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식 책거리' 이때부터 노동영이라는 이름을 '걸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책거리라는 단어를 많이 들었다.
서당에서 글을 배우는 학동들이 책 한 권을 다 배우면 음식을 준비해
훈장님과 친구들과 함께 그 기쁨을 나누는 한국의 풍습.
반년을 어머니 중식당에서 일하며 처음 그 냄새와 환경 때문에 몇 번이나 가게에서 도망가기도 했고,
부모님과 심하게 싸우기도 했다.
하지만 그 기간에도 나를 찾아온 마르틴 베라사테기에 가게 되었다는 조리과 학생,
여러 셰프들의 팝업 레스토랑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회복되는 자신감과 마음,
3개월 어느덧 사라진 현실에 빛 800만 원.
지난 글에서 조셉의 팝업이 끝나갈 때쯤 내 주변 환경도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뉴스 화면에 요리사 옷을 입은 내가 잡히고,
실제로 꾸준히 여러 팝업에 참여해서 열심히 일하는 나의 모습과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그대로 적었고,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 주었다.
하나 달랐던 건.
그전에 막연히 나를 기대해 주는 셰프님,
어른들이 아닌.
나와 비슷한 레스토랑의 이제 갓 요리사가 된 사람, 조리학교를 다니는 조금 어린 동생들.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 있었다.
이제 내 팝업을 결심한 나는
우선 어머니 가게에서의 근무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때 당시 어울리던 친구들을 만나
여러 팝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며,
친구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팝업에 주제를 정하면 같이 메뉴를 짜고, 같이 요리해서 경험을 쌓아 보자고.
이번 첫 주제만 내가 일하면서 생각해 본
중식 면 요리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몇 명의 친구들이 참여해 주었고.
우리의 팝업은 시작되었다.
날짜는 5월 28일
오후 12시부터 3시간 동안
위치는 공릉동 왕짜장
주제는 일일식당
메뉴는 총 4가지였고, 메뉴의 구성은
1. 제주 베이컨 자장면
2. 토메이도 냉면
3. 중화 리소토
4. 등심 탕수육 이었다.
사실 그전에 참여한 격식 있는 팝업 레스토랑은 아니었다.
팝업 행사 3일 전 페이스북에 딸랑 일일식당을 합니다 라는 글을 올리고, 사람들이 올까?
긴가민가한 마음을 가지고 우왕좌왕 준비를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도 고맙고, 재밌었던 건.
당시 - 한식을 전공한 한 친구는 - 전주에서 서울까지 10L 넘는 직접 빛은 술을 가져와 주기도 하고.
제주 돼지 베이컨을 들고 와서 이걸로 어떤 새로운 짜장면을 만들까 고민하는 나를 지켜보다.
재료를 짚어 들고, 춘장에 강한 향에 맞추어 베이컨을 생강에 볶아 콩과 양파와 야채를 넣어
베이컨 특유의 향과 부드러움을 유지하는 특별한 자장면을 만들어준 - 재능 있는 요리사 친구-.
등심을 어떻게 쿠스쿠스에 묻혀서 탕수육으로 만들까?
치즈 크림 소스랑 먹으면 맛있을까.? 나의 넋두리에 바로 느끼함을 잡아주는 초간장 소스를 만들어준 - 한 친구 -
마지막으로 나는 토메이도 냉면을 준비했다.
마르틴 베라사테기에서 일할 때 5일 중 이틀은 100kg이 넘는 토마토를 손으로 짰다.
착즙 했다가 맞는 표현이지만.
토마토의 심을 제거하고, 4 등분하여 몇 시간이고 손으로 짜 나온 토마토 주스를 고운채에 한번,
소창(한약 재료 거르는 천)에 다시 내려 맑은
-토마토 물- 을 만들었다.
마르틴의 특별한 점은 기계날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유는 기계 날 맛이 배면 맛이 탁해지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토마토 물이 인상 깊었고, 마음에 들었다.
당시 어머니 가게에서 중식 냉면을 한참 만들어 팔았었는데.
얇게 뽑아낸 중식 냉면용 면과 이 육수가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장에 가 잘 익은 토마토를 구입하고,
손으로 짜기 시작했다.
배웠던 그대로.
냉면의 고명은 짭짤이 토마토와, 참외, 피클링 된 오이였다.
함께 완성된 냉면은 정말 신선했지만.
뭔가 잘 섞이지 않은, 완성되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다.
냉면에 겨자가 빠져 있었다.
-요리 잘하는 친구- 가 한 의견을 제시했다.
"페스토 하나면 될 것 같은데.?"
페스토를 만들어 먹어 보았다.
너무 맛있었다.
토마토 물을 만들어 숙성 과정을 거치며 위에 맑은 부분은 그대로 육수로.
아래에 가라앉은 고운 분홍빛 육수는 살얼음으로 만들어 사용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일일식당의 준비를 마쳤고, 손님이 오기를 기다렸다.
'손님이 올까.?'
라는, 생각이 무색하게 당시 친구들, 팝업 레스토랑의 전 동료들, 페이스북 친구들.
가게 앞을 지나가시다 쉬는 날 열린 왕짜장을 보고 우연히 들어온 단골손님들까지
100분이 넘는 손님들이 와주셨다.
다들 한마디 말없이 정말 바쁘게 자기 요리를 시작하였고.
3시간은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 울리는 전화벨 소리와 2000원짜리 과도를 들고, 양파 껍질을 벗기고.
탕수육을 튀기고, 기름 쩐 냄새의 옷을 맡으며 가게를 나서며 실패했다 되뇌이던 나에게.
그날은 반환점이자, 그 생각을 졸업하는 날이었고.
처음으로 내가 생각한 요리를 손님에게 대접한 날이었다.
" 오늘 재밌었어요, 맛있었어요."
손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시며 말해주셨고,
크게 머리숙여 인사드리는것이 유일한 감사의 표현 이었다.
지금은 그렇게 연락은 못하지만.
이날 함께해 준 친구들을
나는 한번씩 어떻게 지내나 찾아 보았고.
다들 너무 잘 성공해서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함께 준비했던 계획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로 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