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세바스티안 친구들, 마르틴 베라사테기의 주말.
짧은 27살의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스페인이었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스페인이었다.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에서 만난 진짜 친구들
그들과 보낸 시간은 너무 아름답고, 행복했다.
학교나 어떤 단체를 통해 만난 친구들이 아닌 어느 날 길을 걷다가, 호스텔 저녁밥을 하다가
“나 같이 먹어도 돼.? 내일 저녁은 내가 대접할게.”라는 소리에 처음 만난 친구들.
서로를 초대해 요리하고, 생일파티에 초대받고, 산 세바스티안의 Zurriola 밤바다에서 무선 라디오로 노래를 틀어놓고.
모래사장에서 맨발로 춤추던 친구들.
좋은 레스토랑에서 일을 시작한단 소리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어쩌다 요리해 주면 하나 남기지 않고.
매워도, 싱거워도 웃으며 먹던 친구들.
첫 스페인 레스토랑에서 일을 시작하며 이제는 만나기 힘들어진 친구들과 연락이 뜸해졌고.
친했고, 좋아했던 친구가 떠나는 날 마지막 밤에 초대해 준 연락에도 인사하러 가지 못했다.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고, 자신의 모든 친구를 소개해주었던 가장 친한 친구가 산 세바스티안을 떠났다는 것도 나는 몰랐다.
이야기를 계속 우울하게 마무리하는 게 싫어 글 하나를 더 적는다.
San sebastian 마르틴 베라사테기에서 일하며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루에 15~17시간을 일하는 우리에겐 일요일 저녁부터 화요일까지 2.5일의 휴식이 주어졌고, 일요일 오후 대청소를 마친 후 한 바에 모여 춤추고, 쓰러질 때까지 취하는 게 우리의 저녁이었다.
주말이면 우리는 함께 모여 요리하는 일이 있었다.
피자를 만들다 온 사람, 아르헨티나의 엠파나다를 잘 만들던 친구, 아무렇게나 과일을 사 와서 잘라 와인 혹은 알코올을 부어 샹그리아 혹은 칵테일을 만드는 친구.
항상 2~3유로짜리 와인이나 맥주 6캔이 묶여있는 맥주묶음 하나를 사들고 그 집에 가면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반겨 주었다.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 놔두고, 내가 마음에 드는 과자나 음식 하나를 집어 들고, 빈자리에 앉는다.
누구와 이야기를 하든 누가 노래를 부르면 손뼉 치며 같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초대를 많이 받아 가다 보니, 어느새 나도 한 번쯤은 해야 할 것 같은 하루가 왔고.
나는 고추장 삼겹살과 쌈을 하다 온 사람이었다 :)
Lasarte에서 Sansebastian 시내로 나가 고추장과 쌈장을 사 왔고, 삼겹살과 한국에선 버터 레튜스라고 부르던 상추와 쌀을 사서 요리를 시작했다.
삼겹살을 잘라 양념을 재우고, 쌀을 씻어 불리던 중 친구들은 이미 수십 명이 들어와서 노래 부르고, 춤추고,
감자칩과 와인 맥주로 시끄러웠다.
얼른 고추장 삼겹살을 볶고, 밥을 지어 상에 올려주었고, 결과는 대만족.
야채에 밥, 매운 삼겹살을 올려 먹는 게 생소했던 친구들은 처음엔 의아해했지만, 마지막 한 점까지 맛있게 먹어주었다.
그다음 날.
초대를 받지 못한 친구들이 따로 와서 왜 자기는 부르지 않았냐 진정으로 서운해하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2025년 1월 31일 2015년의 나에 대한 글을 적으며 제주도 서귀포에 휴가를 와 있다.
친구와 산을 타고, 여행을 다니며 틈틈이 글을 적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글을 적으며 차분히, 그리고 내가 꼭 해야겠다던 일을 이렇게 하니
하루가 너무 보람차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언제 옛 기억을 꺼내보는 걸 이야기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