私領。출처: https://kotobank.jp/word). 이희승의 《국어대사전》(1961년 초판 발행, 1982, 수정증보판)에서는 ‘① 본래의 영지(領地). 대대로 내려오는 영지. ② 근본이 되는 강령(綱領). ③ 가장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면. ④ 본성(本性)’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신기철·신용철의 《표준국어사전》(을유문화사, 1958년 초판 발행, 1966년 수정7판)에서는 ① 근본이 되는 강령. ② =본성(本性)①‘이라고 풀이했다가, 이보다 나중에 펴낸 《새우리말큰사전》(1985년 제6차 수정증보판)에서는 오히려 ① 본래의 영지(領地). 대대로 내려오는 영지. ② 근본이 되는 강령(綱領). ③ =본성(本性)①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한글학회에서 발간한 《우리말큰사전》 초판은 확인하지 못했으나, 《우리말큰사전》(1992)에도 ’① 본디부터 내려오는 영토나 영역. ② 근본이 되는 큰 줄거리나 요점. ③ =본성(本性)‘이라고 되어 있다.

오직 《연세 한국어사전》(1998)만이 ‘① 활동의 중심이 되는 영역. ② 본래의 특성’이라고 풀이하고, 그 용례로 ‘정치의 본령’, ‘한국 사상 전체의 본령’을 각각 들고 있다. 거의 유일하게 다른 사전들을 베끼지 않고 언어 현실에서 쓰이는 의미와 용법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연세 한국어사전》의 뜻풀이가 적절한 사례는 또 있다. ‘거래(去來)’의 뜻으로 쓰이는 매매【賣買】는 본래 ‘매매(買賣)’로 쓰던 것이다. 18세기 문헌인 <번역노걸대>(飜老下, 65a1-5)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매매【賣買】는 일본식 표기이다. 이것도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조선어사전》을 베낀 것인데, 대부분의 사전은 뜻풀이 역시 ‘물건을 팔고 사는 일’이라고 풀이하고 있지만, 《연세 한국어사전》만이 ‘물건을 사고 파는 일’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우리는 물건을 사고 팔지, 팔고 사지 않는다. 표제어 수가 적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사전의 뜻풀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좋은 사례로 볼 수 있다.



진면목(眞面目) n. (어떤 사람이나 사물이 본디부터 지니고 있는) 그대로의 상태. 또는 참모습. =진가【眞價】[-까]

㊥ 真面目[zhēnmiànmù]; 本来面目[běnlái miànmù], ㊐ 真面目(しんめんもく).

예) 진면목을 발휘하다(發揮―). 진면목이 드러나다. 진면목을 발견하다(發見―). 진면목을 확인하다(確認―).

cf) ‼한국어 진면목(眞面目)과 중국어 真面目[zhēnmiànmù]은 명사로만 쓰이는 데 반해, 일본어 真面目은 (발음에 따라) 두 가지 뜻으로 쓰임. ① (명사) 真面目(しんめんもく) 진가【眞價】, 또는 참모습의 뜻, ② (형용사) (真面目(まじめ)だ, 真面目な의 형태로 쓰여) 성실하다, 진지하다. 예) 真面目(しんめんもく)を発揮(はっき)する。(진면목/진가를 발휘하다). 有能で真面目(まじめ)だ。(유능하고 성실하다). 試合に臨(のぞ)む姿勢(しせい)が真面目(まじめ)だ。(시합에 임하는 자세가 진지하다). <참고> しん‐めんもく【真面目】[名·形動]1. 人や物事の本来のありさまや姿。真価。「真面目を発揮する」「真面目を保つ」 2. まじめであること。また、そのさま。まじ‐め【真面目】[名·形動]《「まじ」は「まじまじ」の「まじ」と同じか》 うそやいいかげんなところがなく、真剣であること。本気であること。また、そのさま。「真面目な顔」「真面目に話をする」 (真面目(しん‐めんもく) 1. (사람이나 사물의 본래 모습이나 모양. =진가(眞價). 예) 진면목을 발휘하다. 진면목을 유지하다. 2. 성실한 것. 또는 그 모양. 【真面目(まじ‐め)】 거짓이나 적당히 하는 것이 없는 것. 진지한 것. 진심인 것. 또는 그런 모양. 예) 진지한 얼굴. 진지하게 말을 하다(출처: https://dictionary.goo.ne.jp).


