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法官)과 판사【判事】와 재판관【裁判官】

재미있는 한중일 한자어: 법원과 법관을 뜻하는 말

한자어는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과 일본어에서도 쓰이지만 똑같지는 않다. 법원(法院)과 법관(法官)을 가리키는 말도 마찬가지이다. ‘법원, 대법원, 재판소, 법관, 재판관, 대법관, 판사, 심판관…’과 같은 말은 한중일 세 나라에서 다 다르게 쓰인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법원(法院)과 법관(法官)이 일반적이지만, 일본에서는 재판소(裁判所)와 재판관(裁判官)이라는 말이 더 일반적이다. 이는 세 나라의 역사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각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 법체계를 수용하는 방식과 사법 제도가 다른 것과 관련이 깊다.


‘법원(法院)’이라는 말은 원래 중국 당나라 시절 관청의 이름에서 유래한 유서 깊은 단어이고, 재판소【裁判所】라는 말은 일본식 한자어이다. 일본은 19세기 메이지 유신 당시 독일의 법체계를 모델로 삼았다. 당시 독일어 ‘Gericht, 재판하는 곳’이라는 의미인 재판소(裁判所(さいばんしょ)[사이반쇼]라고 번역하여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한국도 대한제국 때부터 일본의 영향으로 ‘재판소’라고 했으나, 해방 이후 독자적인 사법 주권을 강조하며 전통적이고 권위 있는 명칭인 ‘법원’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위헌 제청이나 탄핵을 심사하는 ‘헌법재판소’라는 명칭에 그 흔적이 남아 있지만, 중국에서는 근대화 시기에도 일본식 용어 대신 전통적인 느낌이 강한 법원(法院)이라는 말을 썼고 지금은 인민 법원(人民法院)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한편, 최고 사법 기관을 한국에서는 대법원〔大法院〕이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최고재판소(最高裁判所, さいこうさいばんしょ)라고 하고, 중국에서는 최고 인민 법원(最高人民法院, zuìgāo rénmín fǎyuàn)이라고 한다.

법관(法官)은 ‘법(法)을 다루는 관리(官吏)’라는 뜻으로, 일반적으로 국가로부터 사법권을 부여받은 사람이라는 신분을 강조하는 포괄적인 명칭이다. 즉 ‘공무원’이나 ‘군인’, ‘교사’, ‘회사원’처럼 직업적 신분을 나타내는 말로, “법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헌법 제101조 3항)처럼 법적인 권한이나 신분을 말할 때 주로 쓴다. 한국어에서 법관(法官)은 판사(判事)와 자주 혼용되기도 하지만,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제외한 모든 일반 법관을 가리키는 말이고, 판사(判事)는 구체적인 재판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지칭할 때 쓴다. 우리가 뉴스에서 “○○지방법원 판사”라고 부르는 것처럼, 법관(法官)은 대법원장, 대법관, 그리고 일반 판사를 모두 포함하는 상위 개념이고, ‘판사’는 구체적인 직책을 나타내는 명칭이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대법원과 별개의 기관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법관’이나 ‘판사’라고 부르지 않고 반드시 ‘재판관’이라고 부른다. 물론 일상 대화에서 ‘재판을 하는 사람’을 통칭하여 재판관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법률적으로는 헌법재판소 소속일 때 주로 쓰는 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모든 판사는 법관이지만, 모든 법관이 판사인 것은 아니다. 대법원장은 법관이지만 ‘판사’라고 부르지 않기 때문이다.

