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산책은 홀로, 엄마와

by 미 지

엄마!

나는 조금 화가 나 있었어.

훠이훠이 날아다니면서 세상을 보고 싶다 말하던 엄마.

함께 있어도 자꾸 먼 곳을 보는 엄마.

기어이 기억을 먼 곳으로 보내버린 엄마.

한 발자국 걷는 일도 이젠 못하게 되어버린 엄마.

어제 다녀간 사람이 누구인지도 자주 잊으시는

그런 엄마가 내가 다녀온 아프리카 이야기를 잊지도 않고 매일 보는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계신다는 걸 알게 되던 날 나응 아주 조금 슬퍼져버렸어. 그렇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나는 혼자 훠이훠이 날아서 내가 잘 모르는 세상으로 왔어. 엄마가 가고 싶어 하던 세상이 어디였는지 모르니까.


그리고 자꾸만 걸어.

엄마가 보고 싶어 하던 건 무엇이었을까?

엄마라면 어떤 길을 걸을까? 어떻게 걸을까?

묻지도 않고 알려주지도 않은 길을 걷다가 잘 못 들어선 길에서는 어떻게 할까? 그런 건 걱정도 하지 않고 걸어.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웃는 얼굴로 장하다 칭찬해 주는 엄마를 생각하면서 걸어.


답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어떤 여행이든 완벽할 수는 없는 거잖아.

말 안 통하는 낯선 곳에서 천천히 호흡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행복하게 지내다 가는 거 말야. 그게 나한테는 좋은 여행이라서 그런 여행을 하고 있어.

엄마랑 같이 왔으면 더 바랄 것이 없었겠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니더라구.

내가 딸이랑 여행 다녀보니까 엄마, 그냥 멀리서 응원만 해 주는 각자의 여행도 제법 괜찮은 것이더라구.


엄마, 우린 저마다의 여행을 각자 이렇게 홀로 하기로 해.


좋은 밥 먹고, 좋은 말 하고, 좋은 것 보고, 좋은 데 다니고, 화내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잘 기다리고 잘 자고 잘 쉬면서 엄마가 했으면 더없이 행복했을 여행을 해 볼게.


엄마도 밥 잘 드시고, 잘 주무시고, 좋은 꿈 꾸고

좋은 생각 하시고, 좋은 말씀 하시면서 지금 엄마의 여행을 행복하게 만들고 계시니까. 그렇지?


사랑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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