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중일 한자어 비교: 병원【病院】과 의원(醫院)
집이 신촌과 가깝다 보니 신촌에 있는 큰 대학 병원을 지나칠 때가 많다.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는 노인 인구의 의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는 병원이나 의원의 부족이 중요한 사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병원과 의원, 우리의 건강한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들 명칭의 유래와 의미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의료 기관 명칭이 ‘의원 중심의 전통적 체계’에서 ‘병원–의원으로 구분되는 근대적 체계’로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나아가 한중일 세 나라에서 동일한 한자어가 어떻게 다르게 사용되는지를 비교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에는 한약(韓藥)과 한의학(韓醫學) 등 한방(韓方)에 바탕을 두고 진료하는 한의원(韓醫院)도 있지만, 대표적 의료 기관은 병원【病院】과 의원(醫院)이다.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의원(醫院)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의료 기관의 일반적 명칭이었지만, 19세기 후반 서양식 의료 기관이 등장하면서 ‘hospital’을 번역한 일본식 한자어인 ‘병원【病院】’이라는 새로운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후 전통 의학은 한의원(韓醫院)이라는 명칭으로 분화되었고, 서양식 의료기관은 규모에 따라 병원【病院】과 의원(醫院)으로 구분하는 체계가 형성되었다. 지금은 전통적인 한의학을 바탕으로 서양식 진료와 치료를 결합한 한방 병원(韓方病院)도 있다. 다만 일상 언어에서는 “병원에 간다”처럼 ‘병원’이 모든 의료 기관을 포괄하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의원(醫院)은 한중일 공용 한자어로 ‘의료 기관, 즉 일정한 시설과 설비를 갖추어 놓고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곳’을 가리키는데,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의원(醫院)은 병원【病院】보다 규모가 작은 의료 기관을 가리킨다.
우리나라 의료법상 병원과 의원을 구분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준은 ‘입원 병상의 수’와 ‘진료 대상’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의원은 주로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병상 수가 30개 미만이거나 아예 없는 경우로, 동네에서 흔히 보는 내과, 소아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병원은 입원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어야 하고, 병상 수가 30개 이상이어야 한다(일본은 보통 20개 이상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조금 엄격한 편이다).
진료의 성격이나 내용도 차이가 있다. 의원급은 간단한 질환이나 초기 진료, 만성질환 관리 등 외래 진료에 집중하지만, 병원급은 입원이 필요한 수술이나 비교적 중증도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의료 기관으로, 종합 병원은 병상 수가 100개 이상이면서 정해진 수 이상의 진료과목과 전문의를 갖춘 곳을 가리킨다.
중국에서는 병원이라는 말 대신, ‘私人医院; 民营医院: 개인 병원(個人病院)’, ‘综合医院: 종합 병원(綜合病院)’, ‘大学附属医院: 대학 병원(大學病院)’처럼 ‘의원(醫院) 医院[yīyuàn]’이라고 한다. 개념은 같지만 말이 다른 것이다. 1또한 소규모 진료소는 ‘诊所[zhěnsuǒ](진료소)’라는 별도의 용어로 구분된다. 즉 중국에서는 ‘医院(병원) – 诊所(진료소)’라는 구조가 기본이다.
일본은 한국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체계이다. 일본의 의료법(医療法)에 따르면, ‘病院(병원): 병상 20개 이상, 診療所(진료소): 19개 이하’로 구분된다. 그리고 ‘의원(醫院), 医院(いいん)’이라는 표현은 의료 기관의 분류 명칭이 아니라, “○○医院”처럼 개인 병원(클리닉)의 이름에 흔히 사용된다. 즉 일본에서는 ‘병원(病院) – 진료소(診療所)’가 법적·제도적 구분이며, 医院(의원)은 개인 병원의 명칭에 주로 쓰인다.
