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文解力〕과 독해력【讀解力】

족보가 없는 말이지만 구별해서 쓰이는 한자어

최근 들어 언론이나 교육 담론에서 ‘문해력〔文解力〕’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시험 문제를 읽고도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간단한 공공 안내문조차 오해하는 사례가 거론되면서, 그 원인을 ‘문해력 저하’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한편 학교 교육이나 평가 영역에서는 오래전부터 ‘독서(讀書): 글을 읽는 것’, ‘독해【讀解】: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 ‘독해력【讀解力】: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라는 말을 썼는데, 언젠가부터 독해력 대신 문해력〔文解力〕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문해력〔文解力〕과 독해력【讀解力】은 모두 ‘글을 이해하는 능력’을 가리키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원과 형성 배경, 그리고 사용되는 장면은 다르다.


독해【讀解】와 독해력【讀解力】은 중국어에서는 쓰지 않는 일본식(한일 공용) 한자어이다. 독해력【讀解力】은 ‘읽을 독(讀)과 + 풀 해(解) + 힘/능력 력(力)’이 결합된 한자어로, 문자 그대로 글을 읽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능력을 뜻한다. 특히 교육이나 평가 영역에서 시험 지문을 정확히 이해하고, 문장 과 문장, 단락과 단락 간의 논리 관계를 파악하며, 사실적 정보를 파악하고 나아가 글쓴이의 관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거나 글의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글쓴이의 의도를 추론하는 능력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따라서 독해력은 비교적 측정 가능하고, 객관식·서술형 등의 평가에 쓰이는 것으로서, ‘독해력이 좋다/높다/낮다’라는 표현도 주로 학습 성취도와 연결되어 사용된다.

반면에 문해력〔文解力〕은 ‘글월 문(文) + 풀 해(解) + 힘/능력 력(力)’을 결합한 표현으로, 중국이나 일본어에서는 쓰지 않는 말이다. 축자적으로만 보면 독해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지만, 이 말은 비교적 최근에 쓰기 시작한 말로 독해력과는 구별되는 말이다. 이 말은 디지털 시대에 들어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리터러시(literacy)’를 번역하여 쓰기 시작한 말이다.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또는 디지털 문해력〘digital文解力〙은 ‘디지털 환경에서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찾고 평가하며 이를 효율적으로 종합·교류하는 개인의 능력’을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문해력〔文解力〕은 ‘the power of literacy’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 말이 읽기 능력 전반, 나아가 정보와 의미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재정립되어 쓰이고 있다. 즉 단순히 글의 뜻을 아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글이 전제하는 사회적·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유용한 정보를 선별하며, 읽은 내용을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실제 상황에서 활용할 줄 아는 능력까지를 포함하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독해력【讀解力】이라는 말은 주로 학교 교육, 시험, 교과 과정, 학습 지도와 같은 제도적 장면에서 사용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독해력이 부족하다”라는 말은 특정 학년 수준의 지문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교적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문제, 또는 학습 능력을 가리킨다.

반면 문해력〔文解力〕은 언론, 정책 담론, 사회 비판의 장면에서 빈번히 등장한다. 공공 문서를 오해하거나, 계약서나 안내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와 같은 독해 능력뿐만 아니라, 온라인 정보의 진위를 가려내지 못하는 현상 등이 모두 ‘문해력 문제’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해력 저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시스템과 사회적 차원의 문제로 확장되어 쓰인다.


이런 점에서 문해력과 독해력은 유의(類義) 관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포함(包含) 관계에 가깝다. 독해력은 문해력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이지만, 문해력은 독해력만으로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두 단어는 구분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 독해력은 교육과 평가 영역의 하나지만, 문해력 저하는 독해력 부족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문해력 저하라는 사회적 문제는 제도적·문화적 맥락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분을 통해 우리는 ‘글을 이해한다’는 능력이 어떤 층위에서 논의되고 있는지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교육과 사회 담론에서 용어 사용의 정확성과 정밀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문해력〔文解力〕이라는 말은 족보가 없는 말이다.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이나 <고려대학교 한국어사전>에서 ‘문해〔文解〕’를 찾으면 ‘글을 읽고 이해함’이라고 풀이하고 있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문해 능력이 떨어지다.’라는 예문을 들고 있다. <고려대학교 한국어사전>에는 아예 예문조차 없다. <우리말샘>에는 ‘문해율〔文解率〕’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은 본래 ‘저개발 도상국은 일반적으로 문해율이 낮다. 특히 여성의 교육 정도와 문해율은 그 사회 발전과 직결된다.’처럼, ‘문맹(文盲): 글을 모름’이라는 말에서 파생된, ‘문맹률(文盲率)’의 반대말이다. 어쨌거나 ‘문해〔文解〕’가 들어간 말이나 용례는 ‘문해력, 문해율’이라는 단어 외에 ‘문해 능력’이라는 말도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문해’라는 말은 ‘문해력, 문해율’이라는 단어를 기준으로 이 단어의 어근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을 떼어내서 그렇게 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더 있다. ‘문해’라는 단어의 품사는 명사로 분류되는데, 문제는 이 말이 명사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어에서 명사는 문장 안에서 주어나 목적어, 보어뿐만 아니라, 여기에 조사와 결합하여 각종 부사어나 심지어 서술어로도 쓸 수 있어야 하는데, ‘문해(文解)’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또 문해〔文解〕와 결합한 ‘-력(力)’은 본래 ‘공권력(公權力), 구심력(求心力), 마력(魔力), 인력(人力), 인내력(忍耐力), 정신력(精神力), 지구력(持久力), …흡수력(吸水力), 흡입력(吸入力)·흡인력(吸引力)’처럼 일부 명사 어근에 붙어 ‘어떠어떠한 힘·역량(力量)’의 뜻으로 쓰이거나, ‘경쟁력(競爭力), 관찰력(觀察力), 구매력(購買力), 군사력(軍事力), 기억력(記憶力), …친화력(親和力), 표현력(表現力)’처럼 ‘어떠어떠한 능력(能力)’을 가리키는 일본식 접미사이다. 지금은 중국어에서도 더러 쓰이지만, 기본적으로 중국어에서는 空军力量[kōngjūn lìliang](공군력), 军事力量[jūnshì lìliàng](군사력)처럼, ‘~力量[lìliàng](역량)’이라고 하거나, 阅读能力[yuèdú nénglì](독해력), 学习能力[xuéxí nénglì](학습 능력)라고 하는 것처럼 ‘~능력(能力)’이라는 형태로 쓰인다.

