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마르틴은 어떤 분인가요.?
오늘의 글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스페인을 가게 된 가장 큰 이유를 준 장명순 셰프는
전 세계 탑 셰프들을 찾아다니며,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했고.
여러 셰프님들은 열정, 마음, 정성, 동료, 생각, 재능, 발상등의 대답을 하였다.
나는 산 세바스티안에서 첫 해에 세명의 3스타 셰프님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
"요리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물어볼 수 있었다.
엘 불리의 페란 아드리아에게.
엘 불리의 페란 아드리아는 " 첫째로는 열정. 그리고 두 번째로는 인내심"이라 답해 주었다.
후안 마리 아르작의 딸인 엘레나 아르작은.
요리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요리를 좋아하는 것”, “ 즐기는 것”이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마르틴은 “요리에 그냥 미치는 것”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각자 서로 쌓아온 인생이 다르듯 대답은 다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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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베라사테기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다시 돌아가기로 하였지만 12월 중순부터 3월 초까지는 레스토랑의 메뉴의 리뉴얼과 직원들의 휴식기간이 있었고.
4개월간 난 무엇을 해야 했다.
다행히도, 한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경북 봉화의 해오름 농장에 대표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해오름 농장은 국내의 특급호텔과 다이닝 레스토랑들에 우리나라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특수채소와 허브등을 재배 공급하는 곳이다.
대부분의 식물들이 아주 예민하고, 까탈스러웠으며.
농장의 일은 몸을 많이 사용하면서도, 또 세심하게 하지 않으면 망치는 일이었다.
11월부터 2월까지 일 하였는데.
봉화의 아주 추운 겨울에 여러 허브들이 얼어 죽거나 열리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허브 한 종류를 키우기 위해서는.
농장 한 따뜻한 방에 흙과 물, 씨앗을 스티로폼 박스에 며칠간 두면 싹이 틔었다.
그 후, 판에다 모래와 비료를 적절히 섞어 뿌리고 그 위에 핀 싹을 올리고, 다시 흙을 덮고. 그 식물의 위치에 맞는 곳에 놓아주고.
해가 지기 전에 물을 고루 주고. 싹이 자라 핀 잎을 여러 셰프님들의 요구에 따라 가위로 하나하나 상하지 않게 잘라서 봉지에 넣어 물을 한번 뿌려 시들지 않게 해 박스에 담아 서울로 올려 보냈다.
주방과는 다른 협동이 있었다.
각자의 위치에 맞게, 그리고 점심에는 항상 가족같이 다 모여서 식사를 하였다.
두목 고양이, 농장의 아이, 청년(나) 형님들, 할머님까지.
다 같이 이야기하고, 고생하고, 다투고, 또 웃었다.
농장에서 먹고 자고 배우면서 계속 나무를 때웠어야 했는데.
시린 봉화에 겨울에 그 일을 피하기도 했다.
해오름 농장은 아주 추우면서도 따뜻한 곳이었다.
일하면서 많은 셰프님과 조리학과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고,
지역 초등학교의 선생님과 아이들이 찾아와 식재료에 대해서 공부하고,
또 직접 어떤 맛인지 체험하는 체험장이기도 했다.
한 달에 이틀정도 쉬면서.
거의 농장 사람이 다 되어 갈 때쯤, 어느덧 마르틴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다.
농장에서 일하며 기본적인 식물과 허브에 대한 이해도가 생겼다.
왜 어딘가에서 일하면 항상 그럴까.
끝날 때쯤 하루라도 먼저 마치고 싶었고,
대표님께서 마지막 배웅해 주시면서.
내리는 차까지 약간 서먹서먹한 것들이 있었는데.
마지막 인사드릴 때.
꽉 껴안고 크게 인사드리며. “정말 감사했습니다.!!” 말씀드렸다.
아마 이때부터 어느 정도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서 느낄 수 있었는데.
무언가 내가 해야 한다 느껴지는 것이 있으면.
누구든, 어디든 찾아가서 부딪히며 일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고생하면서도 필요하다 생각하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사실 마르틴으로 돌아가기 한 달 전, 나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마르틴 베라사테기에 주방이었지만.
어떤 확신도 없었고, 한국엔 좋아하는 여자분도 있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시간이 남았을 때.
주위 요리하는 형들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비자를 신청하게 되었고.
원래는 두 달에서 세 달 정도 걸리는 비자를.
마르틴 베라사테기의 이름으로 수월하게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비자를 받던 날.
마르틴 베라사테기의 오픈일이 다가오면서 일주일에 3,4번을 스페인 대사관을 찾아갔는데.
비자를 받으면서 스페인 대사관 직원분과 나누었던 대화를 적는다.
“와 마르틴 베라사테기의 요리사라고.? 정말 대단해!!”
비자를 받으면서도 고민과 확신이 없었던 나는.
“아니요, 전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답했다.
잠시 깊게 생각하던 스페인 분이.
“당신에게 마르틴은 어떤 분인가요.? 질문하셨다.
나는 망설임 없이.
“세계 최고의 셰프님 중에 한 분입니다.” 대답하였다.
그분은 아주 차분한 눈으로 나를 보고 이야기 했다.
“그럼 그곳에서 불러서, 비자까지 받아서 가는 당신은요.?”
정말 대사관 접수실이 잠시나마 조용해졌다.
나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둘 다 GAROTTE(파이팅)을 외치고 악수하고 나왔다.
그렇게 다시 스페인으로 떠났다.
비가 내리던 3월에 San sebastian.
나는 다시 마르틴 베라사테기로 돌아왔다.
여러 셰프님들의 허브를 준비해 보내드렸는데.
봉주부라는 셰프의 주문이 들어 오면, 나는 아주 화려하게 등짝을 맞을 정도로 허브를 하나라도 더 보내 주었다. (청와대에도 한번쯤 보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