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순간(카카오, 푸르밀)

"당연함은 추억으로, 당연하지 않음은 성장의 기회로"

by 똥이애비

우리는 살면서 당연한 것을 너무나 당연시 생각한다. 난 지금까지 무엇을 당연하게 생각했나. '하루하루 온전히 나에게 주어지는 일상들, 내 옆에 있어주는 가족들, 매일 출퇴근하는 회사, 두 끼 또는 세 끼의 식사들' 이러한 것들은 내 일상에 너무 당연해서 사소하게 넘어가는 것들이다. 너무나 일상적이다 보니, 굳이 애써 기억하려고 하지 않고, 내 삶 속에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둔다. 우리는 이렇게 당연한 것들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변화를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당연한 것들이 깨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의 하루가 온전히 내 것이 아니게 된 날, 가족들이 내 곁을 떠나는 순간, 회사가 하루아침에 파산한 날, 한 끼의 식사도 사치가 되는 날이 그러하다. 그런 순간에 사람들은 인생의 좌절과 원망 그리고 역경을 느낀다. '왜 다른 사람에겐 너무나 당연한 것들 조차 난 맘대로 누리지 못하는 거지?'라는 억울함도 함께 온다.


최근 사회적으로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먼저, 대국민 앱을 개발한 카카오가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서비스가 먹통이 된 사건이다. 난 사실 카카오톡이 전송이 안된다는 사실을 인터넷 기사를 보고 알았다. 주말이기도 했지만, 원래 카톡 메시지가 잘 안 오기도 한다. 여기서 나의 인간관계가 드러나 버렸다. 카카오톡보다는 나에겐 카카오 관련 서비스가 먹통이 되자 당연히 누리고 있었지만 당연하지 않게 된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첫째로 다음 카페다. 나는 주기적으로 다음 카페 인기글을 살피며 사회적인 유행을 따라가는 편인데, 그걸 못하다 보니 재미를 느끼고 있던 소소한 취미 생활을 하나 놓친 기분이었다. 두 번째는 브런치이다. 최근 브런치를 통해 글 쓰는 재미를 느끼고 있고, 이를 습관화하기 위해 매일 하나의 글을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달려오고 있다. 하지만 브런치도 먹통이 돼버린 순간 브런치 글쓰기를 위해 마련해 놓은 시간에 멍한 기분이 들었다. 핸드폰 메모장이라도 열어서 써보려고 했지만, 브런치에서 글 쓰던 게 이미 습관이 되어버려 잘 써지지 않았다. 또한 글감이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 저장되어 있어 내 머릿속에서 글감을 새롭게 끄집어내는 게 어렵기도 했다. 그 외에도 카카오 버스, 카카오 네비 등 일상적으로 누리던 카카오 관련 서비스들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자 상당한 불편함을 느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된 두 번째 사건은 '푸르밀의 사업 종료'이다. 푸르밀은 가나 초코, 검은콩 우유, 비피더스 등의 유제품 제조 업체이다. 푸르밀이라는 회사는 희미할지라도 생산한 제품들을 한 번쯤 먹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대중적인 식품이었다. 나도 물론 이 회사에서 내놓은 제품들을 한동안 즐겨먹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푸르밀이라는 기업 자체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번 사업 종료로 인한 인터넷 기사를 통해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유제품 사업 자체가 요즘 내리막길이기도 하고, 대외적인 금리 인상의 여파, 오너리스크와 경연진의 실패도 부각되고 있는 듯했다. 영업 손실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회사가 잘 돌아갈 리가 없다. 결국 38년간 운영해 온 회사가 문을 닫게 되자 그 피해는 당연하게 일해오던 250여 명의 직원들에게 해고 통보라는 당연하지 않은 방식으로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중 '블라인드' 어플을 통해 푸르밀 관리자로 일해오던 직원의 글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며 주목을 받았다. 나에게 깊은 인상을 준 글 속 문구 몇 구절을 가지고 와 보았다.


"푸르밀은 나의 첫 직장이다. 그리고 이곳은 곧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달랐다. 내가 상상하던 회사 모습이 아니었다. 잘 나가던 제품도 몇 년째 매출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윗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졌고 직원들의 사기와 의욕도 점차 낮아졌다."

"나의 첫 직장이라는 것, 내가 좋아하는 제품의 주인이 되었다는 것,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다는 것이
다른 가치보다도 내게 큰 의미였나 보다."

"관리자로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때로는 날카로운 지적을 들으며 때로는 달콤한 칭찬을 들으며 희로애락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었던 건 그대들 덕분이었다."

"가장 아쉽고 속상한 건 우리 직원들이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추억이었다'라고 말해주는 소비자님들,
지금까지 푸르밀 제품을 사랑해줘서 참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나 이제 뭐하지..."


푸르밀에서 첫 직장으로 어린 시절의 추억의 주인이 되었고, 좋은 관계 속에서 새로운 추억을 쌓아갔던 관리자는 분명 훌륭한 직원이었을 테다. 이런 태도와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든 새로운 곳에서 역량을 맘껏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나 또한 첫 직장을 10년째 다니고 있지만, 이 정도까지 깊은 애정과 책임감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던 것에 반성도 많이 되었다. 지금 몸담고 있는 이 회사를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순간은 항상 찾아온다. 그래서 그 순간을 맞닥뜨릴 때마다 우리는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카카오 서비스가 먹통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발 빠르게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찾아내었다. 대체할 수 없다면, 대처 방안을 마련하였다. 그렇게 사람들은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을 때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당연함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성장하고 발전한 게 지금과 같은 혁명의 시대를 이끌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삶을 살아가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좌절과 원망 그리고 남 탓은 접어두고,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여 현명하게 극복해 보도록 하자. 푸르밀 직원과 같이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당연했던 것은 추억으로 남겨두고, 그동안 내 삶 속에 당연하게 남아 있던 것에 감사하며 멋지게 보내주는 것이다. 그러고는 내게 온 당연하지 않은 것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우리의 인생이 더욱 윤택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출근길은 당연하게 걸어온 길이 아닌, 새로운 길로 가보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