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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Jan 02. 2024

올해 첫끼도 떡만둣국으로

올해 떡만둣국도 결국 어른이 다 먹네

갑진년 새해 첫날 아침, 냉털도 할 겸 떡만둣국을 끓이기로 했다. 사골육수 티백을 냄비에 넣고 물을 받아 끓인다. 감자만두 몇 개와 일반만두 한 팩이 남아있다. 아무리 입이 짧은 영유아라지만 4인 가족 첫끼로는 다소 모자란 듯하다. 냉동고를 뒤적이다 보니 지난 추석 때 받아둔 썰은 가래떡 한 팩이 보인다. 일단 육수를 끓이던 냄비불도 끄고 올스톱. 떡이 어느 정도 해동이 될 때까지 흐르는 물에 두고 기다리기로 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고명이나 좀 더 신경 써서 만들어놓자는 생각에 계란 지단을 부치고 애호박을 채 썰어 기름에 들들 볶아두었다. 꼭 이럴 때마다 집에 세절 김 한팩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그리고 그 뒤에 세절 김은 몇 번 쓰지도 않으니 안 사는 게 낫다고 결론 내려 버린다. 이런저런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이에 떡이 어느 정도 탱글탱글해지는 느낌이 들어 가스불을 다시 켰다.


그렇게 끌인 육수에 요리에센스를 붓고 떡을 투하한다. 떡이 들러붙을 수도 있으니 나무주걱으로 살살 저어준다. 순두부찌개나 떡국 같은 것은 냄비에 타거나 눌어붙르면 설거지할 때 상당히 골치가 아프다. 그렇기에 조금 번거롭더라도 꾸준하고 일정한 템포로 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만두를 넣어주는 데 그 이유는 만두가 너무 오래 익어 불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국 간을 하고 접시에 옮겨 담는다.

매년 새해 첫날 준비하는 음식이고 아이들은 그다지 잘 먹지 않는 음식이지만 '떡국 먹기 = 나이 한 살 먹기'라는 전통을 쉽사리 놓을 수가 없다. 풍습과 클리셰 그 사이 어딘가에 놓여있는 떡국 먹기. 그래도 가족들이랑 한 상 차려 밥상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행복인가.


이렇게 갑진년 한 해도 참 값진 시간으로부터 시작되네. 새해 복 많이 주고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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