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우서우아빠 Jan 08. 2024

아가들의 인생 첫 명동데이트

상상이 현실이 되는 신기한 나날들

지난 주말, 명동에서 가족 행사가 저녁에 예정되어 있었다. 날씨가 춥긴 했지만 황금 같은 주말을 집에서만 보낼 수가 없어 저녁 먹기 전에 명동 나들이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5살, 3살이 된 아들, 딸과 유모차 없이 그것도 서울 한복판 관광의 중심인 명동을 놀러 간다라. 긴장 반 기대 반을 가슴에 품고 명동으로 출발했다.


4,50분여를 달리는 동안 때마침 아가들은 낮잠을 자며 컨디션을 회복했다. 특별하게 무엇을 하려고 가는 것은 아니지만 아가들과 명동에서 하는 모든 것이 특별할 것이기에 별다른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둘러보기로 했다. 명동을 근 5년 만에 와봤기에 내 머릿속은 코로나 이전의 명동 풍경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고 느꼈고 아가들이랑 음식구경, 장난감 구경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가능했다.


"아가들, 여기 음식 거리에서 본 것 중에 먹어보고 싶은 것 있니?"

"응, 나 초콜릿 아이스크림 먹을래"

있는지도 몰랐던 아이스크림이 어디 있나 둘러보니 아들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에 정확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지... 명동 길거리 음식 하면 오레오지...' 그런데 아가들과 함께 편하게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을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어른들끼리 왔다면 근처 구석진 곳에서 먹거나 돌아다니면서 먹겠지만 아가들에게는 아직 그건 너무나 버거운 일이다. 그때 마침 와이프가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여보 우리 애들 데리고 명동교자 가서 먹자."

"아! 우리는 칼국수 만두 먹으면서 될 수 있으면 애들도 같이 먹이고?"

난 참 현명한 여자랑 결혼했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3시 40분을 막 넘어가는 어중간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명동교자'는 방문한 손님들로 인해 불야성을 이루었다. 저녁식사를 대비해서 간단히 칼국수 1개와 만두 1 접시를 시켜 아가들과 함께 먹어보기로 했다. 숙련된 한식파 둘째와 최근에 빵맛에 눈을 뜬 첫째가 과연 명동 맛집 1 티어인 명동교자를 좋아할 것인가가 우리 부부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과는 대. 만. 족.

우리 부부는 연애 때 명동교자를 접했을 적을 회상하며 추억을 맛보았고 아가들은 난생처음 먹는 칼국수와 만두의 맛을 음미했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정신없는와중에도 눈과 입이 즐거웠던 순간이라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짧았지만 알찼던 명동 데이트를 마무리하고 아가들과 함께 인근 호텔의 약속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근사한 뷔페식을 마주하기에 아직 칼국수와 만두가 소화되지 않았던 점이 다소 옥에 티였긴 했지만 아가들과의 첫 명동 나들이는 굉장히 유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여러 상황들이 현실이 되어 마주하는 순간이 갈수록 많아지는 요즈음이다.


 2024년 시작이 좋다.

작가의 이전글 올해 첫끼도 떡만둣국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