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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Jan 21. 2024

유모차 없는 4 가족 첫 여행 part.2

이젠 슬슬 무거운데? 짐도 너희도...?

유모차 없는 제주도 여행 두 번째 날이 밝았다. 오늘의 목표는 단순 명료하다. 차를 렌트해서 뽀로로&타요 테마파크를 방문하는 것. 이미 지난여름에 방문했기 때문에 아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며 유모차가 없는 우리 부부에게 있어 아가들이 안아달라고 칭얼대지 않는 유일한 장소이기에 여러모로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다치지 않고 신나게 놀기 위해선 무엇보다 준비운동이 필수. 그리하여 체크 아웃 하기 전 준비운동 삼아 호텔 내 실내 수영장에서 간단하게(?) 몸을 풀고 이동하기로 했다.


30분 간의 물놀이를 끝마치고 몸을 깨끗하게 씻은 뒤 옷을 갈아입히고 체크 아웃을 했다. 12시부터 차량 렌트가 시작인데 때마침 11시 30분에 호텔에서 공항으로 가는 셔틀버스가 있어 편하게 타고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침 준비 운동이 다소 피곤했는지 아가들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모두 잠이 들어 버렸다. 이럴 때 드는 생각은 단 한 가지밖에 없다. 

'유모차 가지고 올 걸.'

후회해 봐야 소용없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한 명씩 둘러메고 렌터카 빌리는 곳까지 간신히 도착했다.

차를 타고 내비게이션에 '뽀로로 앤 타요테마파크'를 검색한 뒤 곧바로 출발했다. 내심 제주도가 여행 비수기인 데다가 평일 오후에 방문하기에 테마파크 안이 한산하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1시간 여를 달린 후 도착하여 매장을 살펴보니 내 생각이 다행히 틀리지 않았다. 수십 가지의 놀이 시설이나 어트랙션 모두 줄이 하나도 없고 한산했으며 마음만 먹으면 폐장 시간까지 원 없이 놀이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아가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할 수 있는 모든 시설들을 마음껏 이용했고 우리 부부는 한 분(?)씩 맡아 각자도생 한 뒤 점심 먹을 때 식당에서 만나기로 하고 흩어졌다.


1시간 남짓 지난 후에 식당에서 상봉한 우리 가족은 간단하게 돈가스를 시켜 끼니를 해결하기로 했다. 가만 보니 첫째의 손에 하얀 상자가 들려 있어 이게 뭐냐고 물어봤더니 자기가 직접 만든 쿠키라고 한다. 평소에는 예약 손님이 너무 많아 이용하기 어려웠던 베이커리 체험이 오늘은 가능했는 모양이다. 조그마한 고사리 손으로 조물조물 무언가를 열심히 만든다는 것이 참으로 대견한 순간이다. 또 얼마나 선생님의 설명을 열심히 들으려고 애썼을지 안 봐도 뻔했을 테니 말이다. 그런 오빠의 정성에 보답이라도 하듯 둘째는 쿠키를 야무지게 먹었고 그 후에 우리 가족은 폐장시간까지 남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밖으로 나오니 주변이 온통 칠흑 같은 어둠으로 변했고 비바람이 을씨년스럽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원래는 숙소에 짐을 풀고 다시 나와서 서귀포시장에서 식사를 하고 들어가려던 계획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다소 여의치 않을 것 같아 더 늦기 전에 바로 시장에서 먹을 것을 사 와 숙소에서 먹기로 했다. 그렇게 부지런히 도착한 곳은 여행객들에게 아주 유명한 '서귀포매일올레시장.' 다행히 시장 내부는 돔 형태로 천장이 막혀있어 우산을 휴대하지 않아도 되어 매우 좋았다. 지난여름에는 끝이 어딘 줄도 모를 정도로 줄이 길게 서있었던 흑돼지 김치말이도 바로 구매가 가능했다. 회를 비롯해 이것저것 아가들과 함께 먹을 음식들을 사서 부지런히 숙소로 돌아와서 한 상 차리니 꽤 그럴싸했다.

아가들은 지난번 여행과는 달리 엄마 아빠가 먹는 음식에 열화와 같은 관심을 보였다. 사실 아가들을 위한 음식은 순한 컵라면에 전복버터밥이었는데 흑돼지 김치말이, 회, 심지어 막걸리까지 먹어보고 싶어 했다. 먹는 것에 큰 제약을 두지 않는 우리 부부지만 아무래도 막걸리와 김치말이는 아닌 것 같아 회를 경험(?) 삼아 먹어보게 했다.


'한 점 먹어보고 맛이 별로 없다며 안 먹겠지?'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던가. 워낙 먹성이 좋은 부모의 피를 받은 아가들은 자연스럽게 회를 먹어치웠고 더 먹이고는 싶었으나 식중독 및 노로바이러스를 핑계로 더 이상의 회 먹방은 허용하지 않았다. 조금 더 자라서 오면 더 많은 음식을 우리 가족 다 같이 먹자고 약속한 후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렇게 여행 두 번째 날이 깊어갔다.


'어후, 오늘 별로 많이 안 안고다닌 것 같은데... 팔이 꽤 아프네... 과연 내일은 또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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