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골목의 숨은 맛집 같은 글쓰기

"현재의 나와 소통하고, 미래의 나를 궁금하게 하는 것"

by 똥이애비

글을 주기적으로 쓰다 보니 고민이 생겼다. 대략 어떤 글을 써야 할지에 대한 그림은 그려졌는데,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관점에서의 물음이었다. 지금까지는 그런 고민 없이 그냥 내 머릿속에서 흘러나오는 데로 손을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글이 쌓이면 쌓일수록 중구난방인 느낌이 들었다. 어떨 때는 기분 좋은 어투로 통통 튀기도 하고, 어떨 때는 세상 다 산 것처럼 회의적인 말투였다. 그도 그럴 것이 글을 쓰는 당시 나의 심리상태가 상당히 반영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런 보잘것없는 글들도 좋아해 주신 분들이 있어 너무나 감사드린다. 소중한 댓글이 하나씩 달리고, 내 글을 매거진에 싣는다거나, 출간까지도 제안해주셨을 때는 몸 둘 바를 몰랐다. 이제 이런 고민까지 한다는 게 초보자 티를 살짝 벗어나는 건가? 나는 그런 긍정의 태도로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갖기로 했다. 그 기준에서 최대한 벗어나지 않게 글을 쓴다면 나만의 색깔이 뚜렷한 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나는 문과를 나온 것도 아니었고, 별도로 글쓰기 수업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처럼 좋은 책을 찾아 필사를 한 것도 아니었다. 브런치를 하다 우연히 본 글에서는 문학적 냄새가 물씬 풍겼다. 사실 좌절감도 맛봤다. "와, 인간이 그저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에도 엄청난 감성을 담아 표현할 수도 있구나!" 나름 존경의 표현이었지만, 타고난 감수성과 필력이 떨어지는 나로서는 이런 글을 목표로 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내가 만약 떨어진 나뭇잎을 보고 글을 썼다면, '가을이 오긴 왔나 보다. 나뭇잎이 발에 걸리는 게 상당히 귀찮다.'라고 썼을 것이다. 이런 식의 글을 계속 써가도 되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책을 찾아보는 일이다. 글쓰기 또는 퍼스널 브랜딩과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었다. 내 물음과 궁금증에 답을 내려 주기를 소망하며, 한 권씩 읽어갔다.


글쓰기에 대한 깊은 고민과 깨달음을 담은 훌륭한 책들이 많았다. 그리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해주었다. '첫 문장은 모호하게 쓰고, 그다음 문장에서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방식으로 써라', '첫 문장에서 힘을 싣고, 그다음부터 풀어서 써라', '초보자는 전체적인 글에 힘을 빼라' 등 각자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전략들을 소개해주었다. 읽을 때는 이런저런 전략들을 따라 해 보려는 요량이었는데, 책을 덮고 나니 너무나 많은 가이드라인과 너무나 많은 전략들로 머리가 복잡했다. 글을 쓰려고 해도 첫 문장에서부터 막혔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하도 첫 문장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니까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의 첫 문장부터 주저하며 부담이 생겨버린 것이다.


그러던 중 나는 '퍼스널 브랜딩'과 관련된 한 책을 보았다. 거기서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솔직하게 쓰고,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을 꾸준히 쓰기만 해도 그게 본인만의 색이 되고 브랜드가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대신에 본인만의 브랜드를 갖출 수 있도록 글의 흐름과 콘셉트를 어느 정도 잡아놓고 글을 쌓아가는 게 도움이 된다고도 말했다. 이 책을 읽으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꾸미지 않은 솔직한 글을 꾸준히 쓰는 것은 그나마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였다. 수많은 글쓰기 책이 있었는데도, 이 책에 내 마음이 뺏긴 것은 은연중에 나도 이런 방식의 글을 쓰는 것을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돌아 돌아왔지만,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물음의 답은 내 마음속에 있었다.


나는 결국 '을지로 골목의 숨은 맛집' 같은 글을 쓰기로 했다. 갑자기 글쓰기에서 맛집을 얘기하고 있으니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다. 을지로 골목의 숨은 맛집을 가본 적이 있는가. 우선 그곳을 찾는 것조차 방문자들의 미션이다. 간판도 없고, 문도 유리 한 조각 없는 철문이다. 또한 건물 2층에 위치하고 있어 인터넷으로 겨우 그 집을 검색하고 수소문하여 찾아가야 한다. 왜 이렇게까지 해서 가야 하는가. 그만큼 다른 데서는 경험할 수 없는 그곳만의 특색과 매력이 있는 것이다. 을 열고 들어가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인테리어가 아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곳곳에 포인트를 살려 사람들이 사진을 찍거나, 음식을 기다리며 감상하게 했다. 메뉴판을 보니 메뉴가 2~3개뿐이다. 장사를 하려면 최소한 메뉴가 5개 이상은 있어야 손님들이 기호에 맞게 선택을 할 텐데, 여기는 최소한의 메뉴로 그들만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한 것이고, 그 맛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오픈 키친에서는 손님들과 주방장의 대화가 이어지고, 혼자 온 단골손님도 자리할 수 있도록 벽 쪽으로 길게 늘어선 테이블이 있다.


그렇다. 내가 생각하는 '을지로 골목의 숨은 맛집 같은 글쓰기'는 다음과 같다.


1) 사람들이 궁금해서 알아서 찾아오게 되는 글을 쓸 것

2) 글에서 비치는 나란 사람의 매력을 보여줄 것

3) 글 곳곳에서 즐길 수 있는 반전의 요소를 줄 것

4)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글을 쓸 것


위와 같이 정리해보니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다. 그저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솔직하고 진솔하게 나를 글 속에 녹여, 사람들이 내 글을 통해 현재의 나와 소통하고 미래의 나를 궁금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 문장으로까지 정리해 보았는데도 생각보다 쉽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나만의 글쓰기 위한 기준은 잡았으니, 이 기준에서 최대한 벗어나지 않게 글을 써보고자 한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연재될 내 글을 통해 '을지로 골목의 숨은 맛집'의 분위기를 느껴보겠는가. 그렇다면 오신 걸 환영하고 내 글을 맘껏 즐기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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