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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현 Jul 29. 2021

가장 별 볼일 없는 하루로돌아가 보자

반복되는 하루에 지친 사람들에게

-No! At least, choose an unimportant day. Choose the least important day in your life. It will be important enough.


수업 중에 새로운 희곡 진도에 들어갈 때마다 대본을 읽어가야 하는 수업이 있다.

이번 주에 읽을 희곡은 'Our Town'. 사실 '우리 읍내'라는 한국어 버전으로 읽었다.


대부분의 희곡들과는 다르게 크게 극 안에서의 갈등 상황이랄 게 없는데, 두 인물을 중심으로 한 마을의 일대기를 그린 희곡이다.

3막에서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 에밀리는 살아있던 딱 하루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데 그때 에밀리의 시어머니인 깁스 부인이 한 대사가 바로 첫 문단의 대사이다.


에밀리는 이왕 딱 하루의 과거로 돌아갈 거면 특별한 날로 돌아가겠다고 하지만, 깁스 부인은 가장 덜 중요한 하루로 돌아가라고 권하고 그 하루마저도 충분히 중요할 거라는 조언을 건넨다.

저 대사를 보고 왜?라는 의문이 당연히 들었다. 단 한 번뿐인 기회인데 가장 기쁘고 특별했던 순간으로 돌아가야 할 것 아닌가?

아무튼 에밀리는 깁스 부인의 조언대로 가장 평범하고 중요하지 않았던 날을 선택했고, 죽고 난 다음의 에밀리는 그 평범한 하루가 강렬하게 돌아가고 싶은 하루라는 걸 깨닫는다.


나는 요즘 '하루'의 소중함과 고유함에 대해서 늘 인식하고 어떻게 하면 오늘만 누릴 수 있는 하루를 보낼까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고, 당연히 고유한 하루를 보내지 못하는 하루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특별한 하루 보내기라는 미션에 실패라는 도장을 찍어댔는데, 깁스 부인의 말에 따르면 만약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그 실패라는 낙인이 찍힌 하루를 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특별한 하루가 될 수 있는 거였다.


오늘이라는 이유 하나로 고유하고 특별할 수 있는걸 인조적으로 내가 정의한 '특별함'의 기준에 맞추려 한 것이 내가 어떠한 하루에 실패 도장을 찍은 발단이었다.

가장 평범하고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오늘 하루가 이를 누리지 못하는 시기에는 가장 돌아가고 싶은 특별한 하루라는 것. 

그리고 오늘도 결론은 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뻔하고 진부한 다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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