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일이 끝나고 마시는 술은 달다.

"하지만 빠르게 취한다..."

by 똥이애비

회사에서 센터 단위로 큰 행사가 있었다. 행사는 울산에서 이루어졌다. 관심 있는 업계 종사자들에게 공개하여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활동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자리였다. 회사 차원에서 홍보도 될 뿐만 아니라, 여러 기관과의 협업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행사를 우리 팀 전체 인원은 몇 달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각자의 연구활동을 한 장의 포스터로 만들어 출력했고, 각각 20분의 발표를 위해 발표자료도 새로 만들었다. 팀 전체 인원이 1박 2일로 울산에서 하는 행사를 참석해야 하는 만큼 교통, 숙박, 식사 등의 제반 사항들을 미리 점검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변동사항이 있었고, 수정사항도 많았으며, 모든 팀원들이 고생했었다.


행사 당일 나를 포함한 팀원들은 아침 8시 기차를 타고 울산으로 내려갔다. 난 살면서 울산을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설레는 마음도 있었다. 게다가 유부남인 나에게 1박 2일 출장은 육아를 공식적으로 회피하고 편하게 늦게까지 술 마실 수 있는 꿀맛 같은 날이었다. 2시간 반정도 걸려 울산역에 도착했고, 단체 버스를 타고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2시부터 열릴 행사 준비를 위해 행사장에 미리 현수막과 포스터를 걸어 놓았다. 점심식사로 간단한 도시락을 배달시켜 배를 채웠고, 커피를 마시며 고된 여정에 조금의 여유를 찾았다.


행사가 시작되었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여 준비한 좌석 뒤로 사람들이 서 있기도 했다. 대략 70여 명쯤 되는 듯했다. 우린 이들에게 각자의 연구 활동들을 발표하며 공유했다. 발표가 끝나고 적극적인 질문들이 있었고, 예상하지 못한 조언도 받을 수 있었다. 조금 더 우리 팀이 발전할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행사가 마무리되니 대략 5시 반이 넘어가고 있었다. 모든 팀원이 무사히 행사가 끝난 것에 대해 안도의 숨을 내쉬며 후련해했다. 제는 즐길 일 만이 남았다. 몸은 피곤했지만 부담이 사라져 마음은 편안했다.



저녁 메뉴는 미리 예약해 둔 삼겹살집이었고, 삼겹살엔 역시 소주가 빠질 수 없었다. 정통적인 회식 메뉴인 것이다. 센터장님과 실장님이 참석하여 고생한 우리 팀에 대한 격려와 감사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는 더욱 즐겁게 술을 마실 수 있었다. 첫 잔은 역시나 '쏘맥'이다. 바쁜 회사생활 속에서 빠르게 취하기 위한 방법은 소주와 맥주를 말아 마시는 것이다. 술을 하지 못하는 직원들은 콜라로 대신했다. 이런 날에도 콜라를 마신다니... 난 술맛을 알지 못하는 직원들을 안타까워했다. 회식자리에서 제일 큰 곤욕 중에 하나가 다른 사람은 다 취해서 횡설수설 즐거워하는데, 본인만 정신이 말짱한 것이다. 하지만 결코 술이란 게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절대 강요하지 말고 그들의 취향을 존중해야만 한다.


삼겹살은 고소했고 술은 달았다. 고생한 만큼의 보람을 먹고 마시는 것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작은 행복 중 하나였다. 게다가 친한 팀원들과 이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 또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팀을 옮기고 팀원들과 아직까지 불화가 없다는 것에 감사했다. 누군가와 불화가 있다면 분명 이 회식자리를 마음 터놓고 즐거워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잔 하시죠! 수고 많으셨습니다."


주변 팀원들과 짠을 하며 나누는 덕담들이 더욱더 관계를 견고히 했다. 짠을 한번 할 때마다 하이파이브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왔고, 사회적 벽은 점차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쏘맥으로 시작한 1차 술자리는 소주를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배는 부르고 취기는 올라왔다. 울산까지 1박 2일 출장을 왔는데, 1차로만 끝낼 수는 없었다. 대부분의 팀원들이 그런 듯했다. 술을 마시지 않는 몇몇 인원들은 숙소로 돌아갔고, 이 행사를 진행하는데 가장 많은 제반 사항을 준비했던 막내 팀원도 두통을 호소하며 숙소로 들어갔다. 난 막내 팀원과 같이 한 잔 더 하고 싶었지만, 신경 쓰고 긴장했던 것이 한 번에 풀리며 피로가 두통으로 갑작스레 몰려오는 느낌을 나 또한 겪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를 붙잡지는 않았다.



2차 장소는 우리 팀이 묵은 호텔의 2층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저녁 식사를 운영하고 이후에는 일정 금액만 내면 맥주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 곳이었다. 남은 인원은 대략 9명 정도였다. 배가 부른 우리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안주거리와 맥주와 섞어마실 소주를 몇 병 더 시켰다. 이미 대부분 취기가 올라와 있었기 때문에 각자 신나게 대화를 나누느라 여념이 없었다.


"오늘 기대도 안 했는데 사람들이 행사에 엄청 많이 참석해서 깜짝 놀랐어요!"

"오늘 우리 팀이 한 단계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연말에 조직개편은 어떻게 되려나요?"

"뭐, 우리 팀이야 걱정할 게 있겠습니까? 계속 성장하는 팀인데요."


이러한 미사여구와 허세와 허황된 말들과 솔직한 의견들이 뒤섞이며 중구난방으로 대화가 이뤄지고 있었다. 그래도 화기애애하게 2차가 진행되고 있어서 나름대로 소속감 있게 즐길 수 있는 자리였다. 맥주 500잔에 소주를 조금씩 따라 연거푸 마시고 나니 이때부터는 슬슬 술이 술을 먹기 시작했다. 팀원들끼리는 누구보다 친해져 있었고 이따금 어깨동무도 하고 있었다. 누가 보면 고등학교 동창 모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나도 그 속에서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다. 술이 그 상황에서 행복을 더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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