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을 멀리서 보면 굉장히 단순하다.상상해 보라. 이른 아침 억지로 일어나 빵조각을 물고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지옥철 한편에 내 몸을 밀어 넣는다. 이리 흔들 저리 흔들, 밀고 당기고 하다 보면 회사에 도착해 있다. 이미 지쳐있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현실에 갑작스레 카페인이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당겨온다. 친한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며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과 상사 흉보기 등의 얘기들을 나누고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위안을 삼는다. 오전 회의에 참석하고 상사가 시킨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금방 점심시간이 찾아온다. 유일하게 회사에서 꿀맛 같은 시간이지만, 1시간이라는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진다. 오후 업무도 마찬가지로 회의와 보고자료 작성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다 보면, 금방 퇴근시간이 다가온다.
오늘만은 꼭 집에서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기로 다짐했기 때문에 상사의 눈을 애써 외면하고 짐을 싸서 퇴근길에 오른다. 퇴근길 역시 지옥철이다. 단지 아침보다 회사 일로 인해 몸이 더 지쳐있을 뿐이다. 집에 도착하면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그러다 문득 밀린 집안일이 떠올라 서로 분배하여 나눠서 한다. 씻고 누워 핸드폰을 보면 10시가 넘는 시각. 그대로 잠들기엔 아쉬워 핸드폰으로 이런저런 것들을 하다 보면 11시쯤에 눈이 스르르 감긴다. 핸드폰 알람이 울려 눈을 떠보니 아침 출근 시간이다.
대부분 직장인 일상이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다 보니,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1년이 또 금방 지나갔네..."
똑같은 일상의 반복으로 인해 그리 기억에 남을만한 특별한 날들 없이 세월이 스르륵 흘러간 느낌이다. 그렇게 1년, 2년 나이가 먹어가고, 어느새 돌아보니 회사 일 외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되어있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 잘리지 않기 위해 더욱 처절하고 치열하게 일하고, 더욱 회사 일에만 매몰된 채로 불행한 직장인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앞서 얘기한 직장인의 삶이 행복해 보인다면 문제 될 것은 없지만, 나는 정말 저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모든 습관은 오늘 한 작은 행동 하나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침 출근길에서 그저 지옥철에 아무 생각 없이 몸을 맡긴 채 흔들리고만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이어폰으로 영어 라디오 또는 오디오북이라도 켜서 한 문단씩이라도 듣기 시작할 것인가? 친한 동료들과 커피 마시며 회사 욕만 할 것인가? 아니면 친하지는 않지만 투자를 잘한다는 동료를 찾아가 커피를 마시며 투자 얘기를 나눌 것인가? 점심을 먹고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자리에서 낮잠을 청할 것인가? 아니면 점심 먹고 회사 근처 공원을 빠르게 걸으며 운동을 할 것인가? 퇴근길에 유튜브 인기 영상을 보며 현실에서 잠시라도 벗아날 것인가? 아니면 책을 읽거나 인터넷 강의를 들을 것인가? 집에 돌아와 씻고 누워 핸드폰만 하며 하루를 마무리할 것인가? 아니면 일기를 쓰거나 취미를 발전시킬 것인가?
작은 행동을 긍정적인 습관으로 만드는 일은 결국 본인의 의지에 달려있다. 얼마나 간절하고 얼마나 원하느냐에 따라 그 습관이 장기간 유지 될 수도 있고, 한 두 달 해보고 나서 애써 스스로 외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반복적으로 포기하는 본인의 모습을 보고 좌절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애초에 무언가를 시작할 때 본인이 목표하는 수준의 마음가짐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목표를 수치화하여 본인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둔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목표가 '3개월 동안 3kg 빼기와 10kg 빼기'는 마음가짐의 차이를 상당히 달리 해야 한다.또는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와 책 다섯 권 읽기'라는 목표에서 오는 의지의 차이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본인의 의지가 달성 가능한 수준의 목표와 일치되는지 따져보는 것은 좋은 습관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이다.
두 번째로, 목표한 것을 내 직장인 일상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회사에서 일하는 평일과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은 주말을 나누어 생각해 보자. 평일엔 목표를 위한 행동을 잘게 쪼개서 분배한다. 예를 들어 10분 전화영어 하기, 블로그 글 1개 업로드하기, 책 10페이지 읽기 등 쉽게 시작할 수 있으면서도 금방 달성할 수 있는 행동의 단기 목표를 잡는다. 주말엔 좀 더 중, 장기적 목표를 위해 성장할 수 있도록 시간 투자가 필요한 일들을 한다. 평일에 직장인의 삶과 병행하기엔 부담스러운 습관들을 말한다. 학원 수업 듣기, 스터디 모임 하기, 평일에 이룬 단기 목표를 정리하여 스스로에게 상 주기 등이 있다. 이렇듯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관리해야 할 것은 지속적으로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계획한 목표가 달성되기 전에 행동을 멈추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좋은 의도와 훌륭한 목표로 시작하였더라도 얼마 못 가 흐지부지 해지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작은 행동을 반복하여 만들어낸 도전과 성과는 좋은 습관을 만드는 데 '부스터 효과'를 낸다. 습관이란 게 계속 일정하고 균일하게 유지되어야 하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사이클이 존재한다. 처음 시작은 당연히 열정이 넘치기 때문에 행동을 발현시키는 기댓값이 크다. 그러다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이 기대치는 점점 낮아지게 되는데, 그러다 책을 읽거나 주변 사람의 영향으로 다시금 동기 부여를 받아 행동에 대한 기대치가 부분적인 반등을 이뤄내기도 한다. 습관을 형성하는 반복적 행동은 이러한 패턴으로 유지되는데, 습관이 안정기에 접어들게 되면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이때의 행동력을 높이려면 작은 도전을 통한 성과를 이루도록 한다. 도전의 크기가 클수록 성과도 커지며 습관의 행동력도 커지게 되지만, 큰 벽에 부딪쳐 아예 좌절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스스로 감당가능한 목표를 작고 반복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습관 형성에 유리하다. 예를 들어 글 쓰는 습관을 들인다면, 하루에 한 문단씩 쓰는 단기 목표를 설정하여 꾸준히 써 오다가 작은 도전으로 '공모전'에 지원해 보는 것이다. 도전만으로도 행동의 기대치가 올라가고 공모전에서 수상이라도 하게 된다면, 그 행동은 '부스터 효과'로 인해 습관이 오래 유지되고 행동력 또한 높아지게 된다. 즉, 시작은 하루에 한 문단이었지만, 작은 성과로 인해 하루에 두, 세 문단 쓰기로 변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십여 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회사 일에만 매몰되어 살다가 회사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말하는 순간 하루아침에 짐 싸서 나가는 선배들을 수도 없이 봐왔다. 나중에 소문을 들어보면 이들은 결국 비슷한 업계의 더 작은 업체로 재취업하였거나, 아예 다른 업계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나름대로 회사에서 배운 것들로 직장인의 생명을 연장하고 있었다. 회사 일만 열심히 하는 것이 결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본인이 임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없다면, 직장인으로서의 생명력은 짧고 나약하기 때문에 항상 무언가 준비하고,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지금 직장인의 현실에 안주하여 회사 일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회사 생활이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오늘부터 움직여 보자. 이 작은 행동이 습관을 만들고, 그 습관이 인생을 바뀌 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