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쌈이 되는 여름날

by 라니 글을 피우다

기말고사 시기다.

아주아주 중요한 고3의 마지막 기말고사.

시험이 끝나고 덥다고 카톡이 왔다.


“그냥 보쌈이 되고 있는 것 같아.”


보쌈이 될 정도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우리는 그 더위를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다.

오래간만에 아이의 말에 웃음이 났고 그 힘에 글도 남긴다. ㅎㅎ


생일인 오늘,

미역국도 못 먹고 등교한 아이가 마음에 걸렸는데,

그 한마디에 괜히 마음이 놓였다.


정말 유난히 점점 더워지는 것 같다.

시험 기간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감기와 함께 했던 공부였다.

그런데도 아이의 목소리는 밝았다.

그 목소리만으로도 이번 시험에서 어느 정도 점수를 맞았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피로의 안개가 스르르 걷히는 신기한 순간이었다.

머리가 맑아졌고 기분이 좋아졌다.

이런 사소한 기쁨조차 느끼지 못하고

버겁게 지내왔던 것은,

결국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였다.


다음엔 이런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조금 더 마음의 자리를 남겨두고 싶다.

아이의 한마디에도 웃을 수 있는 지금이,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