‘병원(病院)’이라는 말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근대 번역어가 동아시아로 확산된 사례이며, 한국에서는 이 용어가 정착하면서 기존의 ‘의원’과 역할 분담을 이루게 되었다. 반면 중국은 ‘医院’이라는 전통적 명칭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근대 의료 제도를 수용하였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은 1885년 4월 10일 알렌(H. N. Allen) 선교사가 설립한 광혜원(廣惠院, 후에 제중원(濟衆院))이다. 1904년, 세브란스(L. H. Severance)의 기부로 남대문 밖에 새 병원을 신축하고 세브란스 병원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지금의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이다. 연세대학교의 시작은 언더우드(H. G. Underwood) 선교사가 설립한 조선기독교대학(Chosun Christian College)인데, 당시에는 ‘대학’이라는 명칭을 쓸 수 없었으므로 1917년 4월에 정식 인가를 받으면서 연희전문학교(초대 교장 언더우드)로 이름을 바꾸게 된 것이다.
‘연희전문학교’라는 교명은 종로 기독교청년회(YMCA) 빌딩을 빌려 쓰던 임시 생활을 청산하고, 현재의 신촌 연희동 일대 약 19만 평의 땅을 매입하여 본격적으로 캠퍼스를 조성하면서 쓰게 된 것인데, 해방 이듬해인 1946년에 종합대학인 연희대학교로 승격되었다가 1957년 1월 5일, 연희대학교와 세브란스 의과대학이 통합되어 연세대학교가 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연세대학교(구 연희대학교)의 개교기념일은 5월 둘째 주 토요일이라는 것이다. 특정 날짜가 아니라 날짜가 매년 바뀌는 것이다. 연세대학교의 뿌리인 광혜원(제중원)이 설립된 1885년 4월 10일을 창립일로 삼고 있지만, 실제 창립 기념식과 동창회 행사 등은 5월의 화창한 날씨를 고려한 것이라고 한다.
병원【病院】 [병ː‧] n. 일정한 설비와 시설을 갖추고 환자를 진찰·치료하는 기관. (법률적으로는) 입원 환자 3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의료 기관을 가리킴. <참> 의원(醫院): 진료 시설을 갖추고 의사가 의료 행위를 하는 곳
㊥ 医院[yīyuàn], ㊐ 病院(びょういん) Ⓔ hospital
예) 병원에 가다. 병원에 입원하다. 부상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다. 移送伤者医院。yísòng shāngzhĕ yīyuàn. 把伤员送往医院。bǎ shāngyuán sòngwǎng yīyuàn. 외과 병원【外科病院】[외ː/웨ː꽈‥] 外科医院[wàikē yīyuàn], ㊐ 外科病院(げかびょういん)
병원선【病院船】 [병ː‥] n.
㊥ 医疗船[yīliáochuán], ㊐ 病院船(びょういんせん), Ⓔ hospital ship.
예) 병원선이 도착하다.
cf) 의료 시설을 갖추고 주로 낙도(落島)를 돌면서 환자를 진찰·치료하는 배.
병원장【病院長】 [병ː‥] (지위)
㊥ (医院的)院长[yuànzhǎng], ㊐ 病院長(びょういんちょう). Ⓔ head of a hospital; president of a hospital
예) 병원장이 되다.
cf) (준) 원장(院長) 院长[yuànzhǎng], ㊐ 院長(いんちょう)
의원2(醫院) n. 진료를 위한 시설과 설비를 갖추고 의사가 의료 행위를 하는 곳.
㊥ 医院[yīyuàn]; 诊所[zhěnsuǒ], ㊐ 医院(いいん), Ⓔ clinic; medicine clinic
예) 내과 의원(內科醫院)[내ː꽈‥] Internal Medicine Clinic
cf) !한국어에서 ‘의원(醫院)’은 ‘병원(病院)’보다 규모가 작은 의료 기관을 의미하지만, 중국어는 일반 ‘병원(病院)’을 의미하고, 일본어에서 医院(의원)은 주로 개인 병원, 클리닉의 명칭으로 쓰임. <참> 병원【病院】, ㊐ 病院(びょうい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