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쿠프 거리, 첫날 산책

by 미 지

지난 밤에 크라쿠프 역에 도착해서 숙소인 아파트까지 오는 길은 구글지도의 도움을 받았다.


구글 번역기, 구글 지도 열어서 1.7킬로미터 도보이동해 숙소 찾기 - 클리어

숙소에서 보내 준 키 번호를 눌러 주출입구 들어오기 - 클리어

키박스 찾아 비밀번호 배치해서 숙소 출입문 열쇠 찾기 - 클리어

방에 들어와 숨어있는 주방도구와 냉장고 찾기 - 클리어

캡슐커피머신으로 커피 내려마시기 - 클리어

추운 실내공기를 덥히기 위해 커튼 뒤 숨겨진 라디에이터 찾아 온도 올리기 - 클리어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으로 안내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메신저로 의사를 주고받는 시스템이 정착된 것도 나 같은 언어 초심자에게는 여행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담벼락에 시크하게 붙여있는 부조물의 현대버전인가 보다.

1991년 교황 요한바오로 2세가 이 교회를 방문했다고 한다. 1991년, 격변의 시기를 보내던 동구권에 교황의 방문과 기도는 커다란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몽골의 침략도 받았었고 독일과 러시아 같은 주변 강대국의 영향으로 원치 않는 전쟁과 분단과 분열을 겪으면서도 단일민족. 단일 언어를 지켜온 나라. 어쩐지 우리나라 역사와 닮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땅은 넓고 자원은 풍요로운 나라라는 것은 부러운 부분이다.

외부에서 가져올 자원이 거의 없어서 국민 한 명 한 명이 스스로 자원이 되어야 하는 운명을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느 자리에서나 민첩하게 판단하고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하니 일상의 많은 부분을 '살아남아야 하는 경쟁'으로 여기며 치러내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새벽에 여기도 비가 내렸다. 이젠 제법 고집스러워진 몸의 상태가 시차적응을 거부하는 것만 같다.

오후 두 시쯤이면 눈과 다리가 방에 들어가 좀 쉬어야 한다는 사인을 보낸다.

늦은 점심을 먹고 방에 들어오면 한두 시간 간격으로 일어나 앉아있다 다시 잠들었다 하다가 한국 시간 오전 열 시가 되는 이곳 시간 새벽 두 시부터는 침대가 나를 튕겨내는 듯 해서 일어나보지만 작은 방을 왔다 갔다,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동이 트기를 기다리는 일 밖에는 딱히 할 일이 없다.

방 4개가 마주 보고 있는 건물, 위층에서 물 쓰는 소리는 우렁차게 들리고 벽을 통해서는 도란도란 소리가 들릴 정도여서 TV를 켜는 것도 조심스러운데, 노안이 온 눈은 책을 읽는 것도 어려워졌다.

미국에선 사흘 정도로 적응이 끝났고, 유럽은 거의 시차를 못 느끼는 여행지였는데 그것도 이젠 그냥 옛날 일이 되어버렸나 보다.

한인마트에서 쌀과 김치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 보이는 하늘이 오랜만에 푸른빛이었다.

줄지어서 거리를 걸으며 선생님과 학교로 들어가고 있는 유치원 아이들이 마냥 귀여웠다.

관공서로 보이는 건물 뜨락에 무심하게 세워진 조형물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잘 만들어지고 잘 배치된 농가 주택의 상징물인가보다.


첫날 산책은 여기까지.

다시 들어가서 잠을 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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