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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Dec 19. 2023

꼴 보기 싫은 직장 동료가 무너지길 바란다면...

"그냥 그가 하는 대로 그대로..."

  회사에는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회사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면, 이런 다양한 사람들과 조화롭게 협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다른 생각과 태도들이 같은 회사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경악하기도 한다. 지어 나름의 기준을 갖고 면접을 몇 차례씩이나 치르고 온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나랑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


아무리 이해하려고 애써도 도무지 내 상식 선에서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 앞으로 이들과 회사 생활을 하려니 앞이 까마득하다.


  나와 너무도 다른 이들과 일하다 보면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친한 친구와 가족들과도 갈등이 있는데, 회사에서 갈등이 없을 수 없다. 특히나 억지로 함께 일하게 된 동료가 나와 생각이 다른 경우 더 그렇다. 사회생활의 노하우를 십분 발휘하여 른 점을 받아들이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동료가 이를 고마워하지는 않은 듯하다. 왜냐하면 그 동료도 본인 나름대로 최대한 맞춰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찌어찌 맞춰가다 보면 일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지만, 한 끗만 엇나가면 그동안 참아왔던 울분이 터지면서 서로 극단까지 벌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즉, 남보다 못한 동료가 되는 것이다. 신입사원 때는 왜 이렇게 선배들이 사무실에서 서로 욕하고 삿대질하며 싸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어떤 상황인지 예상 가능하다. 결국 일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인 것이다.



  나 또한 모나지 않게 사회생활을 한다고 했지만, 나와 맞지 않는 회사 동료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젠 인정한다. 각자 몇 십 년간 살아온 삶의 방식과 나름의 가치관이 있을 텐데, 나와 맞지 않다고 해서 그들 삶의 근간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와 가까이 일하는 동료는 스물 세명 정도다. 나를 이끄는 리더도 있고, 선배들도 있고, 후배들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이들과 친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은 함께 협업을 하면서 친해지는 경우가 많지만, 함께 일을 할수록 데면 데면 해지는 관계도 있다. 과거에는 억지로 친해지려고 노력했지만, 이제는 적당한 거리에 있는 관계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거리를 넘어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그 동료를 흉보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한다. 나 또한 스물 세명의 동료 중에 사이가 나쁜 동료가 한, 둘 쯤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꼴 보기 싫은 동료다. 왜 사이가 틀어졌는지에 대해 설명하려면 너무나 긴 분량의 글이 쓰여야 할 것이다. 간략히 그 원인을 살펴보면, 결국 그들의 공공연한 시기와 질투를 내가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사라는 공간은 소문이 굉장히 빠르지만, 빠른 만큼 왜곡이 심하게 생기기도 한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이빨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다른 동료를 통해 전달받은 얘기들이므로 오해이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이 말을 듣고 그들의 태도를 면밀히 살펴보면, 나를 경계하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모습이 점점 더 꼴 보기가 싫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내가 꼴 보기 싫어하는 동료들의 공통점이 있다. 당사자에게 직접 말하지 못하고 뒤에서 수근 거리는 태도, 본인이 스스로 노력하여 업무 성과를 내는 게 아니라 남들이 무너져서 본인이 인정받기를 바라는 태도, 본인이 해야 할 역할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남들과 회사에 대한 불만만 토로하는 태도 등이다. 이러한 모습이 동료에게서 비칠 때마다 실망을 하게 된다. 재밌는 건 꼭 한, 두 사람이 내가 싫어하는 모든 태도를 전부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의 적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또 그들 나름대로 친분관계를 유지하는 다른 동료들이 있는 걸 보면, 나만의 꼴 보기 싫은 동료라고만 생각해야 하겠다.



  이런 꼴 보기 싫은 동료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업무적으로 엮이지만 않는다면 그냥 무시한 채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가까이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라면 이 조차 쉽지 않다. 로 맡은 일을 칼같이 나눠서 한다고 하더라도 옆에서 일을 하다 보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렇게 미운 짓만 골라서 하는 건지. 나에게 직접적으로 피해 주는 일은 없다지만,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나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마치 그가 내 회사 생활의 모든 스트레스 원흉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다 심하면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치가 떨리기 시작한다.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 결국 나만 손해다.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고 해결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며, 더욱이 그는 평온한 상태일 테니 말이다. 


  예전 팀장과의 면담에서 이런 고충을 토로한 적이 있다.


"팀장님, 저는 김 과장이랑 같이 일 못할 것 같습니다. 최대한 떨어뜨려 주세요."


팀장은 예상한 일이라는 듯이 전혀 놀란 기색조차 없었다.


"이미 알고 있었어. 그런데 어떻게 해? 김 과장도 내 팀원이고, 우린 함께 일할 수밖에 없어."


문득 비친 팀장의 씁쓸한 미소가 이런 고민이 나만의 고민은 아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팀장은 내게 덧붙여 말했다.


"꼴 보기 싫은 동료가 무너지길 바란다면... 바꾸려 하지 말고 그냥 그대로 냅둬. 조 과장은 조 과장 일만 하면 돼."


 팀장의 의미심장한 말이 한동안 내 귓가에 맴돌았다. 한 동료가 꼴 보기 싫다고 해서 그를 내 식으로 바꾸려고 하는 건 전혀 소용이 없다. 나만 스트레스받고 그는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언제든지 하도록 내버려 두기만 한다면 언젠가 그 스스로 발목이 잡힐 것이기 때문에, 싫어하면 싫어할수록 그저 철저히 내버려 두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결국엔 함께 같은 공간에서 꼴 보기 싫은 동료와 오래도록 일해야 한다면, 정신적인 무장이 필요하다. 이처럼 생각의 전환을 조금만 해도 급격한 스트레스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 미치도록 싫어서 신경 쓰이는 직장 동료가 있는가. 그냥 그가 하는 대로 그대로 내버려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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