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집안 출신이면서 아름답고 똑똑한 18세의 소녀가 자기보다 10살 많은 사교계의 여성을 헌신적으로 숭배하면서 쫓아다녔다. 소녀의 부모는 소녀가 사람들이 많은 번화한 길에서 그 여자와 함께 주저 없이 다니는 것을 괴로워했고 심지어 소녀는 거짓말을 해서라도 그 여자를 만나려 했다. 어느 날 소녀가 그 여자와 함께 있는 거리에서 아버지와 마주쳤고 소녀의 아버지는 화난 눈짓을 딸에게 하고는 지나갔다. 그 직후 소녀는 기찻길로 몸을 던져 자살 시도를 했다. 이 일을 계기로 부모는 딸의 결심을 꺾지 못했고 소녀는 전보다 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소녀의 아버지는 딸이 도덕적으로 타락했거나 정신병에 걸렸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딸이 동성애자라는 것에 가슴 아파하며 딸을 치료하기 위해 프로이트를 찾아왔다. 소녀의 아버지는 치료가 실패하더라도 가능한 빨리 결혼시켜서 동성애적 경향을 억제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소녀는 아동기에 여성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정상적인 태도를 보였고, 어렸을 때 성적으로 상처 입은 기억도 없었다.
다만, 소녀는 열 서너 살 때 세 살배기 남자 아이에게 애정을 보인 적이 있었고,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던 그 남자아이를 아주 따뜻하게 돌보자 아이의 부모와 친하게 되었다. 이것은 당시 그녀가 아이를 가져 어머니가 되고 싶은 욕망이 강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남자 아이에게는 무관심해지고, 젊고 성숙한 여자에게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모성적인 태도에서 성숙한 여자에게 끌리는 동성애가 된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이런 변화가 어머니가 새로 임신을 하여 그녀가 16살인 때에 세 번째 남자 동생을 가지게 된 사건과 동시에 생겼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 소녀가 사랑하는 여자는 그녀의 어머니 대신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좀 전에 밝혔듯이 그녀의 막내 남동생의 탄생을 기점으로, 그녀가 처음 사랑한 대상은 어머니들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사랑하는 대상의 조건에서 꼭 어머니여야 한다는 조건을 빼 버렸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마침 사춘기인 그녀는 아이, 그것도 남자아이를 가지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의식 속에서는 자신이 아버지의 아이를 갖고 싶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런데 아이를 가진 것은 그녀가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미워하던 경쟁자인 그녀의 어머니였다. 불같이 분노하고 마음이 쓰라려서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돌아섰다. 그리고 모든 남자로부터 돌아섰다. 처음으로 이렇게 돌아서게 된 후로 그녀는 자신이 여자임을 부인하기로 맹세하고, 다른 목표를 찾았던 것이다.
여자에게 애정을 보이는 것 때문에 벌을 받은 후에 소녀는 아버지에게 상처를 주고 원수를 갚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아버지에 대한 반발로 동성애로 남아 있었다. 그녀는 자신과 그 여자의 관계를 아버지가 알게 되기를 바랬고, 그래서 공개적으로 모습을 나타냈던 것이다. 아버지가 알지 못하면 그녀는 가장 강렬한 복수를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둘을 목격한 아버지가 화난 시선을 자신에게 보내자 철길 아래로 뛰어내렸다.
이렇게 자살을 기도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앞서 말했듯이 아버지의 아이를 갖고 싶은 소원이다. 이 소원이 좌절됨으로써 그녀는 동성애자가 되었다. 그런데 이제 그녀는 아버지의 잘못 때문에 <떨어졌다(niedercommen)>. 독일어 niedercommen(니더콤멘)은 <아기를 낳는 것>을 의미한다. 소녀는 철길로 떨어짐으로써 아버지의 아이를 낳는, 좌절된 소원을 성취시킨 셈이다.
두번째 소원은 자신을 징벌하는 것이다. 분석 내용에 의하면, 그녀는 무의식 속에서 부모 중 한 사람이 죽어 버리기를 강하게 소망하고 있었다. 자신의 사랑을 방해하는 데 대한 복수로 아버지가 죽기를 바랐을 수도 있지만, 아마 어머니가 어린 남동생을 임신했을 때 어머니가 죽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을 가능성이 더 높다. 정신분석에서 자살은, 첫째는 자기를 죽임과 동시에 자기가 동일시하는 대상을 죽이는 것이고, 둘째는 다른 사람이 죽기를 바라는 욕망을 자기가 죽기를 바라는 욕망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그 소녀는 자신을 어머니와 동일시했는데 그 어머니는 자기는 가지지 못한 그 아이를 낳을 때 죽었어야만 했다.
이 글은 프로이트의 『여자 동성애가 되는 심리』의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프로이트가 이 글을 썼을 때가 1920년이었고,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글을 뛰어넘는 여자 동성애에 관한 논문은 발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