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회사를 전쟁터에 비유한다. 단지 총성이 오가거나 칼질이 난무하지 않을 뿐 사람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통해 누가 더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를 겨루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애초에 이러한 경쟁에 관심이 없거나 밀린 사람들은 적당히 뒤처지지 않을 만큼만 따라가고 있지만, 이 마저도 힘든 게 회사라는 조직이다. 경쟁은 회사 어디서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크게는 회사 대 회사의 경쟁이 있다. 한 회사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면, 다른 회사도 약간의 변형을 주어 거의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윗사람들은 항상 경쟁사보다 더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고 만들 것을 요구한다. 얼굴도 모르는 경쟁사 직원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회사 내부적으로 보면 임원들에게 잘 보여 한 자리 차지하려는 팀장급들의 경쟁이 있고, 팀장에게 잘 보여 좋은 고과를 받고자 하는 직원들 간의 경쟁이 있다. 직원들끼리도 파벌이 있고 라인이 존재하며, 이들 사이에서 경쟁은 필수다. 그렇다고 경쟁이 나쁘지만은 않은 게 업무적인 실적 경쟁이 결국 좋은 성과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경쟁 위주의 회사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떠한 무기를 들고 싸워야 할 것인가. 예로부터 전쟁에서는 다양한 무기들이 사용되었다. 돌부터 쇠로 만든 창살, 칼, 도끼, 활, 총, 미사일, 핵폭탄까지 이것들은 모두 적을 살상하기 위해 사람에 의해 개발된 것들이다. 무기의 위력이 어마어마할수록 전쟁에서 승리할 확률은 높아진다. 역사적으로 그래왔다. 그렇다고 회사에 가서 진짜 이런 살상용 무기를 들고 싸우라는 것이 아니다.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는 보이지 않는 무기가 진짜 무기다. 우리는 회사에서 이러한 보이지 않는 무기를 들고 함께 경쟁하는 동료들이 있다. 그 동료들 중 정말 피보다 진한 전우애를 지닌 이들이 있을 수 있고, 아니면 앞에선 웃고 있지만 뒤에선 본인 등에 칼을 꼽는 적들도 있을 수 있다. 어쨌든 이러한 경쟁의 최종 목적은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본인이 원하는 위치까지 승진하는 데 있고, 최대한 오래 다니는 데 있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한 회사에서 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
정정당당하게 회사에서 경쟁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무기를 갈고닦을 필요가 있다. 회사에서 임원까지 올라간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래 직원들은 매번 흉을 보겠지만, 하나 이상의 크리티컬 한 무기를 지니고 있었다.하나의 무기가 아주 강력한 사람도 있었고, 가벼운 무기들을 다양하게 구비해 놓은 사람도 있었다. 우선 본인의 업무를 뛰어나게 잘하는 것은 본인의 갖춘 정당한 무기이다. 업무를 잘한다는 것은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나뉠 수가 있다. 유관 부서를 논리적으로 설득하여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끌고 가는 설득력이 될 수도 있고, 윗사람에게 일목요연하게 핵심만을 정리하여 보고하는 능력일 수도 있다.또한 해야 할 일과 마감일을 잊지 않는 일정 관리 능력, 해외 고객과 외국어로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언어 능력, 듣는 사람이 감동하는 프레젠테이션 능력 등이 모두 업무 능력에 포함될 수 있다.
이 외에도 비업무적인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직원들도 있다. 또 다른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데,상사나 동료가 원하는 것을 빠르게 눈치채서 해내는 능력은 자기 주변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회식에서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능력 또한 귀중하고 비밀스러운 정보를 빠르게 캐치할 수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술자리에서 일이 만들어지고 술자리에서 일이 해결된다는 말이 있을까. 동료들의 생일 또는 기념일을 챙기거나 때때로 먼저 안부 인사를 전하는 이들도 있다. 주변 사람을 챙기는 일은 귀찮고 번거로울 수 있으나, 일은 결국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고 사람을 통해 일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관리하는 능력도 회사에선 큰 무기가 된다.
그렇다면 나는 현재 어떤 무기를 가지고 전쟁터에서 싸움을 치르고 있는가? 이 무기들이 회사에서 내가 원하는 목적을 이루도록 도와줄 것인가? 만약 내가 가진 무기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부족한 감이 있다면, 새로운 무기를 스스로 개발하여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무기는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남들보다 프레젠테이션 스킬을 향상해 본인만의 무기로 만들고 싶다면, 스피치 강의를 듣거나 관련 서적을 읽거나, 스터디 활동을 통해 연습을 해야만 할 것이다. 최소한 남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 실전 연습이라도 해야 실력이 쌓일 수 있다. 즉, 무엇이든 새로운 무기를 만드는 일은 결국 목적에 맞는 의도적 습관을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여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다.
내가 가진 무기를 갈고닦아 더욱 예리한 무기로 만들 수도 있다. 마치 대장장이가 더욱 강하고 예리한 칼을 만들기 위해서 망치로 수시로 칼을 내리치는 것과 같다. 그러한 과정은 결국 회사에서 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관계 능력에서 내가 어느 정도 남들보다 잘할 수 있다면, 이를 더욱더 잘하기 위한 방법들을 작은 것부터 실천해 보도록 한다.
1) 일주일에 한 번 거래처 직원들에게 안부 문자 보내기
2) 주변 동료들의 생일 등 기념일 파악하여 작은 선물하기
3) 인간관계와 관련된 심리학, 처세술 서적 읽기
4) 크고 작은 경조사 참석하기
5) 사내 동호회, 회식 등 행사 참여하기
6) 주변 동료를 인정하고 칭찬하기
이런 것들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들을 얼마나 습관화하여 나만의 인간관계 무기를 더 예리하게 갈고닦는 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의도적인 습관'을 만드는 일은 결국 일상의 루틴을 형성하는 것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의도적으로 업무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내리는 커피 한잔, 그 커피 한잔을 누구와 마실 지를 마음속으로 정하는 의도적 인간관계 설정, 함께 커피를 마시며 업무 요청 사항을 부드럽게 전달하는 의도적 설득 과정과 같이 일상적으로 마시는 커피 한잔에도 의도를 담은 습관을 통해 루틴을 형성할 수 있다.회사에서의 일상의 루틴은 내가 가진 무기가 무엇이고, 어떤 무기를 갈고닦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반대로 새로운 무기를 손에 쥐고 싶다면 그에 따른 의도적 습관을 만들어 일상 속에 루틴화를 시키면 된다. 이는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경쟁이 매우 치열한 회사라는 전쟁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의도적 훈련이 무의식적으로 활용될 때까지 스스로 반복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