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똥이애비 Sep 10. 2022

소프트웨어 부흥으로 소외받는 하드웨어에게 하고 싶은 말

"우린 우리의 일을 하면 된다."

  코로나로 인해 IT업계의 시계가 5년 이상은 빨라진 것 같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소프트웨어 인력들이 각광받고 있다. IT업계뿐만 아니라 내가 속한 자동차 업계와 같은 전통 산업에서도 부족한 소프트웨어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갖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소프트웨어 인력의 중요성이 확인되었고, 그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있다. 나는 코딩의 코자도 모르지만, 소프트웨어 업무가 상당히 어렵고 까다로운 것은 대략 알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 회사도 최근 소프트웨어 인력들을 대거 채용했고, 교육을 위해 소프트웨어 관련 과목들이 개설되었으며, 나도 코딩 교육은 아니지만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 관련된 교육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내가 왜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았느냐고? 불안함 반, 호기심 반이었던 것 같다. 회사 차원에서 소프트웨어 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도, 워낙 회사 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내부 인력들을 소프트웨어 인력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다. 그래서 전 직원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관련된 교육을 고, 자격증 시험을 보게 하였다. 이래서는 하드웨어 인력으로 남아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불안했다. 한 편으로는 소프트웨어가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나 각광받고 있을까, 얼마나 중요한 업무가 주어지길래 그렇게나 환영받고 있을까 궁금했다. 교육을 받아보니 어렵고 중요한 일을 하는 건 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하드웨어만 10년 동안 한 내가 소프트웨어 인력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을까?


  요즘 워낙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보니, 초등학생 때부터 코딩 교육을 받고, 비전공 직장인들도 연봉이 높은 IT업계로 이직하기 위해 퇴근 후 코딩 공부를 한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를 보고 있으면 나와 같은 하드웨어 인력들은 갑작스레 진로의 혼선이 찾아온다. 하드웨어 인력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주목받지 못하고, 소프트웨어 인력들만 수당을 챙겨주는 회사를 옆에서 지켜보며 허탈함을 느낀다. 더럽고 치사해서 소프트웨어로 진로를 틀어버리는 경우도 많지만, 그것 또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물론 그렇게 해서 잘 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럴 때일수록 우리 하드웨어 인력들만 할 수 있는 것들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그냥 단순한 껍데기만 만드는 게 아니다. 하드웨어 기술은 소프트웨어 기술이 잘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필수적인 기술이다. 사람이 뇌만 있고, 뇌에서 내린 명령을 수행하는 몸체가 없다면 뇌가 아무리 천재적이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몸이 있다고 해도 병든 몸이라면, 그것 또한 문제다. 그렇다. 우리 하드웨어는 실질적인 실행을 하고, 그 실행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갖은 노력을 한다. 충분히 자부심을 갖고, 소프트웨어 분위기에 흔들리거나 불안해하지 말자. 흔들리는 순간 이도 저도 안 되는 커리어만 남게 될 뿐이다.


  우리도 주목받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가 하지 못하는 빈 공간을 파고들자.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만들면 된다. 특히 최근 ESG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친환경과 탄소중립을 키워드로, 하드웨어가 충분히 개발할 수 있는 기술들이 요구되는 추세이다. 저탄소 또는 재활용 소재 개발, 공정 삭제 또는 공정 가동 시간 축소, 불필요한 부자재 삭제 등 우리 하드웨어 인력들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들이다. 이를 통해 우리의 존재 가치를 다시 부각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래 산업은 어떠한가? 인공지능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면, 우리 하드웨어는 로봇을 구현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언맨이 어벤저스에서 멋대로 날아다니며 주목받는 것도 아이언맨이 입은 '철갑 슈트'의 힘이다. 향후 미래산업으로 예상되는 우주항공 산업과 도심 모빌리티 산업에선 어떠할까? 지금보다 더욱 가혹한 환경에 적응하는 하드웨어 기술이 필요할 것이고, 그것은 우리만 할 수 있다. 우리의 미래 가치가 아직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


  최근 들어 소프트웨어가 주목받는 것에 우린 너무 신경 쓸 필요 없다. 하드웨어는 도대체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우리 삶을 주도해 왔는가? 앞으로의 미래 산업에서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진다는 얘기는 반대로 말하면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각광받지 못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하드웨어는 좀 더 넓은 아량으로 소프트웨어가 기회를 얻었을 때 충분히 자랑하도록 응원해주면 된다. 그러다 혹시 하드웨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그 몇 백 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당당히 보여주자. 그리고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우린 우리 자리에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담담히 해나가면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꼴 보기 싫은 직장 동료가 무너지길 바란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