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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Nov 21. 2022

다른 팀으로 간다고 말했을 때 동료들의 다양한 반응들

"내가 너희들의 본보기가 되어줄게!"

  나는 최근 1:1 전환배치를 성공적으로 이뤄내고 인사발령이 있기 전에 서로 담당자 간 인수인계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10년간 해왔던 업무를 정리하고, 새로운 업무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동일한 업무를 10년 간 하다 보니 스스로 성장의 한계에 부딪쳤고, 결국 이 업무에선 나만의 비전을 찾지 못했다. 새롭게 옮겨갈 팀은 미래 사업을 위해 신설된 팀이고, 난 이 팀에서 새로운 비전을 찾고 업무 역량을 확장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 보니 인수인계를 통해서 새롭게 배우는 업무 자체를 이젠 즐기고 있다. 자발적으로 업무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은 더 빠르게 새로운 일에 적응할 수 있을 테다. 어쨌든 나는 결국 10년 만에 두 번째로 팀을 옮기게 되었다. 당연히 회사엔 비밀이 없기 때문에 점차 내가 팀을 옮기게 되었다는 사실을 동료들이 하나둘씩 알게 되었다. 팀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내가 옮기기로 했다는 소문이 사실이라 답 했을 때 반응도 각양각색이었다. 이게 정말 재밌기도 해서 나름대로 그 분류를 나눠보았다.


1) 진심으로 축하해!

  사실 이런 말을 건네면서 진심으로 말해주는 동료는 많지는 않다. 그래도 4~5명 정도는 이런 반응을 보여주는데, 이들은 워낙 나랑 가깝고 친해서, 내가 왜 팀을 옮기기로 마음먹었는지, 그리고 전환배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이미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결국 전환배치가 확정이 되었을 때 이들 진심으로 내 결정을 축하해 주었다. 이들로 인해 그나마 삭막한 회사 생활이 따뜻하고 든든하다. 이런 소중한 회사 인연은 평생토록 유지하는 게 좋겠다. 나도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작은 일 하나까지도 신경 써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이들의 진심 어린 축하가 내가 결정한 새로운 길로 힘 있게 나아가는 데 큰 용기를 주었다. 정말로 진심으로 감사하다.


2) 정말 부러워...

  이들은 나처럼 현재 하고 있는 업무를 장기간 해오면서 매너리즘에 빠져있다. 새롭게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도 딱히 추진력이 생기지 않는다. 나처럼 운 좋게 1:1로 담당 업무를 교환하려고 하면, 내가 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나는 사전에 그분과 말을 맞춰왔기 때문에 전환배치가 급물살을 탔다. 이렇게 1:1 업무 전환으로 담당자 간 매칭 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전환배치를 통해 관리자가 조직관리 실적을 내야 하는 상황과맞물리는 것 또한 어렵다. 사실 나도 3년 전부터 팀장과 고민을 나눠왔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한순간에 이뤄진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나처럼 팀을 옮기고 싶어 하거나,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나를 엄청 부러워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추진된 것이냐고 그 과정들을 매우 궁금해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에 동질감을 느껴 최대한 상세히 내가 팀을 옮기기 위해 겪어온 과정들을 알려주었지만, 그 과정이 운도 따라야 한다는 것에 사람들의 표정엔 실망감이 역력해 보였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말고 계속 원하는 방향을 팀장에게 어필하고, 나름대로 담당자끼리도 얘기를 많이 나눠보면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고 그들을 위로해주었다.


3) 어쩌려고?!

  이들은 내가 10년 간 해오던 일을 던지고, 새로운 팀으로 간다는 것에 걱정 어린 눈으로 말했다.


"너 여기서 자리 잡느라 힘들었고 이제야 안정된 상태인데, 갑자기 새로운 팀으로 가서 어쩌려고 그래? 괜찮겠어?"


이들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것일 테지만, 나는 내가 비전을 찾지 못한 곳에서 계속 남아있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였다. 물론 10년 만에 새롭게 주어지는 일들을 배우고 따라잡는 데 지금보다 훨씬 많은 고생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내가 결정한 일이므로 버텨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내 업무역량은 더 넓어져 있으리라고 긍정적으로 예상해 본다. 어쨌든 나에게 걱정을 표현해준 이들은 현재 본인의 업무에서 비전을 찾은 사람들일 수도 있고, 아니면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두려움이 앞서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그래도 부정적인 반응은 아니라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전자의 사람들이라면 내가 부러워해야 할 것이고, 후자의 사람들이라면 내가 용기를 줘야 할 대상일 것이다. 나의 새로운 도전이 팀 내에서 긍정적인 예시로 남길 바라기에, 난 좀 더 어깨에 짐을 얹고 새로운 업무에 잘 적응하여 이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줘야 할 테다.


4) 꼭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냐?

  이런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내가 팀을 옮기는 것을 별로 탐탁지 않아하는 무리도 있다. 실질적으로 내가 팀을 옮기면서 피해를 입게 되는 직속 관리자인 파트장 그리고 함께 같은 일을 나눠해 온 동료들일 것이다. 이들은 나와 10년간 안정적으로 함께 해오던 일에서 순식간에 변화가 발생하므로, 관리자든 남아있는 동료든 업무 조정을 피할 수는 없다. 새롭게 오는 인원이 적응하고 나만큼 일을 해내는 데는 결국 물리적인 시간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 기존 업무와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업무에서 부담이 생기게 된다. 새로운 인원이 적응하는 기간 동안 업무를 더 떠 앉아야 할 수도 있고, 과거 이력을 파악하는 데 더 긴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고, 불안정한 업무 흐름으로 한동안 고생해야 할 것이다. 사실 나도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어차피 우리는 회사에 소속된 기계 부품이기 때문에, 금세 내 빈자리를 새로운 인원과 남아있는 인원들이 조화를 이루며 채워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런 일련의 조직 순환이 조직과 조직에 속한 구성원에게 자극이 되고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절차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나와 같은 생각을 갖지 않는 구성원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나로 인해서 변화가 생기는 것을 꺼려하고, 자신들에게 피해를 준 것으로 인식하며 나와 선을 긋기 시작한다. 조직이라는 게 모든 구성원들과 화합을 이루며 나아갈 순 없다고 생각하기에 나에게 선을 그으면, 나도 똑같이 선을 긋는다. 그렇다고 완전히 척을 지는 것은 아니다. 회사 생활이라는 게 또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저 업무와 연관된 일로만 이들을 대할 뿐이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다른 팀으로 옮긴다고 말했을 때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들을 볼 수 있었다. 진심으로 축하해주거나, 걱정 어린 시선을 보여주거나, 부러워하거나, 선을 긋기도 했다. 10년 만에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업무를 배정받아 일을 하는 것은 나에게도 정말 큰 도전이다. 내가 벌인 일이지만 사실 부담도 많이 되고, 걱정도 앞선다. '안정적인 길을 뻥 차고 새로운 곳에서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고 괘씸한 눈초리로 앞으로의 나를 관찰하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거봐! 내가 그럴 줄 알았지. 괜한 짓을 해서... 쯧쯧...'아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새로운 팀에서 잘 적응하고, 업무 성과도 뚜렷이 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내가 선택한 길이니 만큼 좀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새롭게 해나가다 보면, 나만의 비전을 찾아 더욱 활력 있는 모습으로 다른 이들에게 멋진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그런 희망찬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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