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도 주말 아침 7시에 집 근처 카페에 와 있다. 작년 연말에 팀을 옮기고 나서 지금 원고를 마무리하고 있는 이 시점까지도 몇 달간 바쁘게 달려왔다. 회사에서 새로운 팀과 업무에 적응하고, 회사에서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인증 자격증 시험공부를 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네 살 난 아이를 키우고, 집안 일과 가계를 돌보고, 내 인생 첫 책을 위해 원고를 썼다 지웠다 하고, 건강을 챙기기 위해 규칙적으로 헬스장에 출입하고... 이 모든 일이 한 번에 내 인생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당연히 이 와중에 사람들을 만나서 술도 마시고 즐기는 삶도 끼워져 있다. 지금 생각해 봐도 내가 어떻게 이 모든 일을 해내고 있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게다가 이런 내 모습을 별다른 불평불만 없이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아내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난 내 인생을 스스로 개척함으로써 살아있음을 느낀다. 얼마 전 내가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인 김미경 강사의 명언을 본 적이 있다. 그중 이 말이 가장 내 마음속에 와닿았다. 아마도 요즘의 내 생활과 가장 가까운 명언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우리 엄마가 늘 그랬거든. 살다가 겁나거나 무서우면 일찍 일어나라고... 나는 일이 안 풀리거나 불안하거나 슬프거나 돈 없거나 그러면 무조건 일찍 일어나요!
이 명언이 지금까지도 내 가슴 깊이 파고 들어와, 이 원고를 마무리하고 있는 주말 아침 7시에도 난 역시 카페에 와서 글을 쓰고 있다. 내 삶에서 많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 버겁다는 생각이 든다면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시간에 일찍 일어나 카페에 앉아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들이키며 잠을 깨운 다음, 중요한 일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처리해 나가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부담을 상당 부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가만히 누워서 걱정만 하고 있다면 아무런 일도 해결되지 않는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서 무기력함이 들수록 이겨내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
이 책을 통해 직장 생활에서 내가 겪고 느꼈던 것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직장 생활을 하고 계시는 모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결국 본인이 겪고 생활하고 있는 직장인의 모습은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비슷하게 겪고 있는 삶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위로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쓰는 와중에도 최근 대기업에서 팀장이 과중한 업무로 인해 스스로 삶을 포기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나는 그 직장인의 삶의 무게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같은 직장 생활에 종사하고 있는 직장인 중 한 명으로서 직장인의 삶의 무게를 일부라도 덜어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사내 문화가 새롭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직장인은 왜 항상 봉이고 노예여야만 하는가.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성인들이 직장인일 텐데, 우리는 더 이상 그러한 사회적 인식을 받아들이고만 있지 않아야 하겠다.
내가 살아온 직장인의 삶이 10년이 지났고, 앞으로도 난 별다른 일이 없다면 직장인의 삶을 계속 살아가고 있을 테다. 그 기간이 앞으로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아니면 30년이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직장인의 생존 방식과 삶의 방식은 꽤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가장 근본적으로 변치 않았으면 하는 직장인의 마음이 있다. 그것은 바로 ‘회사에 속한 직장인이지만, 개인을 위해서 일하라’는 마인드이다. 내가 신입사원이 들어올 때마다 하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회사에 속해 월급을 받고 직장 생활을 이어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회사 생활에 안주하게 되고, 회사가 하라는 대로만 수동적으로 삶을 맡기다가 경제가 어려워지거나 회사가 어려워지면, 또는 본인이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는 순간이 오면 하루아침에 퇴사라는 철퇴를 맞게 된다. 회사가 본인의 삶을 책임진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의심 없이 믿고 있다가 발등을 찍혔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런 불상사가 불시에 찾아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회사에 속해 있을 때 최대한 개인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한다. 물론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면 좋겠지만, 우선순위를 본인 개인에게 두라는 의미이다. 직장인으로서 개인이 더 이상 봉이 아니고, 노예가 아니라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회사가 시키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본인 삶에 먼저 도움이 되고 그다음 회사에도 도움 될 수 있는 활동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활동을 발전시키고 성장시켜야 한다. 그래야 본인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며 살아남을 수 있고, 회사에서의 급작스러운 퇴사 통보에도 당당해질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통틀어서 가장 독자 분들께 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하다. 나는 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스스로 팀을 두 번을 옮겼고, 회사의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여 자격증을 획득하고 사외 교육을 빈번하게 다니고 있다. 좋은 경력직 자리가 있는지 주기적으로 잡포스팅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더 이상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갖출 수 있는 경쟁력을 찾고 있다. 이 모든 활동들은 결국 내 삶이라는 직장을 위해 하는 업무이다. 이렇듯 직장인의 범위를 회사가 아닌 내 모든 삶까지 확장하여 계획하고, 생각함으로써 인생의 업(業)을 추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