또 법원이 ‘지방 법원’, ‘고등 법원’, ‘대법원’이라는 위계가 있는 것처럼 법관도 위계나 서열이 있다. 맨 아래에 일반 판사가 있고, 판사들 가운데 경력이 쌓인 ‘부장 판사’가 있으며, ‘지방법원장’과 ‘고등법원장’, 그리고 대법원에 소속된 ‘대법관’과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라는 서열화된 체계로 되어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서열 중심 문화인 것과 무관하지 않고, 특히 법원이나 법관이 보수적이고 권위적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판사【判事】라는 말은 본래 고려·조선 시대의 관직명에서 유래한 용어로, 사안을 ‘판단(判)하는 일(事)을 하다.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하는 한일 공용 한자어이다. 물론 일본에서는 주로 재판관(裁判官, さいばんかん)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도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에 소속된 법관을 ‘헌법 재판관’이라고 쓰지만, 중국어에서는 쓰지 않는 말이다. 일본에서는 헌법상 신분을 지칭할 때는 ‘법관’이라 하고, 직명으로는 관료적 성격이 강한 ‘판사’라는 말을 혼용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판사라는 말은 쓰지 않고 法官(법관)이라고 하거나 审判官[shěnpànguān](심판관), 또는 심판원(審判員)이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한국의 대법관에 해당하는 최고 인민 법원(最高人民法院)에 소속된 법관 역시 ‘대법관(大法官)’이라는 말 대신에 그냥 ‘법관(法官)’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사회주의 체제와 관련이 깊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이러한 차이는 무엇보다도 근대화 시기 서구의 법체계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누구의 번역어를 따랐는가의 문제와 관련이 깊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재판소’, ‘재판관’ 등의 용어를 새로 만들어 썼지만, 중국은 일본식 한자어를 대부분 수용하면서도, 국가의 자존심이나 체제에 맞게 ‘법원’, ‘심판원’처럼 기존의 단어를 재해석하거나 재정의하여 썼다. 한국은 일본식 용어의 잔재를 걷어내고 우리식 한자 표현이나 전통적인 관직명을 살려 재정립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서로 다른 용어를 쓰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차이가 나타난 이유는 세 나라의 역사적 배경이 다른 이유도 있지만, 근대 사법 제도를 도입할 당시 참고한 국가가 달랐고, 각 나라가 추구했던 국가적 정체성이 용어 선택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법관(法官) [-꽌] (법률) (대법원을 제외한) 법원에서 소송을 심리하고, 분쟁이나 이해의 대립을 법률적으로 해결하고 조정하는 권한을 가진 사람. =판사【判事】; 재판관【裁判官】, (일) 裁判官(さいばんかん); 判事(はんじ).

㊥ 法官[fǎguān] ; 审判官[shěnpànguān] ㊐ 法官(ほうかん); 裁判官(さいばんかん). Ⓔ judge; member of the judiciary

예) 법관이 되다. 成为一名法官。chéngwéi yīmíng făguān. (일) 裁判官になる。법관 회의(法官會議)[-꽌회/훼의/이] 法官会议[fǎguān huìyì], (일) 裁判官会議(さいばんかん かいぎ)

cf) <참> 대법관(大法官)[대ː-꽌] 大法官[dàfǎguān], (일) 大法官(だいほうかん)


재판관【裁判官】 ☞법관(法官); 판사【判事】 (법률) 재판을 하는 사람. 또는 법원에서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 =법관(法官)[-꽌]; 판사【判事】.

㊥ 法官[fǎguān], ㊐ 裁判官(さいばんかん); 判事(はんじ).

예) 재판관의 역할(役割)

cf) <참> 법원(法院) 法院[fǎyuàn], (일) 裁判所(さいばんしょ). !한국과 중국에서는 주로 법원(法院)이라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裁判所(재판소)라고 함. ‼한국어와 일본어에서 재판관【裁判官】은 판사【判事】; 법관(法官)의 동의어로 ‘judge’의 뜻이지만, 중국의 裁判官(재판관)은 ‘香港裁判官’처럼 ‘praetor; magistrate(사법권을 가진 치안 판사)’의 뜻으로 쓰이기도 함.


판사【判事】 (법률) 대법원을 제외한 각급 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하고 판결을 내리는 법관.

㊥ 法官[fǎguān] ; 审判官[shěnpànguān] (일) 判事(はんじ) Ⓔ judge

예) 판사와 검사. 대법원(大法院) 판사. 배석 판사【陪席判事】 陪席推事[péixí tuīshì], (일) 陪席判事(ばいせきはんじ). 부장 판사【部長判事】 部长法官[bùzhăng făguān], (일) 部長判事(ぶちょうはんじ). 순회 판사〘巡廻判事〙 巡游法官[xúnyóu fǎguān], ㊐ 巡回裁判官(じゅんかいさいばんかん).

cf) 본래 고려·조선 시대의 관직명에서 유래한 용어로, 사안을 ‘판단(判)하는 일(事)을 하다.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하는 한일 공용 한자어임.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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