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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Nov 16. 2022

회사 몰래 하는 귀여운 일탈 행위들

"더 높은 산을 오르기 위해선 중간중간 그루터기에 걸터앉아야 한다"

  회사를 착실하게 몇 년간 다니다 보면 가끔은 지겹고 지루할 때가 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직장 생활 속에서 좀 더 활력을 찾고 싶기도 하다. 또한, 나의 회사 스트레스의 원흉인 업무와 상사에게 복수심을 품기도 한다. 이런 마음은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갖게 마련인데, 오늘은 내가 10년 동안 직장을 다니면서 이런 마음이 들 때 회사 몰래 하는 일탈 행위들에 대해 얘기해 보도록 하겠다. 회사 사장님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조용히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는 게 좋겠다. 회사 사장님에겐 이 글이 스트레스로 다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1) 업무시간 빼돌리기

  이건 가장 손쉽게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일탈 행위 중 하나이다. 회사 업무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우선 얄밉게도 출근 시간을 5~10분 정도 늦는다. 너무 자주 늦으면 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 가끔씩 써먹는다. 그러면 그날은 10분은 공짜로 돈 번 것이다. 두 번째로, 엿보기 방지 보호필름을 사서 모니터에 붙이고 틈틈이 개인 용무를 본다. 인터넷 쇼핑이나 재밌는 글을 보기도 하고, 동기들과 채팅을 하기도 한다. 물론 핸드폰으로도 다 할 수 있지만, 장시간 핸드폰만 들여다보면 눈치도 보이고 말이 나올 수가 있다. 세 번째로, 화장실에서 큰 볼일을 오래 본다. 이 때는 자유롭게 핸드폰 사용이 가능하므로 게임을 한다든지, SNS 활동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한 곳에 피가 쏠려 병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적당한 시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점심시간이 12시이면, 11시 55분쯤에 미리 가서 직장인들에게 가장 소중한 점심시간을 최대한 확보한다. 퇴근은 당연히 정시 퇴근이다. 이렇게만 하면 완벽한(?) 직장인의 하루가 되는데, 연말 실적이 걱정될 수가 있다. 직장을 오래 다니려면 이런 업무 시간 빼돌리기는 가끔씩만 써먹도록 하자.


2) 회사 자산 막 쓰기

  회사 자산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가장 대표적인 게 복합기와 종이다. 책처럼 인쇄해서 보고 싶은 자료나 글들을 거침없이 출력하여 읽고, 낙서하고, 공부한다. 나중에도 읽어볼 것 같으면 서랍 속에 보관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과감하게 파쇄한다. 종이가 파쇄기에서 갈려 나가는 소리가 그렇게 경쾌할 수가 없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을 위해 다과 비용을 마련해준다. 그 비용으로 믹스커피도 사고, 과자도 사고, 사탕이나 초콜릿을 사기도 한다. 이때 다과를 구매하는 담당자랑 친해지면 좋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엔 비싼 하루견과 같은 것들을 구매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는데, 한 번 정도는 인심으로 사주기도 해서 몰래 내 책상에 보관하고 꺼내 먹기도 했다. 다과는 공짜라는 생각에 많이 먹을수록 돈을 버는 것 같은 느낌인데, 과다하게 먹다가는 다 살로 가므로 조심해야 한다. 특히나 믹스커피가 달달하다고 하루에 3~4개씩 먹다가는 살이 흘러내리기 십상이다. 또한 사무용품을 구비해 놓는 경우도 있는데, 포스트잇, 볼펜, 연필, 지우개, 봉투, 풀, 테이프 등이 있다. 이런 것들은 그냥 눈치 안 보고 막 쓴다. 별로 안 중요한 것도 포스트잇을 막 뜯어서 휘갈겨 쓰고 모니터 이곳저곳에 붙인다. 그럼 상사가 지나가다 보기에도 일이 많아 보이는 효과까지 꾀할 수 있다. 게다가 코로나가 심할 때는 마스크도 사무용품으로 구매해서 나눠 쓴 적도 있다. 이런 식으로 회사 자산을 막 쓰다 보면, 소비욕구가 해소되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3) 회사 욕하기

