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Chat GPT가 화제다. 관련된 뉴스 기사가 빈번히 나오고, 블로그나 SNS에 사용 후기도 자주 올라온다. 심지어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Chat GPT와 관련된 책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무리 AI나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에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Chat GPT가 무엇인지는 대략적으로 알게 되었을 테다. 그래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하면, Open AI라는 2015년 설립된 인공지능 연구 개발 회사에서 대규모 언어 모델 기반으로 만들어진 대화형 AI 도구이다.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주변의 성화에 호기심으로라도 한 번쯤 써 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대략 두 가지 반응으로 나뉜다.첫 번째 반응은 "이건 완전 혁신이야! 스마트폰 이후로 인류의 문명을 크게 바꿔 놓을 거야!"라는 것이고, 두 번째 반응은 "뭐야... 이거 내가 질문한 거랑 다른 엉뚱한 대답만 늘어놓네. 역시 인간을 따라가는 기계는 있을 수 없구먼!"이라고 말한다.
내가 Chat GPT를 처음 써보고 느낀 바는 조금 더 첫 번째 반응과 가까운 것이었다. 그렇기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도 난 연구직이지만 문서작업과 기획하는 일이 많다. 게다가 요즘 들어 회사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의 일환으로 업무 자동화를 추진하여 인건비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와중에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끼얹듯 Chat GPT가 등장하면서 기계가 대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화이트 칼라 직종까지도 뒤흔들어 놓은 수 있는 변화가 생긴 것이다. 게다가 난 직장생활의 도피처로 여겼던 작가의 꿈마저도 Chat GPT에게 내주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까지도 들었다.그렇기에 처음 접했을 때 난 Chat GPT를 삶의 강력한 위협으로 느껴졌다. 손자병법에선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 백승이라고 했기에 난 좀 더 Chat GPT를 알아보기로 했다.
먼저 Chat GPT와 관련된 책 중 가장 인기 있는 책을 하나 골라서 읽었다. 벌써 관련된 책이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어서 한참을 고민했다. 알고 보니 현재 버전은 2021년에 나온 3.5 버전으로 상용화가 이뤄진 모델이었고, 실제로 1.0 버전은 2018년에 처음 발표되었다고 한다. 나는 이제야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한참 늦은 것이었다. 어쨌든 여기서 얻은 정보들을 토대로 회사 업무 관련된 것 중 고민이 있었던 것들과 내가 그동안 브런치에 발행한 글들을 Chat GPT에게 질문의 형식으로 바꾸어 물어보았다.회사 업무 관련된 질문을 했을 때는 내가 한참을 찾고 찾아서 비교 정리해야 하는 내용들을 Chat GPT가 아주 일목요연하고 빠르게 답변해 주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실제로 2~3시간 정도 걸릴만한 일들을 단 30초 만에 정리해 주었다. 답변에 꼬리를 물어 상세한 질문을 더 하면 내용은 더욱 풍부해졌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였다. 발행된 글 중 '~하는 방법' 또는 '~하는 전략'의 제목으로 쓴 글들은 Chat GPT는 아주 빠르게 답변해 주었다.더불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들도 있었다. 인터넷에서 한 번쯤 볼 수 있는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내용들이었지만, Chat GPT는 담백하게 지식과 정보들을 전달해주고 있었다. 따라서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내용의 글들, 예를 들어 뉴스 기사, 도서 요약본, 상식, 역사적 사건 등은 내가 인터넷에서 헤매고, 광고를 보고, 내용을 클릭하는 수고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을 듯싶었다. 게다가 Chat GPT에게 물어본 답변들을 하나의 주제로 나열해서 한 권의 책으로 낼 수도 있을 것이었다. 심지어 Chat GPT는 책의 목차까지도 구성해 줄 수 있다. 자세히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미 그런 책들도 꽤 출간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Chat GPT가 조만간 나의 일과 꿈들을 대체하는 것을 난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까? Chat GPT가 빠르고 강력하지만, 다행히 완벽하진 않았다. 이런 부분도 개발자가 인간스럽게 프로그래밍한 것인가 싶다. Chat GPT를 여러 번 다뤄보니 분명 나보다 못하는 분야가 있었다.그것은 바로 글에 자신만의 감정을 담아내는 능력이다.글이나 책을 읽으면 그 작가 고유의 문체를 통해 사상과, 감정, 개성, 글투 등 다양한 것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Chat GPT의 글에는 이러한 고유 특징이 없어 한결 재미와 몰입도가 떨어진다. 이와 더불어 어떠한 의견이나 판단, 전망, 예측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글의 내용을 통해 통찰이나 깨달음을 전해주기도 어렵다.
결국 Chat GPT가 잘하는 분야는 '일반적이고 통속적인 내용을 글로서 빠르고 일목요연하게 나열해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고, 나는 이를 활용함으로써 더욱 효율적으로 나의 업무와 글쓰기에 녹여낼 수 있다. 단지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 하는 질문 능력이 중요할 것이고, Chat GPT의 답변을 어떻게 구성하여 나만의 독창적인 글과 책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작가지망생으로서 보는 Chat GPT는 나에게 글감을 찾아주고, 사례나 인용문을 정리해 주고, 일반적인 정보들을 빠르게 보여주는 훌륭한 글쓰기 비서인 것이다. 대작가도 아닌데 이런 훌륭한 비서를 두게 된 게 나에겐 시대적 행운을 얻었다고 볼 수 있겠다. 똑똑한 AI 비서와 함께 책을 하나 내보는 목표도 생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