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한 끼 정도야그냥 거르려는 사람들에게
집밥이 먹고 싶다.
전 날에 지어서 딱딱해진 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먹다 남은 미역국을 데워서
냉장고에 있는 반찬 몇 개를 집어 들고 티브이 앞에 앉아서 밥을 먹고 싶다.
기숙사에 살다 보면 밥은 먹지만 요리된 음식은 대부분 먹지 못한다.
배달을 시켜도 자극적이고 사실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이라 먹을 때는 맛있지만 건강한 밥상은 아니다.
집에 있을 때는 햄버거나 배달 음식이 너무 먹고 싶은데, 막상 집밥을 주식으로 먹지 못하면 자연스레 건강한 밥상이 그리워진다.
심지어 새벽에 자고 점심쯤 일어나서 수업에 가다 보니 하루에 저녁 한 끼만 먹는 날이 더 많아졌다.
밥을 꼭 먹으라고 잔소리하는 사람도, 뭐라도 쥐어주는 사람도 없이 온전히 혼자 지내면 끼니를 꼬박꼬박 챙기는 건 꽤 어려운 일이다.
끼니를 챙기는 일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어차피 혼자 차리고 혼자 먹고 혼자 치울 건데... 귀찮기도 하고 할 일도 많으니 아예 거르거나 대충 데운 컵밥 하나로 후루룩 때우기 십상이다.
왜 부모님들이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자녀들에게 전화를 하면 밥 먹었냐는 말부터 하는지 알 것 같다.
가끔 사람들은 본인의 건강에 너무 무관심하다.
삼시세끼 안 챙겨 먹으면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몇 푼 아끼려고, 귀찮아서, 할 일을 지금 해야 해서라는 온갖 핑계를 대고 나도 실제로 이런 핑계들이 건강보다 더 우선순위일 때가 많다.
차라리 '너 그러면 오히려 살찐다! 피부 안 좋아져'라는 말에 훨씬 정신이 바짝 차려지는 게 사실이다.
익숙하고 당연한 '밥 먹었어?'라는 인사말이 새로워 보인다.
식사 여부가 궁금한 게 아닌 한 사람의 안위를 살피는 제일 중요하고 효과적인 말이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