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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Jan 04. 2024

올해 당신의 KPI는 무엇입니까?

"회사 시스템을 개인 삶에 적용해 보자!"

  2024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또 다른 한 해의 시작이다. 분명 이 한 해도 금방 지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회사에서는 연초에 직원들에게 연간 KPI라는 걸 작성하게 한다. KPI란 Key Performance Indicator의 약어로 '핵심성과지표'를 말한다. 각 직원들은 조직의 방향에 맞춰 목표를 설정하고, 조직은 직원들의 목표 달성 여부와 성과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더라도 평가의 관점에선 주관적인 요소가 반영될 수 밖에는 없지만, 직원들은 한 해를 이 목표 기준에 맞춰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제 직장인들은 힘겨운 출근길과 함께 올해의 KPI를 골머리를 앓아가며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직장생활 12년 차에 접어든 나는 회사에서 KPI를 작성하는 데 그리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다. 팀장의 KPI가 정해지면 각 팀원들이 자신들의 R&R에 맞게 목표를 할당하여 나눠 갖는다. 나도 이제 내 역할과 책임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에 자연스레 팀의 목표 중 일부를 내 개인 KPI에 반영한다. 최종적으로는 팀장과 합의하여 수정하는 단계를 거치지만, 어차피 정해진 역할이 있기 때문에 그리 큰 수정을 하지는 않는 편이다. 대략적으로 직장인의 KPI 목표는 다음과 같이 설정한다.


  1) OO과제 목표 달성률 100% 만족, 산출물 5건 이상

  2) 시장 동향 조사 보고서 10건 이상

  3) 고객 만족도 95점 이상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여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의 전체적인 목표에 부합할 수 있도록 본인의 역할을 아주 명확히 표현해 내는 것이다. 좀 더 발전적인 직장인이라면 회사에서의 성장 관점에서 팀의 목표와는 별도로 추가적인 목표를 설정한다. 물론 회사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목표여야 고, 팀 내에 공유되어야 한다.


  1) 영어 말하기 점수 IH 이상 획득

  2) 업무 관련 자격증 1개 이상 획득

  3) 코딩 교육 30시간 이수


이는 어찌 보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개인적인 목표임에도 공식적으로 회사에 공표함으로써 시간적인 양해를 구할 수도 있고, 강제성을 어느 정도 부여하여 목표를 실행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도 몇 년 전부터 팀 목표와는 별개로 직장인으로서의 성장 관점의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려 노력하였다. 그러다 보니 자격증과 수료증이 점차 쌓이고 있다. 이것들은 모두 회사에서 내 경쟁력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사실 앞에서 회사 KPI를 장황하게 쓴 이유는 좀 더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 KPI만 적지 말고, 개인 KPI를 적어보면 어떨까?'


회사의 직장인 신분으로 작성된 KPI와는 별개로 나만의 인생 KPI를 작성해 보는 것이다. 1년 단위로 회사 KPI를 작성하는 엑셀 시트에 몰래 나만 볼 수 있게 숨김처리를 한다든가 해서 내 인생 KPI를 작성한다. 그럼 어쩔 수 없이 분기 별로 회사 KPI를 팀장에게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인생 KPI도 분기 별로 스스로 체크할 수밖에 없다. 오래전 내 사수였던 차장님이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회사가 비싼 돈 주고 목표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거야. 이렇게 잘 되어 있는 시스템을 회사에서만 적용하지 말고, 니 인생과 가정에도 적용해 봐. 분명 도움이 될 거야!"


신입사원이던 시절에는 이 말을 그냥 흘려버렸다. 회사 시스템을 적응하고 익히는 것조차도 벅찼기 때문이다. 점차 회사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파악되고 나니까, 드디어 개인 삶에도 적용해 볼만하겠다는 마음이 든 것이다. 그리고는 회사 KPI 밑에 나의 개인 KPI를 적어보았다. 1년 안에 할 수 있는 객관적인 수치와 분기 별 일정을 회사 목표와 유사한 방식으로 설정하였다.


  1) 글쓰기 일주일에 2건 이상 발행하기

  2) 독서 한 달에 세 권 이상 읽기

  3) 아침 운동 일주일에 2번 이상 하기


최종 목표는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 짜본 나만의 버킷리스트에 있고, 누구나 연초에 마음속으로 결심하고 몇 달 사이에 잊어버리는 목표들로 짜인다. 단지 이를 실행 가능한 수준에서 1년 단위로 계획하여 잘 보이는 곳에 작성해 놓았을 뿐이다. 가장 중요한 건 인생에서 쌓일 수 있는 성장 관점의 목표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2번이면 연간 100번 이상이 쌓인다. 이런 식으로 회사 KPI 밑에 나만의 KPI를 조심스레 써놓고 회사 컴퓨터 개인 폴더에 저장해 놓으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 회사 일을 하면서도 수시로 개인 삶의 목표를 인지할 수 있다. 반복하여 되뇌면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어 조금씩 하게 된다. 게다가 회사 KPI를 분기 별로 팀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면, 개인 목표도 분기 별로 점검해 볼 수 있다. 목표 달성 수준에 맞춰 회사와 개인 삶의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다.


  회사 KPI를 팀장에게 보고한다면, 개인 KPI는 스스로 자신에게 보고한다. 마지막 최종 성과는 계획한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눈에 띄는 누적된 성과물이 있으면 더 좋다. 그리고 달성 여부에 따라 스스로에게 보상을 준다. 결국 회사 시스템이 흘러가는 과정과 똑같다. 단지 개인 KPI를 작성했다는 것만으로도 본인 스스로의 삶을 더욱 발전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바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말이다. 이런 과정으로 충실히 수행하기만 한다면, 연말쯤 확실히 성장한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것 자체가 나에게 주는 연말 보너스인 셈이다. 올해가 시작되었다. 벌써 회사에서 연간 계획을 다 짜놓은 사람도 있겠고, 지금도 열심히 짜고 있는 사람도 있을 테다.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하고 한 번쯤은 자신의 인생에 잘 짜인 회사 시스템을 적용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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