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굴 일기 5화
머리가 아프다.
밖에 나갈 일도, 나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
사실 나가지 않아도 되는 나는
어딘가 불균형한 몸으로 살아가는 가분수 같고,
외계인처럼 낯선 존재처럼 느껴진다.
밤에 잠을 못 자면,
더위에 지친 병아리처럼
술에 취한 것도 아닌데
그냥 잠에 취해버린다.
침대에 눕기만 하면
수면제를 먹은 듯 깊이 잠든다.
하루 종일 자고, 또 잔다.
그러다 아이들 끼니 시간이 되어야 겨우 일어난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의무처럼,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재미로 밥상을 차려본 적은 거의 없다.
하기 싫은 엄마 노릇.
그걸 해내야만 하는 현실.
그렇게 바라보는 가족들이
가끔은 야속하게 느껴진다.
말하기도 애매한 이 마음.
불평처럼 들릴까 봐 꾹꾹 눌러 담는다.
그러다 보니 그냥 묵묵히 해낸다.
억지로 내린 마음들이
이제는 나무처럼 굳어
내 안에서 딱딱하게,
강한 부정으로 나를 조여온다.
가족 돌봄은 언제쯤 끝날까.
웃고 있지만, 사실 웃는 게 아니다.
어느새 나는
내가 살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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