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間諜), 첩자(諜者), 세작(細作); 밀정【密偵】

스파이(spy)를 가리키는 한자어: 일본식 한자어의 의미 분화

현대 한국어에서 ‘스파이(spy)’를 가리키는 말로 가장 흔히 쓰이는 단어는 ‘간첩(間諜)’이지만, 이와 유사한 의미를 가진 여러 한자어들이 더 있다. 세작(細作), 첩자(諜者), 밀정【密偵】, 간자【間者】 등이 그것이다. 밀정【密偵】은 근대 이후 일본 경찰 제도 도입과 함께 한국에 유입된 일본식 한자어이고, 그밖에 첩자(諜者), 세작(細作), 간자【間者】 등은 중국 고전 문헌에서 유래한 말이지만 현대에는 주로 역사 소설이나 사극(史劇), 학술 문헌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이들 용어는 모두 비밀리에 정보를 수집하거나 적진에 침투하는 사람을 가리킨다는 공통점을 지니지만, 각각의 어원과 뉘앙스, 그리고 쓰이는 맥락은 조금씩 다르다.


먼저 간첩(間諜)은 ‘間(사이 간) + 諜(엿볼 첩)’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전통적 한자어이다. ‘間’은 경계를 넘나드는 행위를, ‘諜’은 ‘정탐하다, 엿보다’의 뜻으로 정보 수집 활동을 강조하여 적진과 아군 사이에서 정보를 염탐하는 자를 가리키는 말로 국제법상 스파이를 지칭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세작(細作)의 ‘細(가늘 세)’는 세밀함, 은밀함을, ‘作(지을 작)’은 행위, 활동을 의미하여, ‘은밀하게 활동하는 자, 몰래 공작하는 사람’, ‘은밀한 공작(工作)’을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중국 소설, 특히 《삼국지연의》, 《수호전》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이다.

첩자(諜者)는 ‘諜(엿볼 첩) + 者(사람 자)’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전통적 한자어로, 정탐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므로 ‘간첩(間諜)’과 거의 동의어로 쓰이지만 더 문어적이고 고전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용 빈도가 낮다.

밀정【密偵】의 ‘密(비밀 밀)’은 은밀함을, ‘偵(엿볼 정)’은 ‘정탐하다, 살피다’의 의미를 가진 말로, 일반적으로 경찰이나 정보 기관에서 파견한 비밀 요원을 가리킨다. 2016년에 개봉된 영화 밀정【密偵】에서도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을 정탐하거나 밀고하는 조선인 첩자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된 바 있다. 이처럼 주로 독립운동을 탄압하는 데 쓰였기 때문에'오늘날 ‘밀정’은 단순한 정보원이 아니라 배신자, 매국노라는 강한 도덕적 비난을 내포한다.

마지막으로 간자【間者】는 ‘間(사이 간) + 者(사람 자)’의 결합으로 본래는 《손자병법》에서 다섯 가지 유형의 간자(因間, 內間, 反間, 死間, 生間)를 분류한 데서 온 말이지만 중국어에서는 물론 현대 한국어에서는 거의 쓰지 않고 일본어에서도 군사 전략의 맥락에서 주로 사용되는 말이다.


간첩(間諜), 첩자(諜者), 세작(細作); 밀정【密偵】, 간자【間者】 등 간첩을 지칭하는 한자어들 모두 비밀 정보 활동이라는 공통된 의미를 지니고 있으나, 그 어원과 용법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간첩(間諜)은 현대 한국어에서 가장 공식적이고 중립적인 용어로, 법률, 언론, 학술 분야 등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세작(細作), 첩자(諜者)와 간자【間者】는 모두 중국 고전 문헌에서 유래한 용어로, 은밀한 공작 활동을 강조하며 현대에는 주로 역사 드라마나 소설에서 시대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첩자는 현대 중국어에서도 쓰이지만, 간자【間者】는 중국어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밀정【密偵】은 근대 일본을 통해 한국어에 유입된 말로, 주로 일제 강점기 독립 운동을 탄압 과정에서 쓰임에 따라 부정적 뉘앙스가 강한 말이 되었다.

결국, 언어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다. 현대 한국어에서 간첩(間諜)이 스파이(spy)를 가리키는 공식 용어로 자리잡은 것은 법률 체계의 정비와 국제 관계의 변화를 반영한 결과이며, 밀정【密偵】이 부정적 의미를 갖게 된 것은 식민지 역사의 상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세작(細作), 첩자(諜者), 간자(間者) 등은 특정한 맥락에서 과거의 분위기나 배경을 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어휘의 분화와 전문화는 한국어 어휘를 풍부하게 하는 동시에, 언어가 역사와 문화를 어떻게 기록하고 전승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어떻게 쓰나?

일본어에서 간첩 間諜(かんちょう)[kanchō]은(는) 대부분 고문이나 문어체에서 쓰고 일상적으로는 주로 스파이 スパイ[supai]라고 한다. 중국어에서는 간첩 间谍[jiàndié]이(가) 표준 용어여서, 세작 细作[xìzuò]은(는) 주로 고전 소설에서만 사용되고 특무 特务[tèwù]는 주로 20세기 이후 현대의 특수 공작원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간첩(間諜) [간ː‧] n. 적(敵)·경쟁 상대의 동향이나 실태 등을 몰래 알아내어 자기편에 보고하는 사람. ≒첩자(諜者)[-짜]; 세작(細作)[세ː·]; 밀정【密偵】[-쩡]; 간자【間者】[간ː·]; 염탐꾼〔廉探-〕; 정탐꾼〘偵探-〙; 스파이(spy).

