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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현 Jul 24. 2021

나에게 좀 더 맞춰주기로 했다.

나에게 가장 좋은 사람이 되어줄 수 있는 건 바로 나!

요즘 나는 나에게 좀 더 맞춰주기로 했다.

예전에는 내 행동 하나, 결정 하나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건 내 의사가 아니라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은 어떨까?라는 걱정이었다.

그래서 항상 나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마련이었다.

모든 일에 나 자신을 일 순위로 두고 행동하면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거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나만큼을 나를 제일 많이 생각해줘야 한다는 걸 요즘 들어 느낀다.


내 행동과 결정에 다른 사람 생각을 개입해버리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눈치를 보게 되기 마련이다.

나도 시키지도 않은 괜한 걱정에 꽤나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우리 집은 '성인이 되면 그때부터 지원은 없어!'라는 주의는 아니지만 세 자매 중에 제일 먼저 성인이 된 언니는 수능이 끝난 다음 주부터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리고 끊이지 않고 나보다 더 많은 일을 거쳤다. 

그래서 그런 언니를 따라 나도 수능이 끝나고 바로 알바 자리를 알아봤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니까 노트북이 필요해졌다. 다른 친구들이 다 있으니까 나도 가지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정말 노트북이 없으면 학교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언니는 엄마, 아빠가 노트북을 안 사줬으니까 나만 사주면 언니가 속상하겠지?'

나는 노트북이 꼭 필요했지만 일단 언니가 없었으니 어떻게든 내 돈으로 마련해야겠다고 당연한 듯 생각했다.

그런데 여름방학에 열심히 일해서 모인 돈이 노트북 살 돈과 다음 학기 생활비 정도밖에 안되었다. 원래라면 충분히 번 것이지만 나는 그 해 겨울에 태국 선교를 가야 했기 때문에 90만 원가량이 더 필요했다. 

결국 다음 학기 생활비와 선교비를 내가 충당하기로 하고 부모님이 노트북을 사주셨는데 한동안 쓸데없는 죄책감에 휘둘려 지냈던 적이 있다.

물론 언니는 아무 생각도 없었고 언니가 대학생일 때는 크게 노트북이 필요하지는 않았다고도 말했다.


시간이 흘러서 올해는 동생이 대학을 들어갔다. 

과 특성상 비교적 사양이 높은 노트북이 필요했는데, 거기에다 패드까지 마련해야 했다. 

그때는 학원비도 꽤 들었던 동생이기 때문에 또다시 큰돈을 요구하는 동생이 너무 이해가 안 되고 얄궂기도 했다.

엄마, 아빠가 필요한 걸 모두 사줘야 하는 게 아닌데, 왜 아무런 노력조차 없이 사달라는 이야기를 별 거리낌 없이 할까?

아무리 코로나로 요즘 알바 구하는 게 하늘에 별따기라지만 시도도 안 해보고?


너무 많은 의문들이 내 머릿속에 가득 찼고 답답했지만 또 내가 한번 지적을 하면 모두의 마음이 힘들어질까 그냥 장난치듯 넘어가고 말았다.

그런데 혼자서 계속 생각해봤을 때 객관적으로 이제 20살이 된 어린아이에게 몇 백만 원의 노트북을 구비하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지금 같이 기숙사를 쓰고 있는 룸메이트들도 내 동생과 같은 나이인데, 당연히 노트북을 온전히 본인들의 힘으로 사지는 않았을을테고 별로 이상하지 않았다.


내가 다른 사람을 생각해서 행동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면 안 된다고 오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나도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해도 괜찮은 거였다.

'내가 지금 필요해, 하고 싶어, 먹고 싶어'와 '내가 좋지만 이건 부담이 되겠지? 내가 혼자 해결해야 돼'

상황에 따라 비중을 둬야 하는 부분이 달라지겠지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조금은 자신을 생각해줘도 괜찮다.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지만 나에게 가장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사람도 나라는 걸 알고 인격적으로 아껴주고 관대해질 수 있을 때,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인간으로서 배려할 수 있음을 늘 되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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