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소원의 성취>라는 프로이트의 명제를 알고 있는 어떤 정육점 안주인이 꿈을 꾼다. 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는 만찬을 열려고 했어요. 그런데 마침 집에는 약간의 훈제 연어 말고는 준비된 것이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시장을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마침 일요일 오후라 상점 문이 모두 닫혔다는 기억이 나지 뭐 예요. 할 수 없이 물건을 배달해 주는 상인들에게 전화를 걸려고 수화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전화마저 고장이 난 거 있죠. 그래서 만찬을 열려는 소원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프로이트에 의하면 꿈은 소원의 성취이다. 그런데 이 꿈에서 정육점 안주인은 만찬을 열고 싶지만 집에는 약간의 훈제 연어 말고는 준비된 것이 전혀 없다. 게다가 마침 일요일이라 상점 문이 모두 닫혀서 장을 볼 수 없고, 물건을 배달시키려 하지만 전화기가 고장이 나 있다. 꿈은 만찬을 열고 싶은 안주인의 소원을 실패하게 한다. 그렇다면 <꿈은 소원의 성취>라는 프로이트의 명제는 어떻게 되는가?
프로이트는, 꿈은 전날의 체험에 의해서 꿈을 꾼다는 것을 안주인에게 상기시키면서 꿈의 재료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자신은 상어알을 좋아하고, 남편에게 말하면 얼마든지 그것을 사주려 하지만 자신은 남편을 놀리기 위해 사 오지 말라고 간청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친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남편이 안주인의 친구를 자주 칭찬하는데 그녀는 그 친구에게 질투심이 생겼다고 말이다. 다행히도 남편은 풍만한 여자를 좋아하는데 그녀는 풍만하고 친구는 삐쩍 말라 있었다.
그런데 이 친구가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언제 또 우리를 초대할 거야? 너희 집에서는 항상 아주 맛있게 잘 먹었는데…” 그녀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만약 너를 초대해서 네가 식사를 하면 많이 먹어서 살이 찌고 그러면 내 남편의 사랑을 더 받겠지? 그러느니 차라리 만찬을 열지 않는 게 낫지” 그래서 그녀는 만찬을 열지 않으려는 꿈을 꾼 것이다. 그녀는 꿈에서, 친구가 살찌는 것을 원하지 않는 자신의 소원을 성취시킨다.
그런데 꿈에서 해결되지 않은 것이 있다. 만찬을 열려는 자신의 소원이 실패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현실에서 그녀는 상어알을 무척 좋아하는데 남편을 놀리며 그것을 사 오지 말라고 한다. 이것은 자신의 불충족의 상태로 남긴다는 것이다. 그녀는 왜 이런 불충족의 소원을 가지게 된 것일까? 그래서 프로이트는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어떻게 해서 꿈에 연어가 등장하게 되었습니까?” “훈제 연어는 친구가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꿈은 꿈꾼 사람의 소원, 즉 욕망을 보여준다. 꿈에 등장하는 사람은 모두 꿈꾼 사람이다. 꿈속의 등장인물도 꿈꾼 사람이고, 꿈의 감독도 꿈꾼 사람이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든다. 왜 친구가 좋아하는 연어가 그녀의 꿈에 등장했을까? 프로이트는 그것을 동일시로 해결한다. 꿈에 연어가 등장한 것은 그녀가 친구와 자신을 동일시한 것이며, 그리하여 그녀는 자신과 동일시된 친구의 욕망을 충족시키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남편의 사랑을 받는 친구가 부러워서 친구와 동일시를 했는데도 연어를 준비하지 못하게 되어 살이 찔 수 없다.
질투하는 친구와 동일시가 되었으면 연어를 준비하여 많이 먹고 살이 쪄서 남편의 사랑을 받으면 되는데 왜 그녀는 연어를 준비하지 못하고 만찬을 열지 못하는 것일까? 살이 찌면 그녀는 남편의 향락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왜 그것을 거부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히스테리 환자가 다른 사람의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히스테리 환자는 자신이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는 조건 하에서만 (큰)타자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으로 유지한다.” 풀어서 말하자면 이렇다. 그녀는 타자의 욕망을 도용하여 자신의 욕망으로 삼지만 정작 자신이 타자의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