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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Nov 14. 2022

직장생활 2년 동안 오후 4시 30분에 퇴근해 보았다

"정규 업무시간에 책임 있게 근무한다"

  나는 직장인 10년 차이고, 최근 2년 동안은 오후 4시 반에 퇴근해 보았다. 일부러 어떠한 실험을 해보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고, 내 상황과 마음의 변화가 나를 4시 반에 퇴근하도록 만들었다. 4시 반에 퇴근해서 버스를 타고 집에 오면, 회사와 거리가 좀 있기에 대략 6시쯤 된다. 그러면 장모님과 육아를 교대하고, 장모님께서 차려주신 저녁을 함께 먹는다. 아내가 늦게 오는 날에는 먼저 저녁을 먹고, 아이와 오붓한 저녁을 보낸다. 함께 장난감을 갖고 놀기도 하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병원 놀이도 함께 한다. 저녁 날씨가 괜찮으면 놀이터에 데려가기도 하고, 엄마 몰래 마트에 가서 초콜릿을 사 먹기도 한다. 그렇게 놀다 보면 아내가 오고, 아내는 늦은 저녁을 먹으며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눈다. 목욕시키는 건 아이의 선택에 따라 달려있다. 아이가 함께 목욕 놀이할 상대를 지목하면 우리 부부 중 한 명과 함께 목욕하러 가는 아주 공평한 방식인데, 요즘 들어 아빠랑 자주 목욕하고 싶어 해서 조금 편중된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내가 평일에 2번 정도는 저녁에 헬스장에 가기 때문에 이 정도의 육아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목욕을 마치고 좀 더 놀아주다가 아이가 잠자리에 들면, 10시가 조금 넘는다. 그때부턴 개인적으로 읽고 싶은 책도 읽고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러니까 6시부터 10시까지 총 4시간 정도의 저녁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다.


  이러한 아이와 함께하는 저녁 삶을 놓치기 싫어서 난 아이를 낳은 이후로 4시 반에 퇴근하기 시작했다. 함께하는 시간만큼 아이와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특히나 영유아기 때 함께한 시간들이 앞으로의 부녀관계에 있어서 친밀감 형성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4시 반에 퇴근한다고 해서 내가 회사에서 어떠한 특혜를 받는다거나, 일을 내팽개치거나,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것은 아니다. 좀 더 회사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좀 더 부지런을 떨어서 저녁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내가 4시 반에 퇴근할 수 있었던 몇 가지 전략들이 있다. 이를 활용하면 꼭 4시 반은 아니더라도, 좀 더 나만의 저녁 시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1) 회사의 제도를 적극 활용한다

  요즘 워라밸의 문화를 타고, 회사의 제도가 많이 바뀌었다. 정부의 주 52시간 근무제를 포함하여, 자율 출퇴근 제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등이 새롭게 신설되었다. 나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다른 말 나오기 전에 하라고 할 때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제도를 활용하였다. 특히나 내가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제도는 '자율 출퇴근'이었다. 몇 시에 출근하든 하루 8시간만 근무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그래서 팀장과 파트장에게 얘기하고 근무시간을 7시 반 출근, 4시 반 퇴근으로 변경하였다. 회사와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나로서는 버스가 막히는 시간을 피할 수 있어서 훨씬 효율적인 시간대였다. 대신에 일찍 출근을 해야 하므로, 새벽 5시 30분에 기상해야 했다. 그래도 저녁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새벽 시간에 일어나는 것은 흔쾌히 할 수 있다고 마음먹었다. 정 피곤하면 왔다 갔다 하는 버스에서 눈을 붙이기도 했다. 이렇게 일찍 출근하니 사무실이 독서실처럼 조용해서 바로 업무를 시작하고, 집중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되었다. 사람들이 오기 전 7시 반부터 9시까지는 나만의 집중 업무 시간으로 하루 업무량의 많은 부분을 해치울 수 있었다.