진가【眞價】 [-까] n. (사람이나 사물의) 참된 값어치. =진면목(眞面目) 真面目[zhēnmiànmù]; 本来面目[běnlái miànmù], ㊐ 真面目(しんめんぼく).

㊥ 真实价值[zhēnshí jiàzhí]; 真正价值[zhēnzhèng jiàzhí], ㊐ 真価(しんか).

예) 진가를 발휘하다. 发挥真实价值。fāhuī zhēnshí jiàzhí. ㊐ 真価(しんか)を発揮(はっき)する。

cf) ‼한국어와 일본어의 진가【眞價[真価](しんか)】는 ‘진면목(眞面目), 참모습’의 뜻이지만, 중국어 ‘真价’는 ’(부풀리지 않은) 진실한 가격 또는 가치(價値, worth)’의 뜻임. 예) 坚持“真药、真价、真情”的原则。以“真情、真品、真价”奉献于社会。('진정, 진품, 진가'로 사회에 봉사하다.) 假酒卖“真价”! 一箱茅台卖19500元、获利翻5倍!(가짜 술을 ‘진짜 값’에 팔다! 마오타이(茅台) 한 상자를 19,500위안에 팔면 5배가 넘는 수익을 올린다!)


본질(本質) n. ①본디부터 갖고 있는 사물 독자의 성질이나 모습. =본바탕〘本--〙. ②(철학에서, 사물의) 현상의 뒤에 있는 실재(實在). ↔현상(現象)[현ː·] 现象[xiànxiàng], ㊐ 現象(げんしょう): (본질이나 객체의) 겉으로 나타난 모양이나 모습.

㊥ 本质[běnzhì], ㊐ 本質(ほんしつ).

예) 생명의 본질. 삶의 본질


본령【本領】 [볼-] n. 본래의 영역. 또는 근본적 특질. =본질(本質).

㊥ 中心领域[zhōngxīn lǐngyù], 根本特征[gēnběn tèzhēng] ; 本质[běnzhì], ㊐ 本領(ほんりょう); 本質(ほんしつ).

예) 교육(敎育)의 본령(本領) 教育的中心领域; 教育的本质, ㊐ 教育の本質(ほんしつ). 문학(文學)의 본령 文学的中心领域; 文学的本质, ㊐ 文学(ぶんがく)の本領; 文学(ぶんがく)の本質. 정치(政治)의 본령. 학문(學問)의 본령

cf) !일본어에서는 “本領を発揮する(능력/진가를 발휘하다)”처럼 주로 ‘(사람의) 능력, 진가(眞價), 또는 특질’의 뜻으로 쓰이거나(【本領】(ほん‐りょう) 1 その人の備えているすぐれた才能や特質。(그 사람이 갖추고 있는 재능이나 특질). 출처: https://kotobank.jp/word). 本領(ほんりょう), 또는 영역(領域)이나 분야(分野)의 뜻으로 쓰임(その能力を発揮すべき本来の分野・持ち場(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본래의 분야·영역, 자리), 広辞苑(こうじえん), 제7판). 한편 중국어 本领[běnlǐng]은 “雨村最赞这冷子兴是个有作为大本领的人(우촌은 이 냉자흥이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매우 칭찬합니다)”(《홍루몽》, 제2회)처럼 ‘능력(能力)·재능(才能), 기량(技倆). 수완(手腕)’의 뜻으로 쓰인다(本领,即能力,就是指顺利完成某一活动所必需的主观条件。泛指技能,能力。(본령은 즉 능력으로, 활동을 성공적으로 완성하는 데 필요한 주관적인 조건을 의미한다. 기능, 능력을 가리킨다). 용례 및 풀이 출처: 바이두 https://www.baidu.com/).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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