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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현 Jul 24. 2021

철없는어른, 멋진 어른!

계산 없이 살아가는 키덜트가되고 싶어



요전에 씽씽이를 타러 간 적이 있다.

내가 어렸을 때 킥보드라 하면 열심히 발을 굴려서 타고 발바닥에 불이 나게 멈추던 게 보통이었는데,

그날 마주친 킥보드는 '씽씽이'. 무려 전동으로 달리는 킥보드였다.

씽씽이는 어린이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는데 이 전동 씽씽이는 만 16세가 아니면 대여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놀거리였다.




애들 장난감이라고 쉽게 봤는데 이게 웬일, 나는 1m도 가지 못하고 중심을 잃었다.

어려서 못 놀면 커서도 못 논다더니 두 발 자전거도 마스터 못한 나에게 똑같이 바퀴 두 개 달린 씽씽이도 무리였나 보다.

그래도 다 커서 킥보드를 타겠다며 옆에서 잡아주고 넘어지고 깔깔대며 웃다 보니 목표한 씽씽이 타고 바다가 기는 처참히 실패했지만 꼭 어릴 때 마냥 발랄해지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이래서 키덜트(Kid+Adult)가 되는구나!

예전부터 나노 블록이나 레고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사람들을 봤는데 그냥 마니아층이겠거니 하고 말았다.

요즘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인지, SNS를 보면 비즈나 보석 십자수를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어렸을 때는 퀼드, 십자수, 비즈, 개구리알 키우기, 뜨개질같이 종류를 불문하고 놀거리를 찾아 시간을 보냈는데 사실 놀이로 조몰락거린 결과물이 당연히 좋기야 하겠는가. 그냥 의미 없이 재밌으니까, 반복되는 과정에 빠져드니까 하는 것뿐, 그리고 내가 완성한 작품이 생겼다는 잠깐의 뿌듯함?


그때는 이마저로 충분했는데 이제는 

그래서 얻게 되는 결과는?
무슨 의미가 있지?
나한테 도움이 되는 활동인가?

따위를 묻고 있다. 나도 오랜만에 비즈 한번 해보고 싶은데? 하다가도 생각 끝에는 항상 에이 그냥 팔찌 가지고 싶은 거면 하나 사는 게 낫겠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팔찌가 가지고 싶었던 게 아니라 비즈가 해보고 싶었던 건데 꼭 결국 결과물에 초점을 맞춰버리고 만다.


나도 이제 김치찌개에 고기만 건져 먹고 먹고 싶으면 초콜릿 왕창 먹고 의미 없는 비즈도 하는 철없는 어른이 될 거다!

의미가 없어도 재미에 투자할 수 있는 키덜트는 멋진 어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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