2) 내가 맡은 업무는 철저히 끝낸다

  회사 제도를 맘껏 활용하려면,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른다. 어디서 무슨 짓을 하더라도 내가 맡은 업무는 철저히 끝낸다고 생각해야 하고, 가능한 한 내 업무에서 실적도 내야 한다. 그래야 상사 눈치를 안 보고 바로 뒤돌아서서 집으로 갈 수 있다. 상사가 일도 제대로 안 하고 실적도 없는데, 바로바로 퇴근하는 사람을 좋게 볼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주어진 8시간의 근무 시간 내에서 소속된 팀의 구성원들보다 평균 이상의 업무량과 실적을 확보해 놔야 한다고 마음먹어야 한다. 이게 꽤나 스트레스일 수도 있는데, 일찍 퇴근하려면 어쩔 수 없다. 내가 받는 만큼, 남들보다 평균 이상의 업무를 해내어야만 장기적으로 좋은 고과를 받으면서 원하는 시간에 퇴근할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처음 4시 반 퇴근을 시작할 때, 위와 같은 마음을 먹고 내가 맡은 일은 아주 철저히 집중해서 일했었다. 그러고 나서는 작년에 고과 A를 받았었다. 즉, 내 일에 펑크만 나지 않으면, 빠른 퇴근은 어느 때나 가능하다고 본다.


3) 회사에서 낭비되는 시간을 줄인다

  주어진 8시간의 근무시간 동안에 일처리를 빨리 하려면, 집중하는 시간이 꽤 길어져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낭비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우리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낭비되는 시간을 찾아보도록 하자.  먼저 대표적으로 커피 타임이 있다. 업무 외적인 커피 타임, 특히나 얘기를 나눠봤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과의 커피 타임은 꼭 줄여야만 한다. 이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빠른 퇴근과는 점점 멀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두 번째로, 이미 했던 일을 수정하거나 재작업하지 않도록 처음에 할 때부터 꼼꼼하게 살핀다. 같은 일을 두 번, 세 번하게 되면 업무 효율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일이 진척되지 않아서 점차적으로 업무가 쌓이게 된다. 세 번째로, 회의 시간을 스스로 조정한다. 이미 할 말은 다 했는데도 회의가 늘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 자리에서 결정 내리지 못하는 사안이라면, 회의를 끝내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구성원들의 의견을 메일로 접수받아 윗선에 보고한다. 아이디어가 없어 늘어지고 있는 회의라면, 회의를 끝내고 다시 개별적으로 아이디어를 생각해서 다른 시간에 또 회의를 잡도록 한다. 회의 시간이 길어져봤자 생각나지 않던 아이디어가 갑자기 튀어나오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회사에서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심지어는 혼자 점심을 먹으며 밥 먹는 시간을 줄인다거나, 화장실에서 볼 일보는 시간조차 아깝게 여길 수 있어야 하겠다.


4) 모자란 일은 재택근무 또는 주말을 활용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하루 8시간 근무를 주간, 또는 월간 단위로 해 나가다 보면 긴급하게 처리해야 하거나, 일이 몰리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난 최대한 4시 반에 퇴근하려고 노력하는데, 퇴근하고 나서 아이와 저녁시간을 보낸 뒤 아이가 잘 때 집에서 일 하기도 한다. 코로나 19로 재택근무에 대한 인프라가 잘 구성되어, 집에서도 손쉽게 회사 일을 처리할 수가 있다. 물론 자주 그러면 안 되겠지만, 긴급한 업무를 바로 처리해야 한다면 때때로 재택근무를 활용해 볼 수 도 있겠다. 일이 심하게 몰리는 경우엔 주말에 하루 정도는 출근해서 다음 주에도 빠른 퇴근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업무량에 대한 조정을 좀 해놓는 편이다. 그래야 바쁜 시즌에도 월요일부터 부담 없이 4시 반에 퇴근할 수가 있다. 조삼모사처럼 주말에 출근하면, 어차피 평일에 빠른 퇴근이 의미 없는 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야근해서 하루 건너 하루 아이를 마주하는 것보다는 매일 조금이라도 자주 아이를 마주하는 길을 택했다고 보면 되겠다.


  이렇게 2년 간 4시 반 퇴근을 하면서, 개인의 삶의 영역이 점차 확대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회사 일에 대한 책임감을 포기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회사에서 일하는 업무 시간을 얼마나 밀도 있게 사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결국 워라밸이란, 회사에서의 적절한 업무 능률이 기반이 된 상태에서 개인의 삶이 인정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고 정기적으로 임금을 받고 있으므로, 좀 더 프로페셔널하게 일과 생활을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회사 부서를 옮기게 되어 당분간은 이러한 4시 반 퇴근 생활을 꾸준히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직장인들은 항상 마음속에 '정규시간에 책임 있게 근무한다'는 원칙을 갖고 일을 하도록 하자. 그러면 실제로 업무 시간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서 점차 일찍 퇴근하는 날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해본다. 그것이 바로 모든 직장인들이 꿈꾸는 칼퇴와 워라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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