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연대기

1화 나의 직업은 엄마입니다

by 라니 글을 피우다

"엄마라는 직업은 하루 24시간,연중무휴입니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내세울 만한 이력이 별로 없다.

엄마라는 타이틀 하나로도 벅찼으니까.


타인들은 부모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면서도

전문적인 직업까지 병행했다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직업 하나를 부여해 주기로 했다.

반평생을 엄마로 살아왔으니,


나의 직업은 ‘엄마’ 입니다. 라고,


한 가정의 CEO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는가,

한때 그런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 인생의 노트에는

해내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와 미련들이 가득했다.


매일매일의 일상들을 어떻게 버텨냈는지,

무엇이 나를 이끌었는지

이제와 돌아보면 그 수십 년의 시간은

정말 신기하게도, 순식간이었다.


엄마라는 직업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사표를 쓰고 싶은 날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갓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된

‘엄마의 길’은

마치 준비된 사람처럼

나는 의무감에 착실했다.


출산의 고통은 잊힌 채

어느새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고,

서툰 어른의 모습으로

귀한 생명들을 품었다.

감히, 그 시절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조차 든다.


부족한 내 울타리 안에서

때로는 지키지 못했던 말들,

넘치지 못했던 사랑들을

이제야 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여곡절의 시간 속에서도

그 자리를 지켜냈다.

훌륭한 책들과 영상들에 손 내밀며

조금씩 채워나간 나날이었다.


그리고 지금,

다 자란 자녀들 앞에서

나는 더 작아졌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말하고 싶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이 직업을 끝까지 붙들었다고.

엄마라는 직업은,

세상의 어떤 경력보다 묵직한 이름이었다고.





250603.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