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서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생각한다

"어떻게 막힘없이, 얼마나 꾸준히"

by 똥이애비

글을 좀 본격적으로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게 채 몇 달이 안되었다.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사람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나를 찾기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게 된 이유도 나를 찾기 위한 과정 중에 하나였고, 그 속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면서 공감을 받아 내 글쓰기의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순간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함이 앞섰다. 여러 책을 탐독한 끝에 내가 제일 잘 쓸 수 있는 내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문득 '나처럼 지독히도 평범한 인생을 산 사람이 쓴 글을 누가 읽어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여기서도 내가 읽은 책이 도움이 되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읽은 책 중에서 동기 부여를 가장 많이 얻은 책이 유명한 작가의 베스트셀러나, 유튜버의 성공스토리가 아니었다. 우연히 읽은 '직장인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 자기 계발서'였다. 내 상황과 닮은듯한 내용에 큰 공감을 느낄 수 있었고, 그 고민을 나보다 먼저 생각하고 실천한 사람의 글이 나의 마음을 뒤흔든 것이다. 그렇다는 건 내가 서른여섯 먹는 동안 먼저 평범하게 살아온 삶이 누군가에게는 큰 공감을 줄 수 있고, 나로 인해 그 사람의 마음가짐도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오히려 평범한 고민과 삶을 녹인 글이 더 많은 평범한 이들에게 읽힐 수 있을 거였다. 그 깨달음이 들자 나는 내가 살아온 인생을 몇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무엇을 쓸 건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꾸준하게 쓸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글이 잘 써진다. 무겁게 생각하지 않고 내가 살아온 삶과 그 과정에서 얻은 소소한 깨달음 정도만 풀어내다 보니, 가벼운 마음으로 술술 써 내려갈 수 있었다. 구체적인 방식은 다음과 같다. 우선 내가 현재 처한 상황과 고민들을 풀어놓는다. 그게 가장 생동감 있고, 현실 반영이 잘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다음부터는 최근 기억부터 순차적으로 과거의 기억까지 글감을 삼을만한 것을 찾아낸다. 장기적으로 뇌에 박힌 기억들이 생각보다 많다. 신입사원 시절, 군대 이야기, 복학생 시절, 대학생 시절, 나머지 학창 시절, 어린 시절 등을 떠올리다 보면 뚜렷한 장면이 생각날 때도 있고, 어렴풋이 흐릿한 장면들이 생각날 때도 있다. 그런 모든 것들이 내 글로 구체화된다. 때때로는 내가 본 뉴스 기사, 책, 영화, 유튜브에서도 글감을 얻어서, 약간 감상문 같은 글을 쓸 때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쓰다 보면 글이 꽤 쌓이게 된다.


글이라는 것을 생각해서 쓴다고 마음먹으면, 정말 어렵고 힘든 과정에 빠진다. 물론 전문 서적과 같은 글을 쓰려면 많은 자료 수집과 정리가 필요하겠지만, 이제 글을 쓰기 시작하는 단계에선 너무 많은 생각이 오히려 글쓰기에 방해가 된다. 제목을 겨우겨우 함축적이고 그럴듯하게 지어놨지만, 막상 내용을 쓰려고 하니 백지상태에만 머물러 있다. 그러다가 머리가 어지러울 때쯤 '밥 먹고 써야겠다'라는 생각에 자리를 뜬다. 그 순간 그 글은 지금 제목만 써진 채로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 테다. 우리는 이런 악순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쓰면서 생각하기' 전략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제목을 거창하게 쓰지 않아도 괜찮다. 일단 시작은 '어제 충격받았던 일'이라는 단순한 가제로 정해 놓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럼 시간 순이든 공간 순이든 쭉 써 내려가기가 쉬워진다. 쓰다 보니까 점차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고,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 손이 바빠진다. 생각이 타자 속도를 앞서 나갈 경우에 소제목만 간단히 2~3개 써놓고 그 내용을 채워가는 방식도 막힘없이 글쓰기에 좋다. 이렇게 글을 다 써놓고 보니, 전체 내용을 관통하는 제목도 자동으로 떠오른다. 그럼 미리 정해놓은 가제를 지우고, 제대로 된 제목을 써넣는다. 그럼 하나의 글이 쉽게 완성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써내려 간 글은 대부분 위에서 설명한 방법과 형식을 갖추었다. 언제쯤 내 인생에 떠오르는 기억들을 다 쓰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다. 아직도 '내 서랍' 속엔 그때그때 떠오른 인생 글감들이 가득하다. 게다가 취미로 운동과 독서를 하고, 직장 생활과 육아 생활을 병행하다 보니 실시간으로 글감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내가 내 인생의 글을 다 써냈을 때는, 소설을 쓰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도 든다. 어쨌든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무엇을 쓸 지에 대한 고민은 그렇게 심각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건도 누군가는 엄청나게 공감할 수도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나 같은 '글린이'들은 어떻게 막힘없이 쓸 것인가 또는 얼마나 꾸준히 쓸 것인가를 더 고민하는 게 좋겠다. 그 고민들은 이미 앞서서 내가 고민한 것들이고, 이 글을 통해 정리를 해보았으므로, 글을 읽고 공감한 부분이 있으면 참고 삼으면 되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공대 엔지니어는 왜 글을 써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