㊥ 间谍[jiàndié]; 谍者[diézhĕ], 密探[mìtàn], 探子[tàn‧zi], 奸细[jiān‧xi], 细作[xì‧zuò], ㊐ 間諜(かんちょう); 間者(かんじゃ); 細作(さいさく); 密偵(みってい); 諜者(ちょうじゃ); スパイ(spy).

예) 간첩 신고〘間諜申告〙[간ː-씬‧]; 간첩을 신고하다. 举报间谍[jǔbào jiàndié], ㊐ スパイ通報(つうほう); スパイを通報する。 고정간첩(固定間諜) 固定间谍[gùdìng jiàndié], ㊐ 固定(こてい)スパイ(spy). 무장간첩(武裝間諜) 武装间谍[wǔzhuāng jiàndié], ㊐ 武装間諜(ぶそうかんちょう); 武装(ぶそう)スパイ. 위장 간첩(僞裝間諜) 伪装间谍[wĕizhuāng jiàndié], ㊐ 偽装(ぎそう)スパイ. 간첩죄(間諜罪)[간ː-쬐/쮀] 间谍罪[jiàndié zuì], ㊐ 間諜罪(かんちょうざい); スパイ罪(ざい). 간첩 활동(間諜活動)[간ː‧#-똥],[간ː처퐐똥] 间谍活动[jiàndié huódòng], ㊐ -; スパイ活動.


첩자(諜者) [-짜] n. 적과 내통하거나 간첩 활동을 하는 사람. =간첩(間諜)[간ː‧]; 밀정【密偵】[-쩡]; 염탐꾼〔廉探-〕

㊥ 谍者[diézhĕ] ; 间谍[jiàndié], 密探[mìtàn], 探子[tàn‧zi], 奸细[jiān‧xi], 细作[xì‧zuò], ㊐ 諜者(ちょうじゃ); 間諜(かんちょう); 間者(かんじゃ); 細作(さいさく); 密偵(みってい); スパイ(spy).

예) 첩자를 색출하다.


세작(細作) [세ː‧] n. (주로 고대에) 간첩 활동을 하는 사람. =간첩(間諜)[간ː‧]; 첩자(諜者)[-짜]; 밀정【密偵】[-쩡]; 간자【間者】[간ː·]; 염탐꾼〘廉探-〙; 스파이(spy).

㊥ 细作[xì‧zuò], 暗探[àntàn], 密探[mìtàn], 探子[tàn‧zi], 奸细[jiān‧xi] ; 间谍[jiàndié], 谍者[diézhĕ] ㊐ 細作(さいさく); 密偵(みってい); 間諜(かんちょう); 諜者(ちょうじゃ); 間者(かんじゃ); まわしもの[回し者]; スパイ(spy).

예) 세작을 보내다.


간자【間者】 [간ː·] n. (옛날에) 적국의 정세를 염탐하는 사람. =첩자(諜者)[-짜]; 간첩(間諜)[간ː‧]; 세작(細作)[세ː·]; 밀정【密偵】[-쩡]; 염탐꾼〔廉探-〕; 정탐꾼〘偵探-〙; 스파이(spy).

㊥ 间谍[jiàndié] ; 谍者[diézhĕ], 密探[mìtàn], 探子[tàn‧zi], 奸细[jiān‧xi], ㊐ 間者(かんじゃ); 間諜(かんちょう); 細作(さいさく); 密偵(みってい); 諜者(ちょうじゃ); スパイ(spy).

예) 간자는 군대의 눈과 귀다. 間者は軍の耳目(じもく )なり。간자를 써서 적정을 살피다. ㊐ 間者を用(もち)いて敵情(てきじょう)を探(さぐ)らしむ。

cf) !본래는 『손자병법』〈용간편(用間篇)〉에서 첩보 활동을 역할별로 분류한 五間(因間·內間·反間·死間·生間)을 유기적으로 운용해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이르던 말로 일본식 한자어라기보다는 한자의 운용에 가까움.


밀정【密偵】 [-쩡]ⓣ n. ① 남몰래 사정을 살핌. 또는 그런 사람. ② 적과 내통하여 우리 쪽의 정보를 팔아먹는 사람. =스파이(spy); 간첩(間諜)[간ː‧], 첩자(諜者)[-짜]; 세작(細作)[세ː·]; 염탐꾼〘廉探-〙.

㊥ 密探[mìtàn], 探子[tàn‧zi], 奸细[jiān‧xi] ; 间谍[jiàndié], 谍者[diézhĕ] ㊐ 密偵(みってい); 細作(さいさく); 間諜(かんちょう); 諜者(ちょうじゃ); スパイ(spy).

예) 밀정을 보내다. 밀정을 색출하다.

cf) 일본어 密偵(みってい)[mittei]는 ‘탐정(探偵), 비밀 수사관’이라는 뜻으로도 쓰임. <참> 공작원【工作員】[‧자권] 工作人员[gōngzuò rényuán]; 特工[tègōng], ㊐ 工作員(こうさくいん): (주로 정당이나 단체를 위해 드러나지 않게) 비밀 활동을 하는 사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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