한편, 글자를 모르거나 읽고 쓰지 못하는 것을 ‘문맹(文盲)’이라고 하고, 그 반대의 경우를 문해〔文解〕라고 한다. 그래서 한 나라의 문맹률(文盲率)의 상대 개념을 문해율〔文解率〕이라고 하는데, 이 단어들은 중국이나 일본어에서는 쓰지 않는 말이다.

한국어에서도 문해력〔文解力〕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실제로 비교적 최근인 동아출판사에서 2023년에 발행한 <초등 새국어사전>(제6판)에도 이 단어는 등록되어 있지 않다.


문해력 저하의 원인에 대한 논란

최근 들어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을 염려하면서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는 분위기다. 문해력이나 독해 능력이 떨어진 원인은 여러 가지가 복합되어 있다. 한겨레신문 이후 신문들이 한글 전용으로 바뀌고, 새로 출간되는 대부분의 책에서 한자가 사라지는 추세와 맞물려 학생들의 학습 부담 경감을 위해서 학교에서 한문 과목을 없애거나 한자 교육이 축소된 것도 무관하지 않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오면서 한류 바람과 함께 입력의 편리성이 곧 한글의 우수성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입력이 편한 것은 거기에 담긴 내용과는 무관할 뿐만 아니라, 읽는 것은 글을 쓰는 것과 반대의 사고 과정이기 때문에, 입력이 편한 것을 강조하는 만큼 우리 아이들의 문해력은 반대로 낮아질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우리 모두가 숙고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문해력의 핵심은 어휘력에 있는데, 한국어 어휘의 70% 이상은 한자어이다. 문해력 문제에서 한자어가 중요한 이유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가운데서도 고급 한국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한자를 익혀야 한다고 하는 상황인데, 외국인들이 치르는 한국어 능력 시험(TOPIK)의 고급에 해당하는 ‘5~6급’ 단어들이 우리나라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이기 때문이다. 바꿔서 생각하면 중학교 이상에서 필수 과목으로 배우던 한자 교육을 선택 과목으로 바꿔 놓고서 문해력 저하를 한탄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독해【讀解】(-하다) [도캐] n. (글을) 읽고서 이해함.

㊥ 阅读理解[yuèdú lǐjiě] ㊐ 読解(どっかい); 読(み)取(と)り·読取[よみとり]. Ⓔ reading comprehension.

예) 독해가 어렵다. 독해는 자신이 있다. 독해 문제【讀解問題】[도캐‥] 阅读理解问题[yuèdú lǐjiěwèntí], ㊐ 読解問題(どっかい もんだい). 독해력【讀解力】, ㊐ 読解力(どっかいりょく)

독해력【讀解力】 [도캐‧] (교육) =읽기 능력(―能力)[일끼-녁]; 문해력〔文解力〕

㊥ 阅读能力[yuèdú nénglì] ㊐ 読解力(どっかいりょく).

예) 독해력이 뛰어나다. 阅读能力很出色。yuèdú nénglì hĕn chūsè. 독해력이 좋다[도캐려기#조타]. 阅读能力很好。㊐ 読解力がいい。독서는 독해력을 높인다. 독해력 시험【讀解力試驗】, 阅读考试[yuèdú kăoshì], ㊐ 読解力試験(どっかいりょく しけん); 読解力テスト


문해력〔文解力〕 n. 글을 읽고 뜻을 아는 능력. ≒독해력【讀解力】[도캐‧],

㊥ 读写能力[dúxiě nénglì] ; 阅读能力[yuèdú nénglì]: 阅读理解能力[yuèdú lǐjiě nénglì] ㊐ 読解力(どっかいりょく), Ⓔ the power of literacy.

예) 한자를 많이 아는 사람일수록 문해력이 높다. 디지털 문해력〘digital文解力〙 数字素养[shùzì sùyǎng], ㊐ デジタルリテラシー(digital literacy): 디지털 환경에서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찾고 평가하며, 이를 효율적으로 종합·활용하는 개인의 능력.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cf) 한국어 문해력〔文解力〕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지만, 중국어 读写能力[dúxiě nénglì]는(은)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의 뜻으로, 영어의 ‘literate’에 더 가까움.

문해율〔文解率〕 n. 한 나라의 문맹률(文盲率)의 상대 개념으로, (국제 기준으로는 15세 이상의 국민 중에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의 비율’을 가리킴. ↔문맹률(文盲率)[·-뉼] 文盲率[wénmánglǜ]; 不识字率, ㊐ 文盲率(もんもうりつ); 非識字率(ひしきじりつ), Ⓔ illiteracy rate

㊥ 识字率[shízì lǜ] ㊐ 識字率(しきじりつ). Ⓔ literacy rate.

예) 저개발 도상국은 일반적으로 문해율이 낮다. 특히 여성의 교육 정도와 문해율은 그 사회 발전과 직결된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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