  회사 몰래 회사 욕하는 것만큼 재밌는 게 없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동기들이나, 회사 동료들과 회사 욕을 하다 보면 서로 끈끈한 우정이 쌓인다. 그래서 요즘 블라인드라는 직장인 전용 플랫폼이 유행이다. 거기서는 회사에서 있었던 모든 사건을 낱낱이 풀어놓으며, 공감을 받기도 하고 조언을 얻기도 한다. 대략적으로 블라인드에 올라오는 회사 욕을 좀 순화시키면 다음과 같은 글들이 많다. 꽤 많이 순화시켰다는 것을 감안해서 읽어보길 바란다.


"우리 회사는 연봉이 짜서, 주는 만큼만 일합니다."

"회사 분위기가 경직돼서, 군대 재입대한 것 같아요."

"이놈의 회사는 직원을 위한 복지가 하나도 없네요."

"회사에 있는 윗사람들은 원래 다 악마인가요?"

"열심히 성과 냈는데, 왜 회장님 연봉만 오르나요?"


이 외에도 다양한 회사에 대한 불만과 심지어는 심한 욕설까지도 볼 수 있다. 회사 내에서도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면서 회사가 곧 망할 거라는 둥, 노동청에 신고할 거라는 둥, 공짜 노동을 좋아해서 사장님 머리가 점점 벗겨진다는 둥의 얘기를 나누며, 서로 웃고 떠든다. 그러다 보면 스트레스가 많이 풀리는데, 회사 욕을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일을 하면 콧노래가 나올 때도 있다. 이런 회사 욕도 가끔씩 나누다 보면 직장 생활에 새로운 활력으로 다가온다.


4) ~척 하기

  회사 생활의 일탈 중의 정점은 '~척 하기'이다. 이 행위는 눈치도 빨라야 하고, 상황 별로 대응도 잘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쁜 척 하기'이다. 예를 들면 모니터를 보고 인상을 쓰면서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지만, 사실 메신저로 동기와 점심을 어디서 먹을지 정하고 있는 경우다. 누가 보면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는데도 집중하며 업무 처리하는 것으로 비친다. 그러므로 여기선 인상을 쓰는 게 중요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예로는 업체에서 받은 데이터와 자료를 나만의 양식을 씌워 내가 조사한 것처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상당한 공을 들여 일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설명할 때 들통나지 않는다. 두 번째는 '못 들은 척 하기'이다. 팀장이 "여기 엑셀 잘하는 사람 없나?"라고 팀원들에게 물었을 때, 내가 엑셀 마스터일지라도 일이 나한테 떨어질 게 분명하므로 내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나는 일에 집중하느라 주변 소리는 못 듣고 있는 것이라고 최면을 건다. 여기서 팀장과 눈을 마주치면 안 되니까 절대 눈동자 굴릴 생각은 하지 않도록 한다. 이런 다양한 '~척 하기'는 내 업무 능력의 80프로 정도로만 일하기 위한 것이다. 정말 중요한 순간을 위해 힘을 아껴두고 있는 것이므로, 이런 일탈 행위는 스스로 정당화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회사 몰래하는 귀여운 일탈 행위를 네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회사 생활이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상으로 회의감도 들기도 하고, 권태로움이 몰려올 때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좀 더 회사 생활의 활력을 찾고 스트레스 또한 날려버릴 수 있도록, 내가 얘기한 소소한 일탈 행위들이 때때로 필요하다고 본다. 상사분들도 직원들의 이런 일탈 행위를 눈치채더라도 그냥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 주기를 바란다. 이런 일탈의 과정이 지나면, 또 그 직원은 제자리로 돌아와 나름대로 책임감 있게 업무를 수행할 것이다. 마치 더 높은 산을 오랜 기간 오르기 위해 중간중간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땀을 식히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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