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망심리 사례 11
필자가 운영하는 <마망 심리상담 정신분석센터>의 회원 한 명이 <다음 쿠키뉴스>의 한 기사(23년 6월 27일)를 카카오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 그것은 <정유정 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기사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정씨는 검찰 조사에서 “아버지 재혼으로 배신감을 느꼈다” “잘 맞지 않는 할아버지와 계속 살아야 해 좌절했다” 등의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씨는 범행을 이틀 앞둔 지난달 23일 아버지와 나눈 전화 통화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JTBC에 따르면 그는 통화에서 “내가 큰일 저지르면 아빠가 고통받을 것” “큰일 저지르고 나도 죽겠다”고 했다. 또 어려웠던 환경에 대해 아버지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요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 기사를 계기로 이 사건에 관해 아래와 같이 정신분석적으로 몇 자 적어 보았다.
이 사건은 너무 끔찍하고 충격적이라 언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몇 가지 짚을 것이 있습니다. 첫째, 정유정은 부모에게 버려졌고, 아버지의 재혼으로 인해 배신감이 들어서 아버지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범죄는 아버지에게 보여주기이므로 일종의 행동화(액팅아웃, acting out)입니다. 그런데 정신분석가인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행동화(acting out)와 행위로의 이행(passage à l’acte)을 구분했습니다.
행동화는 보여주기(monstration)입니다. 그것은 귀머거리가 된 타자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로서의 행동>입니다. 기사에 의하면, 사실 가해자는 아버지에게 <큰일 저지르고 나도 죽겠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도 공감하실 것인데 어머니에 대한 언급은 없고 그녀의 말은 모두 아버지를 향하고 있습니다. 기사에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아마도 정유정은 아버지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말뿐만 아니라 무의식적인 암시 행위도 했을 것입니다. 그 행위가 행동화(acting out)입니다. 행동화가 일어나는 이유는 정유정의 아버지는 딸의 말을 들을 줄 모르는 귀머거리이기 때문입니다.
정유정은 자신의 말과 행동화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대답이 없자 살인을 저지르게 됩니다. 그것은 일방통행이기 때문에 돌이킬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행위로의 이행(passage à l’acte)입니다. 현실에서 부모가 자식을 버린다고 해서 모든 자식이 살인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의 살인행동은 대답이 없는 큰타자에게, 즉 아버지로 구현된 큰타자에게 사랑을 요구하거나 인정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행동화와는 다르게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않는 충동적인 행동 자체입니다.
두번째로 짚을 것은 <큰일 저지르고 나도 죽겠다>고 했지만 정유정은 자살을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것으로 보아 정유정은 죄책감이 없을 수 있고, 그런 점이 정신증으로 진단해야 하는 지점이 아닌가 싶지만 그렇게 판단하기에는 우리에게 자료가 너무 제한적입니다.
마지막으로, 범죄의 대가를 범죄자에게 당연히 물어야 하지만 이와 동시에 범죄자의 심리를 파악하여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출산을 걱정할 게 아니라 이미 태어난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부모, 어른, 그리고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추가로, 피해자를 찔렀다는 111번의 숫자에 많은 사람들이 아연실색했을 것입니다. 정유정이 존속살해를 검색했다는 것은 아버지를 죽이고 싶었다는 것이고, 111회의 공격은 아버지에 대한 공격일 겁니다. 그런데 애꿎은 사람이 죽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아버지를 죽이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살해하는 것이 아버지를 더 고통스럽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111번이라는 수는 단순하게 미움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서, 죽음욕동(Thanatos)이 아니고는 해명할 수 없는 끔찍한 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