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손바닥만 한 뒤뜰이 생겼다.
하나. 가능하면 빚 없이 구입할 수 있고 이곳저곳 손 볼 데가 적은 집.
둘. 혼자 가꿀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마당이 있고 주차가 편한 곳.
셋,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고 병원과 마트를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곳.
코로나 때문에 바깥 외출은 거의 하지 못한 채 좁은 방과 옥상을 오가며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와 넓기만 해서 손 볼 곳 투성이인 시골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관리에 팔다리가 성할 날이 없는 엄마.
공원 산책과 쇼핑, 약간의 집안일 이외에는 몸을 움직일 일이 적은 나와 가족들이 도시생활을 유지하면서 땅 밟는 일상도 병행할 수 있는 세컨드 하우스를 가져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세 가지 조건에 맞는 곳을 찾아보다가 지난달에는 여주에서 분양되고 있는 전원주택지를 찾아가 상담을 했다. 현장이 너무 외진 곳에 있기도 하고 그 무렵부터 까다로워진 대출 조건을 맞추기도 힘들어져서 그냥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달 전부터 인터넷 매물로 올라 있던 근방의 작은 집을 보여줄 수 있다는 부동산을 찾아갔다.
6년 전 입주한 전원 마을의 가장 작은 필지에 지어진 집.
방 하나에 욕실 하나로 된 작은 집에, 땅 모양이 예쁘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나에겐 완벽 그 자체였다.
평상시에는 댁에 계시지 않는다는 집주인 할아버지께서 마침 집에 계시기에 더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집을 사겠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계약금을 내고 계약서를 썼고, 한 달이 지나 잔금을 치르고 세무사에게 등기 이전 의뢰를 했다.
집 청소를 하면서 생전 처음 기름보일러에 기름을 넣기 위해 등유 차를 부르고, 추석날 아버지와 1박을 하기 위해 부엌 살림살이와 욕실 물건을 나르면서 한 달 반이 훌쩍 지났다.
지붕에 쌓이는 낙엽 청소를 비롯해 손이 많이 가는 집 손질이 힘에 부쳐지셔서 집을 파시게 되었다는 할아버지는 뒤뜰에 손바닥만한 밭을 일궈두셨는데 무를 심으면 좋다고 하셨다. 9월 중순은 무를 심기 늦은 시기라 해서 옮겨심기를 하지 않는다는 무 모종을 스무 개 사서 심었다. 서툰 모종 이식을 한 터라 그것이 잘 자랄 것 같지는 않고, 자란다고 해도 예쁜 무는 보기 힘들 거라고 아버지가 말씀하셨고, 난 무 청 말려서 시래기 나물이나 해 먹겠다고 하면서 비 오는 추석날 아침을 보내고 돌아왔다.
등기가 나면 한쪽 켠 다져진 바닥 위에 이동식 주택을 세워서
병원 생활 답답해하시는 엄마를 모셔 와서 지내는 상상도 하고,
아들 딸 불러다가 삼시세끼 챙겨주는 상상도 하고.
흔들리는 계단을 수리하고 난간을 세워 아버지 어머니 다니시기 편하게 만들어야지.
가을이 깊어가는 풍경을 보면서 하루하루 조용히 흐르는 시간을 천천히 보내며 겨울을 기다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