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 그름의 중간지점쯤에서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내 입장을 가진다는 건 더 쉬워질 줄만 알았는데, 점점 내가 판단할 수 없는 일들 뿐이라는 걸 깨닫는다.
성격이나 상황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느 한쪽의 손을 들 수 없는, 답을 알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생겨난다.
이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맞아 저럴 수도 있겠다.
세상에 많은 사람이 있는 것만큼 각기 너무 다양하고 다른 상황과 사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문제에 있어서 다른 입장을 갖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
하물며 같은 생각과 가치를 가지고 모인 집단의 사람들도 충돌되는 생각으로 갈등이 생기기도 하지 않는가
최근에도 인터넷 예배를 두고 같은 기독교 사람들끼리도 의견이 팽팽히 갈렸는데, 이것만 봐도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앙이라는 부분에서 공통점을 가져도 각각의 개인이 얼마나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줏대 없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어떻게 세상만사가 이 아니면 기, 흑 아니면 백으로 나뉠까!
제로 웨이스트를 삶의 모토로 삼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을 쓰는 사람도 있고
동물권을 주장하면서 개고기 금지! 를 외치고 다니지만 소고기는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거짓말은 나쁜 거라지만 필요할 때도 있다.
무조건이라는 말은 이제 나에게는 쉽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나의 일상은 예측할 수 없는 일 투성이고, 어느샌가 내 가치관이나 취향이 완전히 바뀐 걸 발견하는 순간도 더러 있다. 그래서 요즘 나가 말을 할 때 너무 강력하고 세게 주장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남들과 논쟁하지 않아도 팍팍한 삶 속에서 조금 에둘러 말하고 나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 것쯤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완전한 흑과 백은 없다.
우리 모두 흑과 백을 가지고 있지만 그 농도가 다를 뿐, 그리고 언제든지 백의 색을 더 띨 수도, 흑이 더해질 수도 있다는 것.
색의 농도가 다르다고 서로 사랑하지 못하는 일이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