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행복이 불안한 사람들에게
졸업 작품 때문에 사전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직종이나 누구인지는 말할 수 없지만)
힘들고 흔하지 않은 일을 하고 계셨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대상자로 컨텍을 했고, 나름 편견을 깨고자 기획을 하며 인터뷰 질문을 준비했다.
-청년이기 때문에 이 직종에서 힘든 점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나 또한 이 직종이 힘들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떤 부분이 힘든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힘들 것이라는 지레짐작으로 '힘든 일이지만 자신의 행복을 위해 길을 선택한 사람'이라는 흐름을 기획했었다.
그런데 편견을 깨고자 만들었던 기획조차 내 편견으로 가득 찬 기획서임을 알려준 질문이 있다.
-일하면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은?
놀랍게도 대답은
-행복한 게 훨씬 많죠!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을 하나요.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그건 저를 포기시킬 만큼의 힘듦은 전혀 아니에요. 당연히 행복한 순간이 힘든 순간보다 많습니다.
대답을 들은 순간에는 정말 단단하고 본인의 일을 사랑하는, 그리고 확신이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점점 내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걸 인지했다.
왜 힘들 거라고 생각하고, 행복은 소소할 거라고 생각했지?
질문들은 무난하게 넘어갔지만 인터뷰가 끝나고 내용을 정리하면서 출연 결정을 내려주신 분에게 큰 실례를 한 기분이었다.
사실 좀 큰 충격이었어서, 그다음 날까지도 이 질문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나는 꼭 인터뷰이만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일을 한다는 것은 당연히 힘들고 겨우 버티는 것이고 하루에 찾아오는 행복은 소소할 거라고 오해 아닌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하루에 찾아오는 소소한 행복을 찾고 느끼는 건 나에게 정말 소중하고 중요하지만, 힘든 것보다 더 많이 행복해도 된다는 생각은 안 한 것 같다.
무의식적으로
-오늘 이만큼 힘들었으니까 좀 행복해야지
라고 생각이 변질되어서 이 소소한 행복을 느끼려면 나는 힘들어야 마땅하다고 여겼다.
하루의 힘듦이 행복에 대한 당위성이 아니라
나와 내 삶이 존재하는 이상 행복에 대한 당위성은 언제나 충분한 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