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망심리 사례18
다음 꿈은 『꿈의 해석』(1900)에 나오는 어떤 젊은이의 아주 짧은 꿈이다. 꿈은 다음과 같다.
<다시 겨울 코트를 입으면서 싫어 진저리치는> 꿈을 꾸었다.
이 젊은이는 갑자기 몰아 닥친 한파 때문에 이 꿈을 꾸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짧은 꿈의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다음과 같이 자문한다? 한파가 몰아 닥쳐서 두꺼운 코트를 입는데 무엇이 <싫어 진저리를 친다는> 말인가?
이어서 프로이트가 젊은이에게 꿈에 대한 자유연상을 시키자 그는 어제 만난 한 부인이 한 말을 언급했다. 그 부인이 자신의 막내아이가 콘돔이 찢어지는 덕에 태어났다고 허물없이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그는 이렇게 정리한다. <얇은 콘돔은 위험하고, 두꺼운 것은 좋지 않다.> 콘돔은 분명 일종의 <외투>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덮어쓴다. 가벼운 웃옷을 입을 때도 그런 식으로 말한다. 그 미혼 남자는 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틀림없이 <진저리 쳤을> 것이다.> 그가 왜 진저리 쳤을 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상상이 갈 것이다.
그는 낮에 <어떤 부인의 이야기를 듣고 진저리를 쳤을> 것이다. 이것은 꿈에 <겨울 코트를 입으며 진저리를 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을 도표로 그리면 다음과 같다(도표 1)
이 꿈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세 가지이다. 첫째로 낮의 사고가 꿈속에서 변형 왜곡되어 나타난다. 낮의 <진저리를 치다>는 <정동>(일종의 감정)인데, 그것은 꿈속으로 그대로 진입했는데 <콘돔>이라는 <표상>은 <겨울 코트>로 바뀌어서 들어왔다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왜 <진저리>라는 <정동>은 꿈속에 그대도 나타났는데 <표상>인 <콘돔>은 <겨울 코트>로 변형 왜곡된 것일까? 그것이 바로 꿈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잠을 자는 동안에 의식이 받아들일 수 없는 무의식적 소원이 발생한다. 이럴 때, 수면 중에서도 어렴풋이 작동하는 의식이 그것을 격리(억압)한다. 그런 무의식적 소원과 (전)의식적 소원이 부딪쳐서 타협형성을 이룬 것이 꿈이다(도표 2). 우리의 의식이 격리(억압)하는 것은 언제나 <표상>이다. 의식이 받아들일 수 없는 표상은 격리(억압)되기 때문에 변형 왜곡되지 않으면 꿈에 나타날 수 없다. 다시 말해, 무의식적 소원의 표상은 변형 왜곡이라는 타협을 해야 꿈에 진입할 수 있다.
둘째로, 이 꿈은 <표상>이 격리(억압)되자 <정동>이 분리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젊은이는 낮에 <콘돔 이야기에 진저리를 쳤다.> 격리(억압)가 표상에 가해지자 표상에 붙어 있던 정동이 분리되어 꿈에 진입하고 <표상>인 <콘돔>은 격리(억압)에 의해 유사성에 따라 <겨울 코트>로 이동하여 꿈속으로 들어갔다. 정동인 <진저리를 치다>가 꿈속에 그대로 들어간 것은 격리(억압)되는 것은 <표상>이지 정동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은 두번째에서 이미 언급된 것이다. 무의식은 압축과 이동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무의식은 유사한 것끼리 <압축>하고 인접한 것으로 <이동>한다. 격리(억압)가 콘돔이라는 표상에 일어나자 콘돔은 자신과 <유사>한 겨울 코트로 <이동>한다. 이동은 언제나 유사성을 매개로 발생한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갛다. 빨간 것은 사과, 사과는 맛있다, 맛있는 것은 바나나….>는 압축과 이동을 따라 기호형식(시니피앙, significant)의 사슬이 펼쳐지는 것을 잘 보여준다. 원숭이 엉덩이와 사과의 <빨갛다>는 유사성(압축)을 기반으로 원숭이 엉덩이에서 사과로 이동(인접성)하고, 사과와 바나나의 <맛있다>는 유사성(압축)을 기반으로 사과는 다시 바나나로 이동(인접성)한다. 무의식을 움직이는 두 수레바퀴는 압축과 이동이다. 이것을 통해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 격리(억압) : 프로이트가 사용한 ‘ Verdrängung’ 을 억압이라고 번역하지만 사실은 그것의 의미는 ‘따로 떼어 보관하다’ 는 뜻이므로 ‘격리’ 로 번역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억압’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 격리’ 로 번역하고 ‘억압’을 괄호로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