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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Jan 26. 2024

유모차 없는 4 가족 첫 여행 part.3

체험 삶의 현장은 아니지만 많은 걸 했건 하루

유모차 없는 여행 3일차, 강풍 주의보로 인해 해안가를 중심으로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다는 뉴스가 아침부터 흘러 나온다. 우도를 방문하기로 했던 계획이 사실상 틀어진 상황, 여행 마지막 날 비행기 타기 전에 잠깐 체험해보려고 했던 '젖소 우유 주기 체험'을 하루 당겨서 아가들과 함께 해보기로 했다. 때마침 내륙 산간 지방에는 아직까지 많은 양의 비가 오지 않는 것을 감안하여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더 기상이 악화되어 야외 체험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아침 미소 목장은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에서 차량으로 3~40분 정도 이동하면 도착할 거리에 있었다. 꼬불꼬불한 언덕을 열심히 올라가니 특유의 목장 향기가 우리 가족을 마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목장은 '젖소 먹이 주기 체험'과 '젖소 우유 주기 체험'의 2가지 형태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고 그와 별개로 작고 조용한 카페를 별도로 갖추고 있었다. 아침을 패스한 관계로 아가들과 함께 토스트와 음료를 시켜서 간단하게 요기를 때운 다음 체험을 하기로 했다. 아가들은 모두 유제품에 대한 큰 거부감이 없고 특히 첫째는 빵이라면 눈이 번쩍 뜨이는 덕분에 별 무리 없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본격적인 체험에 들어갈 채비를 하기로 했다. 우선 카페 입구 옆 자판기에서 '먹이주기 체험'용 먹이와 '우유 주기 체험'용 우유를 구매를 해야 했다. 먹이주기 체험은 많이 자란 젖소를 위한 용도이고 우유주기 체험은 아기 송아지를 위한 용도였다. 우리 가족은 둘 다 체험하기로 하고 2세트씩 구매해서 젖소에게 가져다 주었다. 먹이주기 체험은 동그란 작은 사료가 모여져 있는 키트였고 젖소 집 앞에 있는 바구니에 담아 먹을 수 있게 하면 되었다. 아가들은 동화책이나 TV에서 보던 소를 막상 마주하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지만 엄마아빠와 함께 조심히 먹이주기를 성공할 수 있었다. 사진에는 담지 못했으나 '아이 냄새~'라며 연신 코를 쥐던 둘째의 모습은 먹이 주기 체험의 '백미(白眉)'라고 할 수 있었다.

곧바로 축사 반대편에 있는 송아지에게 우유 주기 체험을 병행하도록 했다. 걸어서 3분 정도 밖에 안되는 거리의 목장에서 송아지들이 모여서 잠을 자고 있었다. 최대한 잠을 안자고 우유를 기다리는 송아지들을 찾아 두 아가들은 우유병을 젖소 입에 물려주었다. 아가들의 안전을 위해 옆에서 같이 우유병을 잡고 있는데 젖소들의 젖병 빠는 힘이 실로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젖먹던 힘까지라는 표현은 비단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달까. 우유병 1병을 쉬지도 않고 3~4여분만에 단숨에 들이키는 젖소의 모습을 보며 아가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그 감정을 채 물어보기도 전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탓에 후다닥 아가들을 안아 차에 태우고 도망치듯 다음 장소로 이동한 것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기도 했다. 날씨만 좋았다면 대초원에서 자유롭게 놀고있는 소들의 모습을 감상했을텐데 말이다. 

그렇게 첫 번째 체험을 마치고 우선 오늘 묵을 숙소 인근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차에 타자마자 아가들은 5분만에 잠이 들었고 이동시간이 약 1시간 정도 예상되어 우리 부부는 잽싸게 오후 타임을 유의미하게 보낼만한 것들을 검색했다. 때마침 숙소 바로 코 앞은 아니지만 인근에 '감귤 따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농장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전화해보니 오후 4시까지만 오면 되고 이미 많은 감귤이 상품으로 출하 예정되어 있어 별도의 비용은 받지 않겠다고 하셨다. 사설 프로그램만 하더라도 귤 따기 체험 30분을 패키지로 끼워 7~8만원 정도 비용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게 웬 횡재냐 싶어 부리나케 이동했다.

차에서 푹 자며 컨디션을 회복한 아이들과 함께 '본 인 제주'라는 감귤 농장에 다다랐다. 가보니 우리 가족 이외의 한 팀이 체험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사장님이 환하게 배웅하시는 모습에서 첫인상이 아주 좋았다. 알고보니 정식 감귤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시는 곳이 아닌 개인 농장에서 간단하게 봉사 형식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었다. 사장님 말씀으로는 '최상등급도 아닌데 괜히 팔았다가 욕만 먹는 귤' 밖에 안남았으니 바구니째 가득 따서 공짜로 가져가라고 하셨는데 그건 도리가 아닌 것 같아 다음에 상품을 꼭 사겠다는 언질을 하고 체험에 참여했다. 사장님의 간단한 시범을 보고 최대한 나무 아래 붙어 있는 귤 위주로 수확을 시작했다. 첫째는 농장 사장님의 설명대로 가위를 이용해서 귤 따기 체험을 했고 둘째는 자기 자신만의 방식대로 조막만한 손을 이용해서 귤과 씨름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예정된 계획과는 달리 플랜 B로만 꾸며졌던 하루였지만 아가들은 나름 그 환경속에서 잘 적응해서 엄마아빠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모든 체험을 마치고 제주도에 오면 꼭 먹어보고 싶었던 '보말 음식'을 먹으러 갔다. 보말은 해산물의 일종으로 우렁과 조금 비슷한데 제주도에서는 보말을 이용한 음식이 맛있다고 명성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같은 배에서 나고 자랐지만 식성은 천차만별인 우리 두 아가들은 한 명은 오로지 죽, 다른 한명은 오로지 칼국수를 맛있게 먹으며 여행 마지막날을 마무리 했다.

아가들과 유모차 없이 보낸 여행도 슬슬 마무리 되어 간다. 유모차가 없어도 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집 근처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것들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말인 즉슨 유모차에 앉아 쉴 필요가 없이 아가들이 '호기심'을 갖고 '자기 주도적'으로 주어진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다음 여행은 또 어떤 형태로 진행될 지 가늠할 수 없지만 가면 갈수록 더 재미있고 의미있는 여행이 될 것을 확신했다.

다음에 또 놀러가자 아가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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