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를 스쳐가는 책은 얼마나 많을까? 어렸을 적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부모님은 나에게 밤마다 동화책을 읽어주었었다고 얘기하곤 한다. 동화책을 읽으며 자라던 내가 아빠가 된 지금은 네 살 난 딸에게 밤마다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아이가 집중하는 모습으로 내가 읽어주는 그림책을 흥미진진하게 볼 때 얼마나 대견하고 흐뭇하던지... 이렇게 유아기 시절에 동화책과 그림책으로 책을 접했다면, 어린이 시절이 되면 본격적으로 교과서와 만화책의 싸움이 시작된다. 내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해 보면 선생님 몰래 교과서로 가림막을 하고 그 안에 만화책을 넣어 읽었던 때가 떠오른다. 아마도 지금의 아이들은 핸드폰으로 웹툰과 애니메이션을 몰래 보고 있을 테다. 이렇듯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인해 책의 위상이 낮아지고, 영상매체 소비가 활발해졌다. 자연스러운 기술 발전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도 다양한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나처럼 독서에 빠진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보니,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중, 고등학교 시절엔 책을 읽는다는 것이 그렇게도 싫었다. 학교에서 교과서, 참고서로 치이고 학원에서 교재와 강의자료에 치이니, 그 와중에 또 다른 책에 관심을 둔다는 건 정말 독서를 사랑하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억지로 책을 읽게 되면, 책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좀이 쑤시고 자꾸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는 습관 또는 책상에 앉아있는 습관을 만들기 위한 고문에 가까운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억지스러운 독서를 꾸준하게 이어가는 사람을 보지는 못했다. 이보다는 관심 있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책을 고르게 하고, 책에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바꿔주고, 책을 통해 스스로 성장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어야 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 스스로 본인의 용돈으로 책을 사서 읽는 순간이 올 수 있을 것이다.
대학교 때는 전공서적과 씨름을 하게 되는데, 그래도 고등학교 시절보다는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이때 독서를 취미로 하는 대학생들이 많아진다. 물론 나는 연애하랴, 술 마시랴, 동아리 활동하랴 책은 뒷전이었고, 심지어 전공 공부도 소홀했다.그러다 군대에서 어느 정도 책에 빠져있을 수 있었다. 야간 근무 중에 볼 수 있는 게 책 밖에 없었고, 한동안 일본 소설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말에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외출 나가는 일이 나의 군 생활에서 소소한 행복 중 하나였다. 군 전역 후 복학하고 나서는 학점을 복구하기 위해 전공책을 들여다보느라 군대에 있을 때만큼 책을 열렬히 보진 못했다. 그나마 틈틈이 교양서적 같은 건 일 년에 몇 권정도 챙겨 보았던 것 같다.
취업을 하고 직장생활을 하며 밥 벌어먹느라 이리저리 치이다가 10년 차 직장인이 되고서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그리고 내 삶의 해답을 얻기 위해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책을 읽고 있다. 독서를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윤곽이 잡혔고, 책을 통해 깨달은 바를 실천하려는 노력을 꾸준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직장 생활동안 매년 한 권도 읽지 않았던 내가 지금은 한 달에 네, 다섯 권 정도는 읽게 된다. 물론 완벽하게 다 읽는 것만은 아니고 이런 저린 이유들로 중간에 멈춘 책들도 꽤 있다.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도 책은 내 영혼의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라 굳게 믿는다.
글을 써내려 가다 보면 가끔 책을 통해 깨달은 바를 풀어쓰거나 책에 나온 문구를 인용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글의 내용이 상당히 풍부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다 문득 '이런 단편적인 소개가 아니라 아예 내가 읽은 책을 주제로 글을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후감 쓰듯 책을 통해 깨달은 바를 무겁고 장황하게 어떠한 형식을 갖춰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가볍게 책 소개와 작가 소개, 그리고 내게 영감을 준 문구들과 책을 읽고 나서 얻은 전체적인 감상들을 그 책을 아직 읽지 못한 이들에게 공유하는 형태의 글 말이다. 즉, '가벼운 책 리뷰'를 시작해 보겠다는 뜻이다. 물론 이런 책 리뷰와 북튜버 활동들을 통해 이미 꽤 많은 콘텐츠가 세상에 공개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고 해도 하나의 책에서 각자가 느끼고 깨달은 바는 다 다르고 그에 따른 견해도 다양하기 때문에,내 생각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글을 쓴다면 또 하나의 독자적인 콘텐츠가 될 것이다. 독자들 또한 책을 스쳐 지나가며 알게 되고, 관심이 생기면 더 깊이 읽게 되고, 내 감상을 동조하거나 아니면 스스로 얻은 감상을 내 글과 비교해 볼 수 있을 테다.그럼 본격적으로 내가 읽은 책들 중 한 권씩 선정하여 <가벼운 책 리뷰>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