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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망심리 Dec 24. 2023

코에 광택을 내는 물품성애증자

마망심리 사례25

여자의 신발이나 속옷을 훔쳐서 그것으로 성적 쾌락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도착증의 대표격인 물품성애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물품성애증은 페티시즘(Fetischismus, fétichisme, fetishism)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물품성애증자는 특정한 ‘성애물품, fétiche, fetish’에 지배를 받아 행동하기 때문에 <물품성애증>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왜 이런 증상을 가지게 되었을까?


물품성애증을 작동시키는 기제는 부인(否認, Verleugnung, déni, disavowal)이다. 남자아이는 여성(특히 어머니)에게 남근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있다. 그래서 남자아이는 여자가 자신과 같이 남근을 소유하지 않음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만일 여성이 거세되었다면 자신의 남근도 거세 위험에 처하므로 공포감과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그 결과, 여자가 남근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부인’한다. 말하자면, 여자에게 남근이 부재한다는 것을 관념적으로는 받아들이지만 현실의 차원인 지각에서는 부인한다.  


그렇다면 물품성애증자의 성애물품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여자가 남근을 갖고 있지 않다면 거세된 것이고, 그래서 자신도 거세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면서 남자아이는 그런 끔찍한 정신적 외상을 목도하기 직전에 멈춘다. 이때 ‘우연히’ 어떤 물건을 보게 되면서 그것이 ‘성애물품’이 된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발이나 신발’을 성애물품으로 선택한 사람은 호기심 많던 어린 시절에 여성의 성기를 여성의 발치 쪽에서 몰래 훔쳐본 경험이 있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모피나 우단’을 선택하는 것은, 여성의 음모에 멈춘 것이고, 가장 흔한 ‘여성 속옷’의 경우, 여성이 옷을 벗는 순간에 고착이 된 것이다.


여자에게 남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직전에 멈추면서 그때 선택하게 된 물건이 성애물품이 된다. 그런데,성애물품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물품성애증자는 여자에게 ‘남근’이 없다는 사실을 성애물품으로 가리면서 남근이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성애물품은 ‘남근의 대체물’이다.



프로이트는 「물품성애증」(1927)에서 ‘코에 광택’을 내는 물품성애증자의 사례로 물품성애증을 설명한다. 이 사람은 여자의 신발이나 속옷을 성애물품으로 삼는 게 아니라 ‘코에 광택’을 내는데 물품성애증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 증상에는 물품성애증의 기제인 ‘부인’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환자는 영국의 탁아소에서 유년기를 보낸 후 그 뒤로 독일에서 살았다. 따라서 프로이트는, 어린시절에 비롯한 물품성애증은 독일어가 아니라 영어라는 언어로 이해야 한다고 말한다. 독일어로 ‘코에 광택’은 ‘Glanz auf die Nase’이고 영어로는 ‘shine on the nose’이다. 그런데 프로이트는 이것을 ‘shine on the nose’가 아니라 ‘glance at the nose’, 즉 ‘코를 흘깃 보다’로 해석한다. ‘glance at the nose’가 ‘Glanz auf die Nase’로 변한 이유는 발음의 ‘유사성’ 때문이다. ‘glance’가 발음의 유사성을 따라 ‘glanz’로 이동하면서 ‘코를 흘깃 보다’가 ‘코에 광택’ 내는 증상이 된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은 코를 성애물품으로 삼는 것은 일종의 ‘언어 행위’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제 위에서 설명된 부인의 기제와 연결하면 ‘코에 광택’을 내는 증상이 왜 물품성애증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물품성애증자는 여자(특히 어머니)에게 남근이 없는 것을 목격하기 직전에 멈추게 되는데 이 환자는 ‘코’를 흘낏 보면서 거기에 멈춘다. 그것이 ‘glance at the nose(코를 흘낏 보다)’이다. 이 일이 어린 시절 영국에 살면서 발생했는데 얼마 있지 않아 독일로 옮겨가면서 발음의 유사성에 의해서 ‘glance’가 ‘Glanz’로 대체되면서 ‘glance at the nose(코를 흘낏 보다)’가 ‘Glanz auf die Nase(코에 광택)’로 바뀌면서 ‘코에 광택’을 내는 물품성애증자가 되었다.


프로이트는 살아 생전에 성욕일변도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그가 강조한 것은 사실, ‘언어’이다. 위의 사례에 의하면 언어 행위가 증상을 만들고, 정신분석은 말로 그것을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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