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아파트 생활이 정말 편한 것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엔트로피.
흘러내리고 갈라지고 흔들리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기에,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한없이 바지런하게 움직이고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손질하면서 지내야 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들르는 집이기에 가장 먼저 인터넷을 설치하고 와이파이로 연결해서 휴대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CCTV를 실내와 실외에 한 대씩 설치했다. 날씨가 추워져서 화장실의 변기를 온열 기능이 있는 것으로 바꾸고 작은 온풍기를 구입해서 원격 제어가 가능한 전원 콘센트에 연결했다. 조명 스위치와 보일러 조절기까지 원격 제어할 수 있게 바꾸고 보니 스마트 전원주택이 완성되었다.
휴대전화로 집 안팎을 확인하면서 집 뜰에 쌓인 낙엽과 빗물이 흐르는 모양을 보고, 보일러 온도조절기를 도착 시간에 맞추어 올리거나 내리고 깜빡 잊고 켜고 나온 스위치와 콘센트를 끄기도 하면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아버지가 오르내리시기에는 원래 있던 원목계단의 흔들림이 마음에 쓰여 '숨고' 어플을 통해 작은 계단과 난간 공사를 의뢰했다. 의뢰서를 올리기가 무섭게 여러 명의 기술자들이 일을 해 보겠다고 신청서를 보내왔기에 당황한 나는 제일 처음 답을 준 분에게 현장 사진을 보냈더니 그분은 현장이 너무 멀다며 거절의 답을 해 왔다. 현장이 멀고, 작은 작업량이 아무래도 그분들의 수지계산에는 맞지 않을 듯 보이기도 했다. 두 번째 신청인에게 현장 사진을 보냈는데 용접 교육을 하고 계시다는 프로필의 젊은 용접사가 의욕적으로 해 주겠다는 답을 주면서 직접 현장에 내려와서 보고 견적을 내겠다고 하더니 그날로 두 명이 내려와 현장을 살펴보고 제안서와 견적서를 만들어서 보내주기에 진행을 의뢰했다.
젊은 용접사 두 분이 열심히 만들어 올린 작은 계단. 나중에 형부가 보기에 서툰 모양새에 치룬 값도 너무 비싸다 하셨지만, 이 먼 곳에서 일을 하겠다고 내려온 것을 본 순간부터 나는 경험을 쌓아야 하는 그 젊은 친구들에게 이곳이 연습 삼아 일 할 기회가 되어준다면 더 바랄 것 없다는 마음이 들었기에 아무 조건 없이 일을 맡기기로 마음먹었더랬다고 말씀을 드렸다.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여주셨다.
언니, 형부와 함께 아버지를 모시고 내려와 숯불 연기 펄펄 나는 화로구이를 해 먹으며 고스톱을 치는 시간도 괜찮았다.
추석날 심었던 무를 서리가 내리기 전 뽑아서 열무김치를 담갔다. 한주먹 정도밖에 안 되는 양이었지만 내가 생전 처음 담가본 열무김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